<베스트셀러 사재기>
 
     출판사 ‘자음과 모음’의 베스트셀러 사재기 의혹 – SBS 뉴스. 2013. 05. 07.
     해당 저자 책 절판 결정 - SBS 뉴스. 2013. 05. 08.
     ‘책 사재기 파문’ 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한국일보. 2013. 05. 10.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본사의 책 몇 권을 사재기하여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해당 작가들은 전혀 그 사실을 몰랐으며, 언급된 자신의 책을 절판하기로, 그리고 출판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로 했다는 후속 뉴스가 이어졌다.
 
출판사의 책 사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이 등장하면서부터 사재기가 시작되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일단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책 판매에 가속이 붙는다. ‘베스트셀러란 많은 사람들이 읽은 좋은 책’이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지 않으면 뭔가 뒤처지는 느낌이 들게 된다. 책을 고를 때 그런 것이 작용해서 이왕이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책을 고르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남들이 좋다고 바람 잡는 것에 휘말려온 것이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일 수는 없다. 좋은 책이 있는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책들도 많다. 베스트셀러 사재기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좋지 않은 책을 좋은 책이라고 독자를 속이고 그것으로 출판사가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사재기를 하지 않는(할 수 없는) 중소출판사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작은 출판사는 좋은 책을 펴내고도 사재기의 횡포에 밀려 독자들에게 알릴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것은 출판사의 경영악화로 어이지고, 출판사는 좋은 책을 만들어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독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제껏 나온 책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고,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베스트셀러는 꼭 읽어야 하는, 좋은 책이 아니다. 다만 여러 이유로 인해서 많이 팔린 책일 뿐이다. 베스트셀러 보다는 스테디셀러를 읽으라는 말은 ‘좋은 책은 독자와 시간이 증명해준다’는 뜻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독자들이 찾는 책이 정말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자기에게 딱 맞는 책, 자기에게 필요한 책이 정말 좋은 책이다.

 

작가는 좋은 글을 쓰고, 출판사는 좋은 책을 만드는데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출판사는 좋은 책을 독자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독자도 좋은 책을 발굴하는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이 좋은 책을 찾아 읽어야 한다. 그것이 사재기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길이며, 서점과 출판사와 작가, 그리고 독자가 모두 상생하는 길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면 숨어있는 좋은 책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좋은 책을 발견하면 여기 저기 소문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