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시사 후기] 그래도 로보캅은 역시 로보캅이다.

아직도 로보캅의 관절이 돌아 갈 때마다 나는 기계 모터음이 기억나고, 악당들을 스캔해서 무표정하게 제압하는 로보캅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런 1987년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이 리메이크 되어 돌아왔다.

그 당시 로보캅은 B급 영화 필 같은 제목으로 주목 받지 못했지만, 가까운 미래 디트로이트 시의 혼란을 배경으로 SF물에 액션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까지 담아내어 재미와 내용을 함께 잡은 수작이었다.

이번에 리메이크 된 ‘로보캅’은 영화 엘리트 스쿼드 시리즈로 브라질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호세 파딜라 감독이 맡아서 새로운 로보캅을 그려 내었다.

1987년 로보캅의 굵직한 메시지는 역시 사고로 로보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형사 머피의 로봇과 인간사이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가 주요 주제 였다. 이번, 2014년의 로보캅은 좀 더 나아가서 그 정체성에 자유의지를 불어 넣어, 프로그램화 된 의지에 과연 인간이 개입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진짜 인간인지 아니면 인간이라 생각하는 로봇인지를 계속 물어 본다.

 

 

시대가 그만큼 흘렀으니 눈높이가 달라진 관객을 설득시키는 것도 지금의 몫이라 여겨져 시대를 반영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1987년 로보캅은 혼란스러운 디트로이트시의 치안을 목적으로 시를 장악하여 돈을 벌려고 한 옴니코프라는 회사의 독점적인 지배가 목적이었다면, 이번은 더 나아가 로봇의 효용성을 설득하기 위하여 테러지역을 바탕으로 경찰국가의 위상까지 확대해 나간다. 그리고 독점적인 또 하나의 언론 재벌의 목소리를 통해 정치와 경제를 모두 장악하려는 옴니코프사의 장악욕구를 대변하게 한다.

또 하나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로보캅의 창시자 ‘데넷’박사의 역할이다. 이 데넷 박사의 실제 의도는 삶을 보조하는 로봇의 역할이었지만, 오히려 머피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경계와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결국 박사가 알게 된 것은 인간이란 물음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과학자란 양심의 눈으로, 기업의 이익 논리를 헤쳐나가는 역할을 해나간다.

영화 로보캅에 이런 고민이나 물음이 없었다면 로보캅은 여전히 깡통을 둘러쓴 메카닉류로 전락 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정체성의 대한 진지한 물음이 계속되며 인간으로 한걸음씩 전진하는 머피 덕분에 로보캅은 그가 마구 부숴대고 총을 쏴대도 그 나름의 당위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2014 로보캅은 분명 세련된 수트와 바이크 그리고 액션과 CG를 들고 찾아 왔다. 단지 아쉬운 것은 전과 같은 창백하고 묵직한 무게감이 사라져 아쉬움이 느껴진다. 물론 인간화 된 로봇이 아니라 원래부터 인간이었던 머피를 가족 품으로 돌려 보내기 위한 장치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강력한 액션 대신 겉옷을 걸친 인간 같기만 해서, 그가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물음이 감독이 의도한 대로 확실히 전달 될지는 약간의 의문이 든다.

많이 순화 되었지만 그간 리메이크 된 다른 영화 보다는 가장 볼만하게 돌아왔다. 이제 이런 음모론 얘기는 흔해 졌지만 로보캅처럼 개성 있는 영화는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두뇌와 심장만 남은 머피에게 프로그램화 된 의지를 심어 넣고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조건을 최소화해서 영혼의 존재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 SF라면 인간과 기계라는 물음은 계속 될 것이다. 이 로보캅 시리즈가 단순 액션 영화를 넘어서게 만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