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 시사 후기] 폭발하는 베수비오 화산이 이 영화의 주인공.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의 고대 도시 폼페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때 가장 많이 나온 유적 중에 유독 시선을 사로 잡은 유적이 바로 죽은이들이 엉켜 있는 석고주형의 모습이다. 얼마나 그 고통스러운 모습이 생생한지 수 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 그 당시의 상황을 금방이라도 눈앞에서 보게 된 것처럼 처절한 모습이다. 이리저리 엉켜 있거나 또는 꼭 끼어 안고 생을 마감한 모습에 한편으로는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들이 살던 폼페이의 그때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영화 폼페이가 가져온 모티브는 바로 그 인간화석으로 변해 버린 인물들의 알 수 없는 사연이다. 이때부터 영화는 화산이 폭발하기 얼마 전으로 우리를 이끈다.

시대는 팍스로마나가 한창때인 BC70년대의 영국의 모습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로마에 대항하는 어느 부족의 최후의 생존자인 ‘마일로’는 노예로 잡혀가 글래디에이터가 되고 그 뒤로 명성을 얻게 되자 그 당시 최고의 향락의 도시요 로마의 별장인 폼페이의 검투장에 서게 된다. 그러나 그곳의 영주와 로마의 갈등 속에 그의 딸인 카시아와 운명의 사랑의 빠지지만 부패한 로마 상원의원인 ‘코르부스’의 강압에 목숨이 위험하게 된다.

영화 폼페이는 역사적으로 팍스로마나가 한창 때인 그때의 로마의 권력과 그 권력에 기대어 향락에 취해있던 로마인들을 비롯하여 로마가 현지인들을 제압해 나가는 정책을 함께 보여 준다.

이렇게 권력과 갈등 그리고 사랑이란 가장 인간적인 군상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하찮은 인간들의 탐욕을 심판하려는 듯이 갑자기 폭발하는 배수비오 화산의 모습으로 영화 폼페이는 정점을 맞는다.

 

역시 폼페이의 포인트는 인간들의 자잘한 사연 보다는 폭발하는 화산이다. 물론 검투사와 영주의 딸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애절한 사연과 검투사가 된 마일로의 복수극도 한몫을 하지만, 이런 인간들을 내려다 보면서 부질없는 인간사에 커다란 한방을 날려 주는 것은 역시 베수비오 화산이다.

아무리 인간이 강한 권력을 휘둘러도 이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 한방의 화산 폭발은 폼페이에서 인간들이 누린 향락과 폭력 그리고 온갖 모든 것을 덮어 버리고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다.

그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폭에 10만배요, 분출한 화산재와 바람은 섭씨 800도의 고열로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화산 폭발로 인해 일어난 쓰나미가 탈출하려는 모든 것을 쓸어 갔다고 한다.

         

영화는 두 가지 시선으로 감상을 하면 좋을 것이다. 하나는 마일로와 카시아의 애틋한 사랑의 스토리이고 또 하나는 역시 화산 폭발과 함께 이루어지는 각종 재난의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강력하고 광폭한 자연의 모습은 이 앞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숙연하게 만든다. 마지막 마이로와 카시아의 모습은 영화 멜랑콜리아의 엔딩을 연상하게 숨막히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