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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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3.10.1
"떡을 사오. 떡을 사. 낭군님 나를 보매 복사꽃 보듯 환한 얼굴 닮은 꽃떡을 사오." 이런 사랑가를 부르며 떡을 팔지 않았을까 싶게 금슬 좋은 할멈과 할아범 단 둘이서 깊은 산골에 살고 있었습니다. 온 세상이 하얀 떡가루 눈에 포옥 덮인 그 날도 할멈은 장터에서 떡 한 광주리를 탈탈 털어 팔고서는 휘적휘적 산 길을 가는데, 동지섣달 한겨울에 난데없는 잇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이 웬일인가. 놀란 것도 잠깐 할멈은 꽃으로 이쁘고 맛난 떡 해 할아범 줄 생각에 정신없이 꽃을 꺾다 졸음이 몰려와 그만 잠이 들었다 한숨 잘 자고 부스스 일어나 덮고 있던 이불도 폭신폭신 무슨 이불이 이리 좋은가 눈 비비고 살펴보니 에구머니! 이게이게 호랭이 품 속이야. "내 이럴 줄 미리 알고 떡 하나를 남겼으니 옛다, 여기 이 떡 먹고 썩 물러가거라. " 할멈 말에 떡은 본체만체 호랑이가 갑자기 할멈에게 머리를 조아려. 그러더니 호랑이의 노모가 할멈 떡솜씨에 반해 그 떡 한 번 먹고 싶어 끙끙 앓아 누웠으니 호랑이골로 함께 가 떡 한 번 해달라 사정을 하네. 그 사연이 딱하고 효심이 지극한지라 할멈은 호랑이골로 가 죽어가던 호랑이도 그 맛에 반해 다시 살아 났다는 전설을 남긴 떡 만들기 강좌를 열게 됐다는 이야기가 바로 '호랑이골 떡잔치' 입니다.
- 할멈은 어떤 이유에서 호랑이골 떡 강좌를 결심했나?
사람이 사람 마음 얻기도 힘든데 동물이 사람 마음을 사람이 동물의 마음 얻기는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책에서 할멈의 마음을 움직인 힘은 다름아닌 호랑이의 효심이었는데 우리 옛이야기에서 효심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많죠. 어쩌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또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누구라도 부모 없이 태어나지 못하며 또 서로 말이 통하지 않든 서로 낯선 사람이든 간에 누구나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부모를 위하는 자식의 효심 아닐까 싶습니다.
- 떡장수 할멈과 할아범은 금슬 좋은 부부!
문고리가 쩍쩍 얼어붙는 추운 겨울 언발 언손 호호 불어 녹일 틈 없이 젊은 시절 내내 산에서 나무를 해 장에 내다 팔아 처와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지금은 허리가 굽은 할아범을 위해 할멈이 여지껏 떡을 만들어 팔며 젊은 시절 유난히 떡을 좋아하던 할아범에게 실컷 떡을 해먹이고 있는지 그 사연까지는 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어쩌면 할멈과 할아범은 금슬 좋은 부부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고기가 없어 그저 떡만 차린다며 미안한 마음 담아 한 상 떡 차려낸 온갖 떡들이 이렇게 예쁘고 맛나 보이는 이유를 달리 설명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떡 문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팥죽할멈과 호랑이' 그리고 '호랑이골 떡잔치' 까지 우리 이야기 중에 호랑이와 떡이 심심찮게 등장하죠. 정말 떡은 아니지만 '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동화에서도 돌떡이 나오는데 예나 지금이나 우리 민족과 친숙한 떡은 정확하진 않지만 먼 옛날 고구려, 백제, 신라가 생겨나기 전부터 만들어 먹었던 걸로 보인다니 떡 역사가 얼마나 오래 됐는지 짐작이 됩니다.
떡 사오 떡 사오 떡 사려요
정월 대보름 달떡이요
이월 한식 송병이요
삼월 삼짇 쑥떡이로다
사월 팔일 느티떡에
오월 단오 수리취떡
유월 유두에 밀전병이라
칠월 칠석에 수단이요
팔월 가위 오례 송편
구월 구일 국화떡이라
시월 상달 무시루떡
동짓달 동짓날 새알심이
섣달에는 골무떡이라
민요 '떡타령' 을 보면 절기마다 특별한 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응애응애 아기가 태어나 삼칠일이 되는 날, 백일과 돌, 공부를 시작해서 책을 한 권씩 뗄 떼, 해마다 맞는 생일, 또 예순 번째와 환갑 때도 떡을 해 먹고 심지어 죽음을 맞은 후에는 제사상에 떡을 올리니 우리 민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떡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죠. 그러다 보니 조상들은 떡 맛은 기본이고 모양도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았습니다. 갖가지 색과 영양을 위해 그 계절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꽃이며 풀,농산물을 쓰고 떡에 무늬를 찍는 도구 떡살을 만들어 무늬를 넣거나 손으로 빗어 모양도 냈습니다.
-요즘 몸이나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으로 '힐링' 이라는 말 많이 쓰는데 명절이나 중요한 날이면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아 소원을 빌고 덕담을 나누고 그렇게 떡을 만들듯 이런저런 일로 모양 상하고 아픈 우리 마음도 떡 빚듯이 잘 빚어 제대로 힐링 되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또 쫄깃쫄깃 맛나고 예쁜 떡 같은 사람이 내 친구라면 또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같이 해봅니다. 쌀가루 눈 펑펑 내리는 산골의 겨울과 총천연색에서 편안하게 살짝 채도를 낮춘 고운 색감에 흠뻑 빠져들었던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 '호랑이골 떡잔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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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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