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쟈파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7.12.11
시몬 보카네그라,1막 고문당한 정신(피에스코의 아리아)
맥베스,3막 아들아 조심해서 가거라..어두운 그림자 하늘로 드리우고(뱅쿼의 아리아)
돈 카를로스,3막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필리페의 아리아)
뉘렌베르그의 명가수,2막 라일락 향기가 좋다(작스의 아리아)
발퀴레,3막 작별이구나 용감하고 훌륭한 아가야(보탄의 아리아)
기다리고 기다렸던 공연이다. 그가 온다는 기사를 읽은 순간부터 달력에 날짜를 동그라미 치고 티켓 예매가 오픈되기를 기다렸다. 나는 최근에 내가 베이스나 바리톤의 목소리를 특히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오페라를 보며 잘 몰랐던 사실을 <팬텀싱어> 두 시즌을 보며 알게 되었다.) 오페라에서는 대개 주인공을 맡는 테너에 비해 존재감이 약할 수 밖에 없지만(노래의 양도 부족하니) 한사람의 노래 만으로 들었을 때는 바리톤이나 베이스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매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이 겨울, 나는 베이스 연광철의 <독일 가곡의 밤>과 <르네 파페 내한 공연>의 티켓팅을 했다.
오페라에서 베이스는 왕, 아버지, 친구, 악마 혹은 성직자...의 역을 맡는다.(르네 파페의 첫 앨범 제목이 <신과 왕들, 그리고 악마>인게 당연하고도 멋지다.) 처음 공연의 산을 올라갈 때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테너에 혹하게 되지만, 뒤돌아 공연의 산을 내려갈 때는 주인공 옆에 있던 베이스의 목소리에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된다.(산 정상만을 바라보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세심하게 풍경을 보며 내려오는 것과 비슷하다.)
비발디의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마녀 여왕 에르실라는 자기를 사랑하는 아르질라노(카운터테너 혹은 남장 메조소프라노)나 그리포네(카운터테너 혹은 남장 메조소프라노)를 마다하고 오를란도(베이스 바리톤)에게 홀딱 빠지고 만다. "당연하지!" 그런 애송이들(카운터테너, 남장 메조소프라노)만 보다가 진짜 남자(베이스 바리톤)를 만났으니 어찌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카운터 테너나 바지역 메조소프라노는 보통 미소년이나 꽃미남을 표현한다.)
르네 파페의 목소리는 낮게 낮게 심연에 가 닿았다가, 올라갈 때는 파워를 폭발시켰다. 그렇게 이성과 감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다가 중간소리에서는 으르렁거리는 야성까지 드러낸다. 그 강렬함은 소름이 돋게 만들고 남자도 여자도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프로그램은 1부는 베르디, 2부는 바그너였다.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텔레스의 아리아 '금송아지의 노래'(Le veau d'or)를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내가 베이스 최고 사랑의 아리아로 치는 <돈 카를로스>, 킹 필리페의 아리아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를 들어 행복했다.
2017년에는 유명 오페라 가수들이 많이 찾아왔다. 르네 플래밍, 안나 네트렙코, 디아나 담라우. 모두 들어보고 싶었지만 티켓 가격의 압박에, 또한 나는 오페라 가수들의 콘서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페라 밖에서 유명한 아리아만 부르는게 어쩐지 맥이 빠지기 때문이다. 안나 네트렙코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지 않던 관람전 기대평 이벤트에 응모했고(당첨되면 가 주겠다!는 마음), 디아나 담라우는 가볼까 망설이기까지 했다. 르네 파페는 망설임 없이 티켓을 질렀지만 그의 훤칠하고 멋진 모습을 보니 맨 앞줄에서 보지 못한게 한스러웠다.ㅎㅎㅎ
프라임 필하모닉의 연주가 많이 아쉬웠다. 특히 관악 파트가 불안불안....성악가 한사람의 노래를 소화하기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도 너무 넓고...역시 앞 줄에 앉았어야해. 이담에 한강에 배 들어오면(남편과 내가 걸핏하면 하는 말. 하지만 월급쟁이인 남편에게 그런 일은 없을 것같다.ㅎㅎㅎ) 반드시 꼭 특 로열석에 자리를 예매하겠다고 꿈꿔본다.
연거푸 두 베이스(연광철, 르네 파페)의 연주를 들었는데 공연의 질은 <연광철의 독일 가곡> 쪽이 더 좋았다.-두 연주자의 실력 비교가 아니라 공연으로서의 퀄리티를 말한다. 연광철의 연주가 예전 챔버홀이었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똑같이 콘서트홀이었다. 르네 파페의 성량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그가 목소리를 아낀걸까, 아니면 피아노 반주에 노래한 연광철보다 오케스트라 반주가 너무 강했던 걸까. 반주에서도 프라임 필하모닉의 연주가 부족했던 반면 김선욱의 피아노 반주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연주 곡 수도 르네 파페는 1부에 세곡, 2부에 두곡. 연광철은 1,2부를 꽉 채워 연주하고, 마이크를 놓고 앵콜곡을 불렀던 르네 파페에 비해 여러곡을 마음껏 불러주었다. 베이스의 제왕은 몸조심을 많이 한 듯.....
-연광철&김선욱의 독일가곡의 밤 리뷰를 따로 쓰지 않아 글을 덧붙여보았다.
베이스 르네 파페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요나스 알버
2017.12.10,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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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