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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파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2.1.6
스파이더맨, No way home, 뉴욕
<스파이더맨>은 좀 내 취향이 아니어서 오랜만에 한 편 보았는데, 이런! 시리즈를 리셋하기 직전에 그동안 출연자들이 총 출동하는 총 종합편이다. 내가 아는 빌런은 그린 고블린, 샌드맨, 닥터 옥토퍼스 뿐이다.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는 누구고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걸 폭로하는지~? ㅎㅎ
닥터 스트레인지의 우주 대 마법 주문을 방해할 정도로 철 없는 스파이더맨ㅡ'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에게 케어되던 십대 소년의 이미지 그대로이다. 시리즈 전편에 관한 깨알 드립을 못알아봐도 만화가 만화같다고 즐겁게 영화를 보다가 살짝 지루해진 순간, 피터가 17살이라는데서 나는 그만 숙연해지고 말았다.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평생에 걸쳐 영원히 잊지 못할 첫사랑을 만나고, 이제 집을 떠날 때가 된 17살. 아들애도 17살에 대학에 입학하며 집을 떠났다. 이 시리즈의 전편이 'Far from home'이던데, 아들애는 17살에 집을 떠나 그렇게 집으로부터 멀어져갔다. 서울에서 벤쿠버로, LA로, 토론토로, 동경으로.....아이는 신산하게 언제나 수트케이스 두개를 들고 낯선 이국의 도시를 돌아다녔다. 스파이더맨과 빌런들이 싸움을 벌이는 뉴욕시를 보며 어제 바로, 다시 뉴욕으로 떠난 아들애의 17살을 생각하니 목이 메었다.
"엄마, 난 집이 없는 것 같아"라는 아들애 말에 "왜 집이 없어. 엄마 아빠 있는 곳이 집이지."라고 대답했지만, 내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가슴이 철렁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코스모폴리탄으로 살고 싶었던 내 철없는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했던 결과가 이렇게 되고만 게 아닌가.
코로나로 아들애와 만나지 못한지 2년이 되었다. 내가 20세기에 꿈꿨던 코스모폴리탄의 삶은 코로나로 그야말로 구시대의 퇴색된 삶의 방식이 되고 말았다. 아이는 집으로부터 멀어져 이제는 돌아올 집을 잃고 말았다.
두개의 서로 다른 세상을 오가던 철없고 해맑았던 피터는 이제 잊혀지고, 세상을 구해야하는 히어로의 삶만이 남았다. "모든 아이들의 진짜 모습은 엄마를 떨어져야 나온다"는 아들애 말처럼 피터는 가족 혹은 어떤 어른에 예속되어 있어 평면이었던 자신의 삶을 리셋하며 이제부터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피터와 스파이더맨의 입체물로 성장할 것이다. 맑기만 했던 그의 눈에 우수가 어려보이는 건 그때문이다.
No way home! 아들애는 자기는 집이 없어 떠나는데 망설임이 없다고 한다.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에게 성장은 필연이니 그 성장이 뼈가 시리다. 피터에게도 아들애에게도 그 시림에 눈물보다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
오랜만에 본 토비 맥과이어의 얼굴이 좋다. 나이 먹으며 늘어지는 것보다 쪼그라지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의 노화가 되는 얼굴이다.
2021, 미국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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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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