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전작 <쿵푸 허슬>이 큰 화제를 모은 관계로 <장강 7호>라는 주성치의 차기작은 더욱 웅장한 규모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보도에도 '스파이 물' 쪽으로 알려졌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장강 7호>는 주성치식의 <이티.>였고, 21세기 중국 버전의 가족 영화다.

이 영화에서 주성치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연출에 집중했고, 주역인 아들 역은 서교라는 어린 소녀에게 맡겼다. 물론 이 아들(이름은 샤오디)은 그간 다른 주성치 영화에서 주성치 자신이 연기했던 다른 캐릭터들의 특징을 계승한다. 샤오디는 아버지의 기대를 받아 명문 사립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공부도 잘 하지 못하고, 가난의 떼가 묻은 행색 때문에 늘 차별받는다. 물론 역시 다른 영화들에서 주성치가 그랬던 것처럼 본인 스스로는 그런 부분에 큰 좌절감을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장강7호>는 가끔씩 주성치 특유의 재기가 영화의 내러티브를 압도하곤 했던 그의 영화들과 달리, 비교적 순탄하게 '대화합'이라는 가족 영화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몇 몇 장면에는 주성치 영화다운 장난스러움이 묻어있음은 물론이다. 아버지(주성치)가 가져온 외계의 물건을 '슈퍼 개'라는 상상을 하는 샤오디의 꿈 장면이나 그 꿈이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화장실 유머의 비참함으로 마무리되는 대비법은 주성치 영화들 속에서 종종 발견되던 장면들이다. 또 덩치 큰 남자 아이를 여성이라고 시침 뚝 떼고 우기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강 7호>에서 인상 깊었던 유머는, 전혀 화학 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아버지 역의 주성치와 선생님 역의 장우기의 로맨스 복선을 까는 장면이었다. 거리에서 샤오디와 주성치를 만난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뒤뚱 뒤뚱 걸어가는 장우기의 모습이 보인다)과 학교를 찾아와 샤오디의 도시락을 전해주고 사라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장우기의 시선을 보여주는 장면은 묘한 유머 감각의 로맨스를 전해준다. 가족 영화이니만큼 에필로그 장면에서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마무리되고는 하지만, 남녀간의 인연을 희화화하곤 했던 주성치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장강 7호>의 타이틀 롤인 외계 생명체 '장강 7호'는 스필버그의 <이티>에 비하면, 그 역할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이티>에서 '이티'는 말하자면 아버지의 대체적인 존재다. 외계의 식물학자로 추정되는 '이티'는 그만한 따뜻함을 지닌 하나의 인격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장강 7호>의 '장강 7호'는 샤오디의 판타지와 그 뒤의 좌절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인격적인 존재로 등극하지는 못한다. 물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나름의 강력함을 지니고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적인 시간 속에서 '장강 7호'는 애완 동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못하다.

말하자면 <장강 7호>는 판타지로 살짝 덮어버리기는 했지만 <이티>보다는 더욱 고통스러운 삶에 주목한다. 아버지 주성치와 샤오디가 살고 있는 건물의 건너편에는 웅장한 아파트 단지가 세워져 있다. 그리고 샤오디가 다니는 학교는 부자 자식들이 다니는 거대한 초등학교다. 그 속에서 '소시민' 아버지와 샤오디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고 삶을 살아간다. 이 영화에서 '장강 7호'는 현실에서는 재림할 수 없는 존재다. <이티>에서 '이티'는 엄연히 부재된 아버지의 역할을 대체하다가 떠나며 뭉클한 이별 장면을 연출하지만, '장강 7호'는 기적을 하나 만들고 샤오디의 팬시 상품 액세서리가 되어버린다. 결국 '장강 7호'는 비참한 가난을 구원할 일종의 '요정'이며 '환상'이리라. 마지막 장면에서 우주선에서 쏟아져나오는 '장강 7호'의 모습은 그 존재의 복원가능성 또는 불멸성 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비극적인 일이기도 하다. '이티'는 결코 대체되지못할만큼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장강 7호'는 얼마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장강 7호>는 주성치의 '아이들 영화'다.





















CJ7-장강 7호
감독 : 주성치
주연 : 주성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