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향기 서평

문화향기
- 작성일
- 2008.2.8
리버보이
- 글쓴이
- 팀 보울러 저
놀
리버보이는 열다섯살의 제스의 눈으로 읽는 할아버지와의 행복한 이별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집이 생각났던 것은 사춘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의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이혼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을 조명했다면, 이 책은 죽음이 고통스런 이별이 아니라 강물처럼 흘러가는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라는 삶의 지혜를 말해주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다소 고집이 센 할아버지와 수영을 공기와 같이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제스의 이야기.
화재로 인해 부모님을 잃어버린 고통스런 기억이 있는 고향이었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의 마지막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가족휴가를 자신의 고향으로 결정한다. 몸이 허약해진 할아버지는 여행떠나기 며칠전에 쓰러지시지만, 그의 고집으로 가족여행을 감행한다. 제스의 눈에는 항상 건강하고 열정많은 할아버지였지만, 축 늘어진 지금의 할아버지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낀다.
평생 자신의 그림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자신의 강물그림에 '리버보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제스는 묘한 그 그림을 바라보면서 보이지 않는 소년의 모습에서 그의 존재감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왜 할아버지는 제목을 '리버보이'라 붙였으며, 그림에는 소년이 없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그렇게 여행은 시작된다.
자신의 고통스런 기억이 있는 고향을 굳이 찾으려고 했던 할아버지는 그 곳에서 그림을 완성하려고 한다. 마음은 완성하고 싶지만, 몸이 그동안 많이 쇠약해져서 붓을 마음먹은 대로 쓸 수가 없게 된다.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완성에 대한 집착을 보이면서 집중력을 발휘했던 할아버지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서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림에 대한 포기를 하려고 한다.
제스는 꿈속처럼 느껴지는 한 소년을 강물에서 발견하게 된다. 제스는 그가 '리버보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존재를 알아보려 하지만, 그 리버보이는 제스에게만 보이는 존재. 몇 번의 나타남으로 그녀는 그와 소통을 하게 된다. 그는 할아버지의 그림을 그녀의 손을 통해 완성이 되면 자신을 도와달라는 말을 남긴다.
할아버지는 그림의 완성을 포기하고 병원에 입원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제스는 그런 할아버지의 손이 되어 그림을 완성하겠다고 말을 한다. 결국 손녀의 손을 빌어 그림을 완성하게 되었고, 할아버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제스는 '리버보이'가 도와달라는 말에 강의 시작점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이 말을 듣는 제스는 죽음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지만, 리버보이는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답해준다. 강을 바다로 보내주기 위해 리버보이는 제스와 함께 뛰어들기를 원하지만, 제스는 할아버지 생각으로 차마 뛰어내릴 수 없게 된다. 별장에 도착한 제스는 리버보이의 그림이 할아버지의 자화상임을 알고, 할아버지가 그림을 완성했던 둔치로 달려가 물속으로 몸을 날린다.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제스는 '리버보이'를 찾기 위해 계속 물길을 저어가며, 지칠 무렵 '리버보이'의 등장으로 힘을 내게 된다.
강의 시작점에서 바닷가에 도착한 제스는 자신의 여정이 끝났음을 알게 되며,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며 모으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했다면, 그 마지막인 죽음에 도달하더라도 아름답고 행복함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은 슬픈 일임에 분명하지만, 강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는 것처럼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다시 시작될 것이다.
죽음이라는 이별은 슬프고 두렵지만, 그런 순간마다 잘 견딘다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며, 인생을 의연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잔잔한 강물처럼 '리버보이'는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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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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