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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사색
글쓴이
이계삼 저
꾸리에북스
평균
별점8.5 (4)
노누사

2002년 한국의 여름은 한바탕 축제였다. 월드컵 축구 열기가 무더위를 날려 버리고 퍼붓는 소나기조차 별거 아닌 양 옹색하게 만들었다. 그 때 대다수는 한국 축구가 환골탈태했다고 여겼고, 진정으로 K리그는 부활했다고 믿었다. 일방적인 감상론이 지배할 때, 나는 두려웠다. 과연 4강이 우리의 진정한 실력인가? 유지불가능한 찰나적 성과에 대한 과대포장을 깨달을 때의 비참함을 느끼기 두려웠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축구는 조금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세계축구의 변방 아시아에서도 확고한 1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bottom-up으로 한국 선수들은 과거보다 활발히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나선형 역사발전의 사례이지 않을 까 싶다.


 


2008년 시민들이 일구어낸 또 다른 축제가 있었다. 이 명박 정부가 멍석을 깔아줬다지만 명백히 해방후 한국사회가 겪어보지 못했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축제였다. 그리고 이 정치축제를 개막케 했던 것은 여리디 여린 나이어린 학생들이었다. 시민사회는 드디어 한국도 풀뿌리 민주주의와 시민조직이 공고히 되어 간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공고해 진 것은 보수언론의 대동단결이요, 일방적으로 밀리던 인터넷 여론에서 극우세력의 조직적 저항이었다. 과거에는 보수진영에서 기대못한, 볼 수 없었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이 답답하고 어두운 현실도 나선형 역사발전의 하나일까? 


 


내가 두 가지 사례를 든 것은 근거없는 희망이 당장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이 책에서 던지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이해하는 것이 절실하다.


 


'변방의 사색'은 솔직해서 좋다. 강퍅한 한국사회에서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확고한 인생목표를 설정하지 못하는 헤매이는 청춘들에게 덧없는 위안을 달래주는 저명한 힐링멘토들이 던져주는 진통제가 아니라 비정규직 혹은 실업의 덫에 빠질 수 밖에 없을 시름하는 제자들에게 거부할 여지가 없는 다소 암울한 현실을 알려 주고 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대안 - 농업기반의 지역공동체를 설립하려는 저자의 청춘 콘서트인 셈이다. 


 


 나아가서는 시골교사 이 계삼이 지방사회, 특히 밀양을 배경으로 한 농촌지역의 학교생활과 교육현실을 고백하는 에세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나는 이 책에서 한국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적 모순과 과제들의 총집합을 엿보았다. 오늘날 다양한 한국병을 이해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기앞서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를 성찰하기에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한 마디로 우리 사회가 갖는 진정한 문제란 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은 30%를 위한 교육이다. 나머지 70%는 덧없는 희망을 혹은 불량과 일탈만을 강조하는 교육이다. 그러나 30%를 위한 교육도 지옥같은 경쟁이 불가피한데 이 경쟁에서 이긴들 저성장에서 오는 안정적 일자리는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진다는 현실에서면 경쟁은 얼마나 초라한가. 이러한 절망적 상황에서 공교육은 전혀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좌절을 던진다. 


 


공교육의 무참한 현실은 곧 열정적인 전교조 회원인 저자 스스로 전교조의 허약함과 전교조가 갖는 교육담론의 앙상함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아이들에게 들이대는 낙오될 수 있다는 공포의 기제를 넘어서는 대안적 삶은 어떤 것일가? 전교조는 어떤 대안으로 아이들을 대해줘야 할까? 충분히 놀고 인격적으로 대우받으며 낙인찍히는 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서로 서로 섞여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서 온전한 자신의 삶을 영위해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면 전교조는 어떤 기능을 해야 할 까? 이제 전교조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조직이 아니라 아이들 삶이 척박해진 이 현실을 거부할 수 없는 조직이 되었다는 고해성사를 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일으킨 그 마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역설을 주장하며 현실을 과감히 인정하고 대안을 갖자고 한다. 그는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문화자본(지적환경) > 경제자본(교육비용) > 지역사회 인프라 > 학교교육임을 예로 들면서 이러한 구도가 정착된 상황에서 성취도에 가장 적은 영향을 주는 학교에 서열화를 강조하는 것은 "끼리끼리" 의식, 부와 지위세습에 유리한 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함임을 파헤친다. 


 


그렇다면 다수의 소외된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 교육은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흙(농업)'과 '가난'을 강조한다. 이는 노동의 체험, 땀의 의미, 살을 맞대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것이고 소외된 아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지역 네트워크의 형성을 말하는 것이다. 즉, 


한국사회에 진정한 교육시스템이 정착하려면 국가가 돈으로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복지국가를 뛰어넘는 복지사회-사회가 인간관계를 떠받치는 것-로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이 사회, 국가담론으로 도약하는 순간, 저자의 날카로운 칼끝은 이제 한국 정치와 사회구조, 발전논리에 대한 조목조목 비판이 이어진다. 이 책은 이러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시골교사의 단상(1부 봄날의 고백) - 학교 교육의 실태 고백(2부 시골교사가 이명박에게) - 대안교육(3부 흙과 땀으로 꿈꾸는 꿈) - 극복해야 할 낡은 현실(4부 헛것들의 황혼) - 지향해야 할 목표(5, 6부 그의 손을 잡아야 할 백가지 이유, 지금 여기 이미 와있는...) 으로 교육에서 한국사회의 진단과 나가갈 담론의 주제를 던져준다.


 


이 책에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안이 구체적이지 않다. 그는 밀양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 특히 농업을 기반으로 한 그 것을 대안으로 적시한다. 이러한 지역 소조직이 하나의 풀뿌리로서 대의정치의 진정한 대안임을 강조한다.


 


도시에 살았던 나로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주제들이 있다. 과연 농업은 수지맞는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 계약과 해지를 반복하는 비정규직의 삶이 과연 정부 보조금을 통해 고향에 뿌리내릴 독립적 소농의 삶으로 바뀐들 진정으로 행복을 줄 수 있을까? 환경운동의 진정성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성숙된 시민사회의 참여운동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적 현실에서 시민의 조직화된 참여가 월드컵 사례처럼 과연 자발적이고 헌신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까?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점점 그 헤택의 기득권이 보편화됨을 의미하므로 추세적인 보수적 물결의 흐름속에서 특히 반동적 극우세력이 준동할 수 있는 한국현실에서 정당정치가  재편되는 것이 시급한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들이 줄지어 일어난다.


 


이 책은 그러한 의문에 답을 줄 수 없다. 이 책에서 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나와 독자들이 차분히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조그마한 지역활동을 통해서 공고히함으로써 얻을 몫이다.


 


변방의 사색은 역사의 발전을 믿는 보편적 진리에 던지는 하나의 파문이다. 그 파문의 너울에서 나와 한국사회의 진일보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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