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음악 이야기

기역니은

공개여부
작성일: 2011.2.16

어제(미국시각 13일) 미 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 시상식 '제53회 그래미 어워드'가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케이블 음악 채널 '엠넷'에서는 생방송으로 중계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다들 챙겨보셨는지요? 평소에 엠넷이 '개넷' '막장' '쓰레기 채널'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이번만큼은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

힙합의 제왕 '에미넴'이 10개 부분 후보에 오르며, 얼마나 많은 상을 받을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주인공은 신인 밴드 'Lady Antebellum'이 5관왕을 차지하며 신데렐라로 거듭났습니다.

한편, 이웃 나라 일본 아티스트의 수상 소식도 이어졌는데요, 통산 누계 판매량 8,000만 장에 육박하는 일본 음악씬의 전설이자, 2007년 아시아 락 밴드 최초로 할리우드 '락의 전당'에 입성한 락 유닛 '비즈'의 멤버로 일본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마츠토모 타카히코(松本孝弘)가 재즈/퓨전계의 거물 래리 칼튼(Larry Carlton)과 조인트 한 앨범 'TAKE YOUR PICK'이 최우수 팝 인스트루멘털 앨범상을 받았습니다.

그래미상 3회 수상 경력의 칼튼씨의 권유로 앨범에 참여했다고 하는 마츠모토는, "그래미는 나 자신의 오랜 세월의 목표이며, 계속 동경해 온 꿈이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정말로 현실의 것이 되었습니다."라고 밝히며 감개무량한 모습이었습니다.

팝스 부분에서의 수상은 일본인 첫 쾌거로 과거 4명의 그래미상 수상자를 배출해 온 일본이지만, 이번 마츠모토의 수상으로 좀 더 흥분기색인 것 같습니다.

역대 일본인 그래미상 수상자 일람

1987년 그래픽 디자이너 이시오카 에이코(石岡瑛子, 최우수 앨범 패키지상)
1989년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최우수 영화/음악 앨범상)
2001년 신시사이저 연주자 기타로(喜多郎,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상)
2008년 북연주자 나카무라 코지(中村浩二,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상)
2011년 기타리스트 마츠모토 타카히코(TAK MATSUMOTO, 최우수 팝 인스트루멘털 앨범상)
2011년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内田光子, 최우수 인스트루멘털 솔리스트 퍼포먼스상)

이날 마츠모토 말고도 모차르트 연주로서 유명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内田光子)씨가 '모차르크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제24번'으로 최우수 인스트루멘털 솔리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했으며,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씨(上原ひろみ)와 거문고 연주가 마츠야마 유키코(松山夕貴子)씨가 각각 참여한 앨범이 수상하는 소식도 이어졌습니다.

즉, '제5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일본인 아티스트가 직간접적으로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올린 것인데요, 역시 세계 제2의 음반시장과 어느 장르든 존중받는 풍토가 오늘날 영광을 있게 한 밑거름이 이었을까요?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일본 음악을 즐겨듣는 마니아 입장에서 기쁘게 축하는 해주었지만, 가슴 한쪽에서 밀려오는 씁쓸함은 감출 수가 없더군요.

언제쯤 한국인 아티스트가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어 수상하는 날이 올까요?
언제쯤 락 밴드가 대접받는 날이 올까요?
언제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폭넓게 소비되고 사랑받는 날이 올까요?

한국인 최초의 그래미상,,,
앞서 언급한 것이 선결되지 않는 이상 허황된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언젠가가 될지 모를 그날을 위해 조금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래미상을 받으신 'TAK MATSUMOTO'상께 멀리서나마 정말로 축하드린다고 전하고 싶네요. by paper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