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이삭줍기'(1857)

'만종晩鐘'(1859)

19세기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달된 새로운 인류역사의 국면에서 당시 현실을 있는그대로 표현한 화가들이 있다. 이들은 종교나 신앙을 불러일으키기위한 성화聖畵나 인간사회를 도외시한채 자연의 풍경에 몰입하거나 추상抽象적인 이미지에 국한하는  초현실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았는데, 대표화가들로는 오노레 도미에, 구스타프 쿠르베, 장 프랑수아 밀레가 있다. 이들의 그림의 경향을 지칭하길 현실을 그대로 베끼듯이 그림을 그린다고 하여 '사실주의'寫實主義Realism라고 하며, 이 단어는 사전적으로 '실재하는 현실을 주관적으로 변형ㆍ왜곡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충실하게 반영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태도'(출처:네이버백과사전)를 의미한다. 이러한 리얼리즘은 '당대의 현실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자 현실의 규명(糾明)이며 세계관의 반영'(출처:네이버백과사전)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게 되고, 하나같이 서민, 민중, 농민들의 삶의 애환을 묘사한다는 데서 본다면 지배층의 부도덕과 당시사회의 모순이나 부조리를 폭로하는 정치적 의미로도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삼등열차』(1864)또는 『돌깨는사람들』(1849)을 보면 당시 기계로 작동되는 공장산업의 발달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지배계층인 부르조아지들에게 노동력을 팔아 생계비에 근접하는 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노동자들(프롤레타리아)의 일상적 삶의 현실이나 곤경을 느낄 수 있다. 『공화국』(1848)이라는 그림에서는 사회변동이 극심하게 일어나던 19세기 중엽인 1848년의 프랑스2월혁명의 상징성을 알아가게 된다. 도미에는 당시 혁명기간동안 본인이 해석했던 혁명의 의미를 구체화했고, 그림에서 보이는 삼색깃발을 쥐어잡고 있는 어머니는 '공화국'을, 그 어머니의 젖을 빨고있는 아이들은 새로 생겨난 '정치집단'을 각각 표상하고 있으며, 책에 골몰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혁명의 정당성을 위하여 사상思想적 무장武裝이 필요함을 드러낸다고 한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에서는 눈부신 물질문명의 발달속에 소외되어있고 역시 생계수준의 소득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농촌사회에 살고 있는 민중들의 고된 일과日課를 잔잔히 묘사하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농민들의 애환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있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은 해석하기가 모호한 측면이 있는데, 그가 단순히 목가적인 전원을 예찬하기위해 그림을 그린 것으로도 느껴지며 사실 그는 오노레 도미에나 구스타프 쿠르베와 같이 현존당시 성공하지 못한 '마이너'가 아니라 말년에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미술계의 '메이저'로 부각한 일면에서도 추측될 수 있을 것이다. 『이삭줍기』(1857)를 잘 보면 이 그림은 추수가 끝난 뒤 가장 힘들고 낮은 수준의 일이라 볼수 있는 이삭 줍는 여인들의 모습이 드러나는데==이삭줍는 일은 역사적으로도 '최하층 빈민'이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있다==허리를 굽히고 힘든 자세로 부역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 삶의 고통과 곤경을 알 수 있게 하며, 『만종晩鐘』(1859)을 보면 수확된 감자를 담은 바구니를 내려놓고 교회의 저녁종을 들으면서 기도하는 농민부부의 모습에서 처절한 농촌의 현실을 상상하게끔 한다. 이렇게 본다면 장 프랑수아의 그림은 당시 산업화의 물질적 풍요속에서 오히려 가난하게 되고 멸시받는 농민이라는 민중의 고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에 그 해석은 여전히 이중적이고 모호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