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잠긴
- 작성일
- 2011.1.22
테메레르 1
- 글쓴이
- 나오미 노빅 저
노블마인
테메레르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서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약속이 있으면 항상 시내의 서점에서 만나기로 하는데, 그 날도 역시 서점에서 두리번 두리번 눈에 띄는 책을 만지작 만지작.. 펼쳐보고.. 뭐 그러고 있었지.
그 때 눈에 띈 한 권의 책이 바로 <테메레르>였다. 아니, 그보다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 영화화 결정'이라는 띠지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고 해야겠다.
마침 <반지의 제왕>을 소설로 다시 읽어보면서 처음에 그냥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재미에 헉 하고, 다시 돌려본 영화에 와.. 잘 만들긴 잘 만들었다.. 뭐 이렇게 생각했으니까, 마침 그의 이름이 눈에 띈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고 말았던 테메레르.. 재밌다 재밌다 이야기만 들었지 이래놓고 또 읽을 기회가 없다보면 그냥 잊고 지내기 마련인데, 최근 6권이 출간되면서 다시 관심이 뜨거워졌다.
그 와중에 1권을 읽을 기회가 생겨, 테메레르가 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펼쳤다. 판타지 소설을 또 좋아하니까 이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면 당연히 나 정도는 그 분위기에 얼마든지 휩쓸릴 수 있을거라 자신하면서.
처음에는 주요 등장인물과 용들이 소개된다. 뭐라뭐라 길게 설명은 되어있는데 이름 기억하기도 참 힘든 것이 또 조금 움찔하지만 이 정도도 신경쓰지 않고 읽다보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거다, 하며 어쨌든 결론은 오랜만에 읽는 판타지 소설에 무지무지 기대하면서 펼쳤다는 것이다. (책 펼친 얘기만 도대체 몇 번 하는 거야..-_-;;)
그런데.. 그런데!!
새끼 용이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찡그리고 있어?"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p.37
기대 이상이다! 첫 페이지부터는 좀 과장이고 정확히 37페이지, 말 한마디 하고 나서 내 마음을 홀랑 앗아간 녀석이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테메레르였던 것이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정복하려는 야심으로 영국과 프랑스가 해군 로렌스 대령이 이끄는 렐리언트 호가 프랑스의 아미티에 호와 결투 끝에 전리품으로 얻은 것에 용알이 포함되어 있었다. 용알은 워낙 귀하기에 용알을 바쳤다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포상금을 받을 수 있기에 렐리언트 호에 탑승하는 군인들은 하나같이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알이 딱딱해지기 시작한 것이 곧 부화할 것 같다. 순간 해군들은 입을 다물고 만다.
그것은, 용이 태어나는 순간 한 명은 용에게 안장을 채우고 자나깨나 용과 함께 생활을 해야하는, 다시 말해 '공군'으로 신분이 바뀔 운명에 놓이기 때문이다. 순탄한 결혼생활은 커녕 가족들과의 만남조차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 공군 생활에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 어쩔 수 없이 제비뽑기를 통해 용의 비행사가 될 사람을 선택하고 용이 부화하길 기다렸지만, 깨어나자 마자 용은 로렌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던 것이다. 새끼 용에게 '테메레르'라는 이름을 붙여준 로렌스는 어쩔 수 없이 테메레르의 비행사가 되기로 한다.
어라? 좀 이상하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당연하다. 용이 등장하는데 뭐가 현실적이겠어. 그런데 좀 사실적이기도 하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나폴레옹이라는 구체적인 시대적 정황을 바탕으로,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공군'을 용의 존재와 함께 등장시킴으로써 나폴레옹 전쟁에 공중전을 등장시켜, 이를 생생하게 그려낸 것이다.
판타지 소설의 백미는 역시 낯선 존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주인공의 모험과,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에는 전쟁이 존재했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사우론에 맞서 세계의 종족들이 연합을 했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는 '해리'로 대표되는 선과 '볼드모트'로 대표되는 악의 싸움이 있었으며, <묵향>에서는 무림 세계 뿐 아니라 묵향이 날아가버린 새로운 판타지 세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어쨌든, 전쟁, 전쟁! 확실히 판타지에는 '전쟁'이라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으리라.
나오미 노빅 역시 나폴레옹 시대의 전쟁을 바탕으로 거기에 '용'의 존재를 가미함으로써 그 전쟁의 또 다른 국면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중심은 해군에서 공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로렌스 대령과 중국 황제의 용이라 일컬어지는 희귀종 테메레르의 만남이다. 둘이서 함께 공군 기지로 훈련을 받기 위해 떠나고, 그 곳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용들, 벌어지는 갈등, 그리고 훈련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공중전.. 그 모든 것이 긴박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지금은 멸종했을 뿐이지 진짜 나폴레옹 시대에는 용이 함께 전쟁을 했을지도 몰라..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한 번에 훅 가게 만들었던 <테메레르>의 챠밍 포인트는 역시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이다. 처음 입을 여는 순간부터 로렌스를 자신의 비행사로 삼아 함께 전쟁에 나갈 때 까지, 테메레르는 어찌나 다정다감한지 내 마음을 홀랑 뺏아가서는, 내가 비행사 하면 안되냐며 부러워 죽는 줄 알았더랬다. 아마 테메레르는 로렌스가 있으니 나를 거부했을 테고 그에 할 말은 없다. 그러면 나도 용 한마리 데리고 비행하고 싶다고! 하며 어쨌든 용 한마리 데려다 키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뭐 이런 상상을 했단 말이다. 그런데 아마 지략이 부족하고 군대에서의 명령 수행능력과 무엇보다 신체 능력이 딸려 그것은 불가능했겠지 싶다..ㅜㅜ
테메레르의 날개 밑에서 책을 읽어주는 다정한 로렌스도 로렌스지만, 온갖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책을 읽어주는 로렌스가 배울 정도로 똑똑해졌으며, 언어 습득 능력도 엄청나고 다른 용은 못하는 정지 비행도 할 수 있으며 다른 용들이 독이나 산, 불을 내 뿜을 때 그런 것 못한다고 의기소침해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아하고 '신의 바람'이라 일컬어지는 주변 공기를 진동시키는 능력도 있는 테메레르가 너무 귀엽고 좋다. 이 둘 사이는 밀당 이런거 필요없다. 그저 비행사와 용으로써 완전한 신뢰관계로 유지되고 있는 둘을 보니 아이고, 어찌나 부러운지 진짜 꿈에서라도 나도 이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며 몸부림치는 내가 있었다.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전쟁에 참여해 활약을 펼친 둘이지만, 2권의 소개를 보니 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 같다. 또 펼치면 손에서 못 놓고 6권까지 다 읽어치우고 다음 권을 기다리지 못해 안달복달하고 있을 것 같은 내 모습이 상상이 된다. 아.. 안돼..!! 이런 매력쟁이들 같으니라구...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