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외

구름책방
- 작성일
- 2023.6.10
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 글쓴이
- 마쓰 구쓰타로 저
눌와
오늘날 거의 70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인구들은 약 6천 가지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그 중 현재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채 100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그 절반쯤 된다고 한다). 그래도 적지 않은 수이다 보니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문자들도 많다. 이 책은 그런 세계의 여러 문자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어렵고 딱딱한 책일 것 같지만, 막상 읽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너무 가벼운 느낌마저 줄 정도. 그건 저자가 책에서 문자를 소개하는 방식에서 바로 알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주로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글자의 “모양”이다. 어떤 문자에 직선이 많은지, 곡선이 많은지, 특징적인 가로선이 있는 인도 쪽 문자들이나 마치 무슨 그림 같은 마야 문자 등등. 거의 모든 항목을 그 문자가 가진 모양에서 받는 인상을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 모양에 대한 설명이라는 것도 무슨 학술적인 근거가 있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저자의 개인적인 느낌과 감상뿐이다. 예를 들면 왠지 날카롭게 생긴 티베트문자는 뾰족뾰족해서 위험하다거나, 캄보디아에서 사용하는 크메르문자의 모양이 왠지 빨래를 널어놓은 것 같다는 식.
아, 방금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을 설명했는데, 저자가 말 그대로 유머에 대한 강박증이라도 있었는지, 모든 항목에 이런 식의 아재 개그를 넣고 있다는 점이다. 아재요, 유머 그렇게 쓰는 거 아니에요.
너무 책에 대한 혹평만 했나 싶어 그래도 이 책의 장점을 하나 꼽아 보자면, 전 세계의 독특하고 다양한 문자들을 한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에 이런 생소한 문자들을 애써 주의를 기울여 보지 않았던 차에, 서로 영향을 준 비슷한 문자들을 모아 볼 수도 있었고.
당연히 한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써놨을까 궁금해 가장 먼저 찾아봤는데, 간략한 사실에 대한 서술 말고 별다른 감상도 없다. 이쪽은 드디어 아재개그가 다 떨어진 걸까. 반면 일본 문자인 가나에 대해서는 굉장한 찬사를 붙이고는, 막판에는 문자가 없는 민족들에게 그들의 말을 적을 수 있는 문자로 가나를 추천하자는 말까지 (물론 반쯤은 장난으로 유쾌하게) 덧붙인다. 근데 가나는 모음 표현이 너무 부족해서 힘들 거예요.
성인보다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에게, 세계의 다양한 문자들을 가볍게 소개하는 책이라고 보면 또 뭐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개중에 문자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은 좀 더 전문적인 책을 찾아보면 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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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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