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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가짜 노동
글쓴이
데니스 뇌르마르크 외 1명
자음과모음
평균
별점8 (161)
phistory75

노동시간은 우리사회의 오래된 화두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이 얼마인지와 초과근무시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들은 늘 첨예한 대립을 불러온다. 많은 뉴스에서 알려주듯이 우리나라는 정말 많은 시간을 일한다.



 



출근 전 개인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주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나는 항상 의문이다.(7시경에 김포공항역을 통과하는데 정말 사람이 많고 다들 너무 바쁘다) 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다들 어디를 가는걸까?



 



우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 일한다면 결국 제대로 된 노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질문이 노동시간이든 임금이든 무엇이든 간에. 게다가 AI가 급격하게 보급되고 쓸만한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어들거라는 어두운 전망 앞에서 우리의 노동(직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설 수 밖에 없다.



 



두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노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가짜노동과 진짜노동을 밝히고, 왜 노동이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짜노동에 쓰고 있는지를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거의 고발 수준인데, “가짜노동그 단어 자체만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을 댓가로 생계를 이어가는 우리 모두는 가짜라는 말 앞에 우리가 마치 도둑이 된 듯한 죄책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의 가짜노동규명 작업은 꽤나 아프게 다가온다.



 



이야기는 결국 노동왜 중요한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저자들은 노동의 가치가 인간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며 가짜노동을 벗어나라고 촉구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가짜 노동은 그냥 텅 빈 노동이 아니다. 바쁜 척하는 헛짓거리 노동, 노동과 유사항 활동, 무의미한 업무(p.96)”.



 



1930년대 학자들은 미래사회를 우리가 하루에 매우 적은 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불행히도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렇다면 가짜노동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을 해킹함으로써 가짜 노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대가를 지급하는지의 여부도 가짜와 진짜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며, 노동시간을 가치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의적인 거짓말 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노동의 허위적 본성을 포함한 세계의 허위적 본성 자체가 문제죠... 우리는 인간의 삶에서 의미와 자율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들죠. 컨설팅, 코칭, 브랜딩, 홍보 이런 것들이 이 논리로 끌려들어갔어요. 모든게 문서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 문서는 좋아 보여야 하죠. 해결책이 사실상 문제를 일으키고요“(p.227)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그 생산물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생산물의 가치는 거기에 투입된 시간에 의해 정의된다고 애덤 스미스가 우리에게 가르쳤기 때문이다”...“생산물의 가치가 아니라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다는 관념은 우리안에 깊숙이 박혀있다. 그 결과 일이 실제보다 오래 걸린다고 말해야 유리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p.278)



 



공공부문에서 저자들이 말하는 가짜노동은 너무나 만연해 있다.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시스템과 문서들은 어떻고. 뿐만아니라 사람을 믿지 못해서 혹은 좋아보이는 것들을 따라하기 위해서 하는 일들은 얼마나 많은지.



 



책을 읽는 순간 순간 너무 실랄해서 아프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왜 노동이 중요한가. 가짜노동은 왜 문제인가. 왜 우리는 왜 일하는가. 그에 대해 저자들은 노동은 세상과의 유기적 상호작용이라고 말한다.



 



성취과정이 가치 있다는 관념은 끈기있게 이어졌다.... 칭찬의 대상은 작업과정에 투입된 노력 그 자체였다.”..“노동은 처리활동이다. 사물을 만들고 처리하는 행위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며, 한 인간이 세상에 들어가서 자기 자신이 되는 방식이다. 인간이 환경을 처리하고 자신을 외면화, 즉 체현하는 건 노동을 통해서라고 헤겔과 마르크스는 말했다”..“우리는 주변세계를 처리함으로써 뭔가를 바꿔놓는다”..“인간은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을 일하는 존재로 형성시킨다”...“노동은 인간의 내면을 외면화시키고 외부를 내면화시키는 활동이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안에서, 환경 안에서 자리를 찾는다고 헤겔과 마르크스는 말하곤 했다”..“인간은 일할 때 즉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자유롭다”(p.323)



 



노동은 인간이 되다는 것의 의미와 불가분으로 연결돼 있어서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의 유일한 핵심은 본질적으로 살고 있는가 비본질적으로 살고 있는가의 문제다. 왜냐하면 노동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이루는 일부이기 때문이다.”(P.324)



 



결국 노동은 인간의 본질이다. 제대로 된 노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존재의 손상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가짜 노동이 끼치는 진짜 해악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의 본질에 대한 저자들의 시각에 완전히 동감한다. 노동이 생계의 수단임은 분명하지만 생계 문제와는 다른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통해 노동의 해방을 외쳤지만 이는 노동의 가치가 자본가들에게 착취 당하기 때문이고 노동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는 밝혀주지 못한다. 그런면에서 이 책에서 밝히는 노동의 본질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생계만을 위한 노동이 결국 우리를 황폐하게 하는지 알 듯 하다.



 



가짜노동이 왜 문제인지, 노동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크게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가짜노동을 없애기 위해 동참하라는 저자들의 요구에는 안타깝게도 응할 수가 없다. 생계 때문이라는 대답도 맞고,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변명도 맞고, 실제로 그런 행동이 가능하지 않다는 변명도 맞다.



 



비록 가짜노동을 없애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는 없으나 노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귀한 책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한 노동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조금이라도 가짜노동을 더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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