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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갇힌 소년
글쓴이
로이스 라우리 저
F(에프)
평균
별점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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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이랄까, 까다롭달까, 기준이 높달까? 무엇에든 절대적인 충성이 없는 편인 나에게 인생 작가가 있다. 원어의 느낌대로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외국어 공부의 원동력이 되었고 모국어만큼의 완벽한 이해는 아닐지라도 영어와 일어 원서를 읽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작품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의 기쁨이고 보람인 것 같다. 그 와중에 현재로서는 딱 한 분 인생 작가는 바로 로이스 로리 작가님이시다. 하와이 출신의 아동/청소년 문학가인 그녀는 영미권 아동문학의 최고의 명예인 뉴베리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이다.



모든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이번에 읽은 책 《침묵에 갇힌 소년》은 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새로 단장하고 개정판이 나온 것 같다. 원서는 《The Silent Boy》로 2003년에 출간되었다.



이야기는 1987년 이제 노년의 은퇴한 의사인 캐이티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19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할머니가 어린 소녀 캐이티였을 때의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 말을 하지 않는 소년 제이콥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이어진다. 캐이티는 사랑이 많은 부모님과 유복하고 안온한 가정 환경 속에서 건전하고 영특하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소녀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듯이, 캐이티의 아버지는 진료소에서도 환자를 돌보지만 24시간 환자가 필요로 할 때면 왕진도 하는 양식 있는 의사이다.



캐이티의 이웃들도 참 유별나지만 따뜻한 사람들이다. 새로운 신문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옆집 비숍 씨, 그런 남편을 못말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웃음으로 넘기는 비숍 씨 부인, 캐이티의 소꿉친구인 비숍 씨의 작은 아들... 캐이티의 엄마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시골 농장에서 페기라는 소녀가 가정을 돌봐주기 위해 '가정부'로 캐이티의 집으로 온다. 페기의 언니 넬은 옆집 비숍 씨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이 둘은 자매이면서도 무척이나 성격이 다르다. 일은 야무지게 잘하지만 화려하고 허영심 가득하며 늘 뉴욕을 동경하는 넬과 달리, 페기는 수줍음 많으면서도 믿음직하고 충실하다. 캐이티와 친 자매처럼 지내고 캐이티의 부모님도 페기를 무척 아낀다. 페기의 집은 시골 농장인데 가난 때문에 넬과 페기가 집을 떠나 일을 한다. 페기에게는 자폐아(로 판단되는) 남동생 제이콥이 있다. 제이콥은 여러 가지 소리를 그대로 흉내를 잘 낸다. 캐이티는 아무 말이 없지만 제이콥이 좋다. 제이콥은 밤중에 캐이티네 집 마구간에 와서 말들을 어루만지다가 돌아가곤 한다. 6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걸어와서 말들을 어루만지다 돌아간다. 캐이티는 굳이 아빠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그림 같이 평온한 일상의 풍경들이 그려지지만 실은 불온한 시대였다. 제 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세계는 불안한 정세 속에 흘러가고 있었고 경제 대공황 이 전의 불안한 사회 변화들, 그 가운데서 화려한 뉴욕의 무대를 동경하지만 가난한 식모에 불과한 넬의 동경과 허영... 그런 넬을 이용하기만 하는 비숍 씨의 장남 폴의 불장난...



작중에서 그려지는 여러 이야기들이 하나의 결론을 향해가는 복선이라는 것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다. 성미가 급한 독자인 나는 사건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인물들의 이야기가 느릿느릿 풍경처럼 그려지나 했다. 뭔가 불행한 사건이 그려질 듯한데, 그런 그림자가 계속 드리워지는데 폭풍 전야 같은 어두운 평온함이 계속되는 것일까 하며 읽어갔다. 아니다다를까,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의 저력이 여실히 발휘된다. 갑자기 다가온 거대한 소용돌이, 마지막 몇 장 속에서 여태까지의 풍경들이 하나하나의 퍼즐조각으로 연결되며 온전한 그림으로 연결되었을 때, 난 통곡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면 땅을 치며 울었을 것이다.



너무나 애절하고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진실이었다. 사건의 끝은 비극이었지만 제이콥의 진심, 그것을 알아차린 유일한 사람 캐이티... 사건 이후의 제이콥의 행방은 아무도 모르지만 아마도 불행이었을 것이다. 말을 하는 사람이 깨닫지 못하는 침묵에 갇힌 소년의 비밀... 어찌할 힘도 없는 캐이티...



로이스 로리 작가는 급성 백혈병으로 언니를 잃은 경험이 있고 또 아들은 먼저 보낸 경험이 있다. 그 경험들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그녀의 작품에 충격적이면서도 중요한 진실을 말해주는 듯하다. 자전적 소설 《A summer to Die (그 여름의 끝)》에서는 출산을 앞둔 젊은 부부가 갓난아이가 만일 잘못되었을 때 무덤자리까지 예비해 두었던 부분에서 난 울었었다. 우리 큰아이가 태어날 때 그럴 수 있었기에 그 마음을 알기에 그 각오를 알기에 울었다. 또 《The Giver (기억 전달자)》 4부작 중 4번째 작품인 《Son (태양의 아들)》에서 그려진 히로인의 모성은 남다른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제이콥이라는 14세 소년의 모습에 한없는 애정과 연민이 따뜻하고도 아프게 그려져 있다. 원서의 표지 그리고 역서의 마지막 장에 들어가 있는 사진은 책 속에서 그려진 제이콥 그 자체였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통곡을 부르는 책이지만 또 한 권의 소중한 로이스 로리 작가님의 작품으로 내 맘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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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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