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과학적인가? 다시 말해 경제학은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가?라는 물음은 답이 뻔할 수 있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립된 이론(도구)의 성격은 얼마든지 객관적일 수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상과 관점, 사용 방식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학은 매우 인간적인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학문 또는 공부의 목적은 현상의 재현이다. 무언가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은 최소한 이해했다는 뜻이며, 그 이해가 만약 낮은 수준이라면 최소한 더 깊은 경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 혹은 발판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학문은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고 해결책을 찾거나 최소한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그 과정에서 문제의 표면과 이면, 그 전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그 과정을 ‘현상의 재현’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이 책은 그 주제에 따라 경제 현상의 재현이 학자들마다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탐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은 현상 혹은 현상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며 나아가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18세기는 산업혁명의 물결과 제국주의의 팽창이 가속화되는 시기였다. 그 가운데에서 분업의 효율성을 발견하고 노동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애덤 스미스의 사고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는 경제학자이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철학자이기도 했다. 인간의 이기심과 자비심이 조화를 이루면서 최고의 생산성과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고전경제학의 비전을 그려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역사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가진 자의 착취와 노동 계급의 투쟁이 물고 물리는 다툼의 연속이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고전학파 경제학을 정점으로 이끈 데이비드 리카도, 인구의 증가가 곧 국가의 부의 증대와 연결된다는 생각을 정반대의 관점으로 바라본 ‘인구론’으로 유명한 맬서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상적 결합을 꿈꾸었던 존 스튜어트 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학 도구로서의 수학’이라는 방법을 확립했던 레옹 왈라스, 자본주의를 고쳐 더 선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케인즈, 권력이 있었음에도 이상을 구현시키지 못했던 레닌, 한국적 경제민주주의를 고민했던 박현채 등이 소개된다.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메타적 문제의식”의 관점에서, 다시 말해 “주류 패러다임이 놓치고 있는 것”을 경제학 역사의 거장들의 시대적 역할과 한계라는 경제학 내러티브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현재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등에서 접하고 있는 수많은 경제 관련 소식들이 얼마나 비본질적인지 생각하게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경제 문제가 정치 문제와 결코 떨어질 수는 없지만, 우선 순위와 논리의 순서가 근본을 벗어났다는 인상을 매번 느낀다. 이 책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쏟아지는 경제 관련 뉴스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더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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