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다
  1. R :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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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05 연극 M.Butterfly 엠버터플라이 : 이석준 전성우

관람일시 : 2014년 4월 5일 15시

관람장소 :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

좌석 : 1층 A열 오른쪽 사이드

케스팅 : 르네 갈리마르 이석준 송 릴리 전성우

 

 

 

 

 

줄거리

  사랑이란 이름의 환상에 사로잡힌 남자. 

 그리고 그 욕망이 만들어낸 그의 연인 ‘나비’ 

 1964년 중국 베이징.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오페라 나비 부인의 여주인공 ‘송 릴링’의 도도하며 우아한 자태에 매료된다. ‘송’과의 만남이 계속 될수록 예전엔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며 그녀와의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누리던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와의 사랑을 선택한 ‘르네’는 어느 순간 국가 기밀 누설죄라는 중대한 사건의 한 가운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출저 : 플레이디비

 

 

 

 

 기억을 더듬어 보는 후기


00 더 좋아졌다는 말이 뱉음과 동시에 어려워졌습니다 8ㅁ8 배우님들 연기에 깊이가 생기면서 제게 공부거리를 잔뜩 안겨주셨어요. 나오자마자 후기녹음은 잘 안하는 편인데 하나라도 날아갈까봐 올라오면서 녹음버튼 누르고 중얼중얼.

 

 첫 마디가 "내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늘보가 케릭터를 발전시킨 걸까. 오늘 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졌다. 흐려졌다. 진짜 선에 경계가 없어졌어."

 

01 초반부에서 르네는 감옥에서 "저는 매일 밤 우리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연극을 만들어 봅니다. 새롭고 멋진 엔딩 장면. 잃어버린 명예도, 그녀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해피엔딩을 탐색하면서." 라는 대사를 뱉습니다. 그 때 석르네 표정을 참 좋아하는데, 담담하게 적당히 장난스러우면서, 동시에 뭔가 슬프기도 하고, 화와 비슷한 감정을 속에 품고 있는 듯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과 톤. 그 감정은 오페라 나비부인 스토리를 이야기로도 이어집니다. 상대를 알 수 없는 경멸감과 동시에 보이는 슬픔.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르네는 자신의 정교한 환상 속에서나마 그녀를 잃지 않기 위해 연극을 만드는 것처럼, 그 깊은 사랑의 감정 속에 가끔은 자신의 가치관을 깨고 남자인 쏭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자신에게 일정한 화와 분노를 품고 살아오지 않았을까.

 

02 "당신에게 내 수치심을 받쳤어요." 대사도 꽃송은 이 말에 르네가 넘어올거야, 라는게 얼굴에 딱 드러나는데, 늘보쏭은 그 경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하는 건지 (연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 수치심이라는 단어를 뱉으면서 정말로 르네에게 모든 것을 준 사랑하는 연인처럼 보여서, 그 틈이 정말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아서,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동시에 불안정해보였습니다. 마치 짜여진 대본을 외우는 것처럼.). 늘보쏭이 전자가 아닌 후자를 염두에 두고 연기를 했다면 르네와 함께 있는 시간 속에 푸우욱 빠진 쏭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어느순간 연기와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그것이 감정의 한 형태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완벽히 전자에 대한 가능성을 놓지 않는 건 "난 무기력한 동양, 잔인한 서양 둘 다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에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했어요."  라는 대사 때문이었어요. 공연을 보면서 이 대사가 평소와 다른 느낌을 준다는 건 어렴풋이 느꼈지만, 말로 표현이 안됐는데 엠나비 플북에서 성우 배우가 생각하는 쏭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좀 이해가 됐어요. 쏭이 완벽히 자기 의지로 스파이를 했다기 보단, 나라에 등 떠밀려 스파이를 했었던 상황이었고, 그런 쏭은 극 중간중간에 현재의 중국 상황에 대해 르네에게 비판적인 성향의 말을 툭툭 던집니다. 동양을 깔보는 서양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혹은 돌려서 비판하지만, 반대로 동양의 닫힌 사고 역시 비판하고 있어요. 

 

03 르네가 대사관이랑 동양은 항상 강한 나라에게 굴복한다고 이야기 할 때, 돌아서면서 늘보쏭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라면서 뭐랄까 비웃음과 닮은 웃음을 얼굴에 띄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부터 전에 봤던 늘보쏭의 이미지와는 비틀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전까지만 해도 늘보쏭은 동양을 우습게 생각하는 서양인의 사고방식에 대한 확고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나라에 대한 충심과 동시에 성적으로 부족한 자신의 일부를 채우기 위한 개인적인 욕구충족이 공존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날 본 늘보쏭은 지난 번에 봤던 꽃쏭이랑 더 비슷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임무를 위해 르네에게 접근하지만, 서서히 그 감정이 사랑과 비슷한 무언가로 변하는.

 

04 손으로, 입으로, 하면서 뺨을 맞대고 살짝 뺨에 입을 맞추는 르네와 쏭의 모습이 가장 슬퍼보였어요. 가장 진실과 가까워 보였으면서도, 가장 거짓과 가까워 보이는 모습. 쏭에게 르네와 함께한 시간은 임무와 사랑이 뒤엉킨 혼돈의 시간이었지만, 르네와 사랑에 빠져있는 그 시간은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에게 도피처임에 동시에 가장 편안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중국에서든, 파리에서든.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건 로맨틱하죠, 특히나 그것과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일은 가장 달콤하고 로맨틱했겠죠.

 

 하지만 그만큼 달콤하고 로맨틱한만큼 후에 다가오는 건 무엇보다 텁텁한 현실이니. 그랬기에 남자인 쏭을 거부하는 르네, 그리고 그런 르네와 마주하는 쏭 그 둘 다 서로를 이해하는 못하는 동시에, 은연중 서로를 이해하고, 그 상태로 헤어졌어도, 그 시간동안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로 그러지 않았지만, 극 속 석르네와 늘보쏭은 말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품었던 환상이 무엇이든 그들이 오랜시간을 공유하고 나누며 살았을테니.

 

05 변신을 마친 쏭이 르네와 마주하면서 내뱉은 "여기까지 오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죠?" "날마다 당신은 옷을 벗겠다고 했지만 내가 간청했잖아." "알아요, 내가 뭔지." 이건 모두 르네의 환상. 진실과 뒤엉켜버린 환상이겠죠. 옷을 벗겠다는 이 말도 아마 실제가 아닌, 매일밤 반복되는 르네의 환상 속의 쏭이 그에게 뱉은 말이겠죠. 그러나 지금까진 아슬아슬하게 막아오고 있었습니다. 진실같은 환상을, 또 다른 환상으로써 말이죠.

 

 하지만 르네의 죽음이 있던 그 날 밤. 르네의 환상 속 쏭은 슬퍼보였습니다. 그건 아마 르네가 가진 쏭의 이미지 일겁니다. 마지막까지 받아들이지 못한 사랑,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비밀을 밝히면서 밀어냄을 당했을 때 쏭의 모든 것. 쏭 자체, 그리고 쏭을 감싸고 있던 그 공기, 순간.

 

 그에게 자신을 그대로를 봐주길 바랬던 쏭을 르네는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 가슴 한 쪽에 품고 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품음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만큼 커져버렸을 때, 그걸 어떻게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가 죽음을 택했던 게 아닐까.

 

06 "내가 당신의 환상이예요!!!"

 "후회스럽습니다. 내 버터플라이, 만큼."


 가장 밑바닥에 남았던 대사. 크게 애드립을 더하는 공연은 아닌데, 공연 그 때 그 때 톤이 달라서 참 좋으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 날 공연은 사이좋게 쏭 대사 하나, 르네 대사 하나. 지난 늘보쏭 자첫 때는 "아마 짜증이 났나 보죠." 였는데 그게 은근 약해지면서 두번째 깔려있던 대사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애매애매해요. 르네의 환상 속, 그러나 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환상 속 쏭과 마주하는 것이니 말이죠. 어느 것이 쏭의 진실이지, 어느 것이 르네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07 마지막에 난간에 기대서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 톤은 역시 늘보쏭이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8ㅁ8

 

08 헬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고, 늘 안쓰러운 케릭터인데 쓰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으니 다음에 좀 관극 덜 달릴 때 쓰도록 합시다. 이걸 올리고 나서도 히보와 제싸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날 지켜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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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5 연극 M.Butterfly 엠버터플라이 : 르네 갈리마르 이석준 송 릴리 전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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