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는 이야기
피오니즈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1.4.13
사무실에서 두고 온 물건을 찾아 내려와보니, 아이가 정원사 아저씨 옆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일하시는데 이녀석이 거추장스럽게 해 드리지는 않을까 싶어 조금스레 아이 옆으로 다가가는데.. 그때,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저씨.. 잔디밭에 왜 소금을 뿌리시는 거에요?' 그러고보니 아저씨는 빨간색 영어로 'SALT' 라고 쓰여진 하연 푸대를 들고 다니시며 잔디밭 여기저기를 살피시며 조심스레 하얀 가루를 뿌리시더군요. 저도 속으로 '어.. 잔디를 절일 일도 없을텐데.. 왜 소금을 뿌리실까..?' 궁금해하던 차에.. 마침 아저씨께서 허리를 펴시고 아이를 쳐다보고 씩-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소금을 뿌려야 잡초가 죽어 잔디가 잘 자란단다^^'
일견 이해가 가는 듯하다가도, '그게 정말 최선입니까..?'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아이도 단번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더군요 물밀듯 밀려오는 지적 호기심에 마침내 굴복한 아들과 저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함께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궁금증을 해소하려고요..^^
여기저기를 헤집고 돌아다녀보아도 속시원한 대답은 안나오더군요. 이상하게 제가 궁금한 것들은 좀처럼 인터넷에서 쉬이 찾아지는 경우가 드믈어요. 검색실력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은 도통 궁금하지 않은 쓸데없는 것들에만 궁금증을 가져서인지.. 아무튼 만족스런 해답을 한번에 찾아내기는 어렵더군요. 그래서 그나마 한 마디씩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는 것들을 아들과 제가 함께 모자이크 이론(Mosaic Theory)에 입각해 짜맞추어 정리해보았습니다. 분명 넘겨짚은 부분이 없지 않아 틀린 부분도 많을 듯 싶어요. 혹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계신분은 얼마든지 지적해주셔도 좋아요^^
1. 잔디밭에 소금을 뿌리면 잡초가 죽는다..?
맞습니다.. 바로 삼투압 현상 때문인데요. 염화나트륨(=소금)은 물기를 흡수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물질입니다. 이들이 토양에 닿으면 토양 내 흡수되어 있는 물기는 물론, 주변 식물이 가지고 있는 수분까지를 다 빨아들입니다. 그러니 수분을 빼앗긴 식물은 말라죽을 수 밖에 없죠. 염도가 높은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의 경우 이런 이유로 햇빛이 강한 낮시간 동안 말라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추같은 작물이 대표적인 예죠. 염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간척지 등에서 물을 이용한 수경재배를 하는 벼농사를 많이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2. 아니.. 그럼 잔디도 죽일 셈인가요..?
아니요.. 전혀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잔디는 겨우내 노랗게 변하죠? 잔디는 겨울이 오기 전 뿌리나 가는줄기(이를 포복경이라 합니다)에 겨울을 나기위한 양분을 미리 저장하고 이를 이용해 겨울나기를 합니다. 잔디가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은 더 이상 양분합성의 의도가 없는 잔디가 땅밖으로 튀어나와 눈에 보이는 잎새 부분에 양분공급을 중단해 의도적으로 말라죽이기 때문이지요. 가뜩이나 먹을게 부족한데, 당분간 필요없는 애들까지 먹여살릴 여유가 업다는 심산이겠죠. 봄이 되면 따듯한 햇빛을 받기 위해 새로이 잎을 내고, 기존의 잎들은 거름이 되어 사라집니다.
봄철에 노란 빛을 띠는 잔디밭에 소금을 뿌리면, 잡풀이나 특히 수분을 많이 머금은 이끼 등은 금새 수분부족으로 말라죽어 버리지만, 아직 내부에 양분을 어느정도 보유하고 있는 잔디는 상대적으로 강하게 버틸 수 있습니다. 물론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부을 경우 다 죽겠지만, 전문가의 손실을 거쳐 적당량이 뿌려질 경우엔 푸른 빛을 띤 잡풀들(특히 이끼)를 효과적으로 하늘나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수분이 덜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잔디도 수분 부족으로 말라죽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잡초가 많은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뿌리죠. 설령 주변의 잔디가 죽더라도, 잔디는 옆으로 번식하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곧 새로운 잔디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3. 그런 의도라면 밀가루같이 수분을 잘 흡수하는 다른 물질을 뿌리지 왜 하필이면 소금인가요?
밀가루라니..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하실 분은 없겠죠..? 딱히 수분을 잘 흡수하는 물질이 떠오르지 않아 써 봤는데.. 제가 써놓고도 약간 머쓱하군요.. ㅋㅋ 특별히 소금을 뿌리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에 녹아 이온으로 분해되어 토양에 전해질을 보충해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비료의 3가지 요소를 질소(N), 인(P), 칼륨(K)을 드는데, 이 세 물질이 식물의 생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질소(N)는 잎을 우거지게 하고 줄기를 굵고 튼튼하게 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질소가 부족하면 그 식물은 어딘지 부실한 모습을 하게 되죠. 영양실조라는 느낌이 딱- 든다고 할까요..? 인(P)은 꽃과 열매를 열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화려하고 큰 꽃이나 탐스러운 열매를 맺히려면 이 성분이 충분히 공급됭야 하죠. 그러기에 열매를 수확하는 채소나 과일나무의 경우엔 제일 중요한 비료입니다. 마지막으로 칼륨(K)은 뿌리의 성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칼륨이 부족하면 뿌리가 크게 자라지 못하며 따라서 토양으로부터의 양분의 흡수력도 떨어집니다. 병충해 등에 대한 저항력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비료의 3가지 요소인 질소, 인, 칼륨 말고도 식물의 생장에 여러가지 것들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만이 아닌 비타민이나, 칼슘 등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식물의 생장에는 위의 세가지 요소 말고도 나트륨(Na), 칼슘(Ca), 마그네슘(Mg) 등이 필요합니다. 이런 무기물들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식물은 마찬가지로 잘 생장하지 못합니다. 병에 잘 걸리고 외부환경의 변화에 매우 낮은 적응력을 보이게되죠.
여기서 소금이 아주 중요한 한가지의 역할을 더 수행합니다. 바로 나트륨을 토양에 공급하는거죠. 소금은 물에 녹으면 이온화되면서 곧바로 나트륨이온(Na+)와 염소이온(Cl-)으로 분리됩니다. 나트륨이온은 식물에 흡수되 식물의 생장을 돕죠. 음식문화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다섭취가 우려된다고 자주 언급되는 나트륨의 경우 이런 과정을 통해 식물 내에 일저량이 함유되어 있게 됩니다. 사람이 건강한 생명활동을 위해 필요한 나트륨의 양은 채소나 과일, 고기내 포함되어 있는 나트륨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구지 소금을 뿌리거나 찍어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4. 봄철이면 유행성 출혈열이니, 쯔쯔 가무시니 해서 위험하다하면서 왜 잔디를 깔아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또는 인조잔디를 깔게 되면 그런 병에 노출될 확률은 확실히 줄어들겠죠. 하지만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잔디의 유용성은 훨씬 더 큽니다. 단순히 미관상 보기 좋다만의 문제는 아니죠. 미관만 따진다면 인조잔디도 봐줄만 할테니, 진짜 잔디가 꽤 비싼 요즈음 인조잔디가 비싸서만은 아닐겝니다. 대체적으로 잔디의 효용성은 크게 다섯가지로 이야기됩니다.
첫째. 공기정화(Air Purification) 기능입니다.
서울의 학교운동장 1,000만㎡을 잔디로 조성할 경우 연간 자동차 5만대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CO₂)를 소모한다고 하네요. 이산화탄소만 소모하는게 아니라, 산소(O₂)도 공급하는데 자그만치 그 양은 연간 약 20만명이 호흡하는데 필요한 양 정도라고 합니다. 200㎡(약 80평) 정도의 잔디밭이 공급하는 산소를 통해 4인가족이 소모하는 산소를 충당한다니, 대단하죠..? 이산화탄소 저감과 산소공급 이외에도 대기 중 오염원인 먼지와 중금속을 흡수해 저감해준다는 효과도 있습니다. 미국의 어느 보고서를 보면, 미국 내 전체 잔디가 연간 1,200만톤의 먼지를 감소시킨다고 하네요.. 헉..
둘째, 열섬현상을 경감(Heat Island Mitigation)시키는 기능입니다.
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되는 상태변화를 위해서는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합니다. 이를 잠열(潛熱, Latent Heat)이라고 합니다. 비가온 후나 길에 물을 뿌리면 일시적이지만 시원해지는 것은 물이 수증기가 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소모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잔디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분정도를 함유하고 있기에 더운 여름 햇빛이 강하게 내리쪼이면 가지고 있던 물기를 증발시키는 과정에서 주변의 온도를 내려가게 하는 효과를 발생합니다. 아스팔트 위보다는 잔디 위가 더운 여름에 견디기 쉬운 이유도 이때문입니다. 서울의 학교운동장 1,000만㎡을 잔디로 조성할 경우 약 32만대의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과 유사한 정도의 온도저하 효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세째, 빗물 저장(Drain Resevoir) 기능입니다.
콘크리트의 경우 빗물의 90%, 아스팔트의 경우 빗물의 85%정도를 그냥 흘려보내는 반면, 잔디의 경우 80%이상을 흡수하고 나머지만을 흘려보냄으로써 빗물을 저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갑작스레 많은 비가 오는 경우의 홍수예방이나, 가뭄에 대비한 물 저장 측면에서 모두 뛰어난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서울의 학교운동장 1,000만㎡을 잔디로 조성할 경우 일시저장이 가능한 수량은 200만톤에 달한다고 하네요.
네째, 앞의 세가지보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방음효과(Soundproof) 기능입니다.
잔디의 토양층은 소리파장을 흡수하여 분쇄시킴으로써 소음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대요. 이른바 흡음(Acoustic Absorption) 기능인데요. 단파를 파동이 긴 장파로 변환시켜 이산(離散)시킴으로써 천연의 방음장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만큼 소중한 잔디가 이제 노란색에서 푸른 빛으로 변하는 4월입니다. 벚꽃이 한창이네요. 울 회사 근처는 벚꽃축제로 전에 없이 인파가 늘어 점심시간에 밥 먹기가 한결 힘들어졌어요.. T.T 벚꽃 구경이 봄 철 즐거운 이벤트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까이서 구경하겠다고 잔디를 함부로 밞고 다니시거나, 이제 막 돋아나려는 잔뒤위에 음료수며 쓰레기며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벚꽃이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생명의 신비와 소소한 기쁨을 주는 만큼이나, 잔디도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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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