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니즈
  1. 아이와 함께읽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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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데미안
글쓴이
헤르만 헤세 저
민음사
평균
별점8.8 (1230)
피오니즈

아들..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대표적인 작품 「데미안」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해. 헤르만 헤세는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독일에서 시, 소설, 산문 등 다양한 쟝르에서 매우 왕성한 활동을 한 대표적인 작가란다. 근대에서 현대로 접어드는 전환기에 그 이전과는 다른 감수성과 특유의 톤-를 가진 글쓰기로 주목을 받았으며, 헤세 만의 고상하고 깔끔한 문체는 오늘날에도 전혀 한물 갔다거나, 다소 촌스럽다거나 하는 느낌을 주지 않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 이 작품 데미안은 그의 전성기 때  발표한 작품인데..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하였단다. 아마 이미 유명해진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이 작품의 작품성만으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에서였던것 같아. 지금은 모두 이 책을 「데미안」이라는 제목으로 부르고 있지만, 발표할 당시의 원제는  「데미안, 한 젊음의 이야기 : Demian, Die Geschichte einer Jugent 」 였어. 이 작품은 출간 후 많은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유령작가 에밀 싱클레어에게는 독일의 유명한 문학상인 '폰타네 상(19세기 유명작가 폰타네를 기려 만든 문학상. 우리나라의 '이상문학상' 같은 것)' 수여 되기로 하였는데, 헤르만 헤세는 사실은 자신이 쓴 글임을 밝히고 이 상을 사양했어.


 


이 작품은 그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지만, 성장소설로서의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르침이나 교훈이 주는 딱딱한 느낌을 그의 세련되고 고상한 문체로 잘 배제시킴으로써 젊은이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란다. 내 경우도 중고생 시절에 이 책을 읽고, 작품 중 데미안의 대사 하나하나에 매료되어 한동안 헤르만 헤세 의 열광적인 팬으로 살아갔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의 작품들 중 구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구해서 읽었던 것은 물론이고, 책에 쓰여진 그의 생각들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또 내 삶을 정의하고 가꾸어가며 살아가려 노력했었어.물론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그러고보니 엄청 게으른 아빠가 책에 대해 이만큼이나마 애정이 생기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이 어쩌면 헤르만 헤세일지도 모르겠구나..^^


 


이 책의 구성은 매우 간결해.. 나누어진 장(Chapter) 하나하나가 딱 하나의 주제만을 이야기하지. 그다지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곁가지나 정신을 분산시키는 다른 요소를 찾아보기가 어렵지. 그걸 '게르만식 합리주의'라 해야 하는지, 아님 '헤르만 헤세 스타일' 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어딘지 형식적이라는 느낌, 왠지 세련되지 못한 다소 서툰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야.  하지만, 나름대로 그것도 매력이 있단다. 음악도 클래식은 클래식대로, 재즈는 재즈대로, 가요는 가요대로 매력이 있는 것처럼.. 어떤 것이 더 좋다, 훌륭하다는 것은 대개는 다 주관적인 거란다. 거기에 '우열'이라는 건 없어. 다만 개개인의 '선호'가  존재할 뿐이지.


 


제1장은 「두가지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우리도 흔히 느끼는 '밝고 아름답고 정의로운 교과서적인 세계''어둡고 비도덕적이며 혼란스러운 세계'지.  두 세계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고 우리는 두 세계 중 한세계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대..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두 세계가 모두 삶의 '진실'을 품고 있다는 거야. 그 어느 것도 이 거짓되고 가장된 세계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지.


 


제2장은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소재가 된단다. 성서에 나온 이 이야기는 아들도 잘 알고 있겠지. 두 가지 세계 사이의 깊은 절벽에 빠져 허우적대는 주인공을 어느날 홀연히 나타난 '데미안'이 구원해주지. 그러나 데미안은 자신의 구원의 댓가를 전혀 요구하지 않아. 다만 '카인의 증표'에 대한 이야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의 참신함을 주인공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단다.


 


제3장은 「예수 옆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 눈을 떠가는 주인공의 '내적 길등'을 보여줘. 이 이야기는 어린시절 아빠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단다. 이를테면 이런거지.. 예수의 말을 듣고 죽을 죄를 지은 도둑 두 명 중 한사람은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유혹에 기존에 있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회개를 해. . 그러나 나머지 한 도둑은 기존의 자신의 삶과 소신 어느것도 버리지 않고, 예수의 유혹에 냉철하게 반박하면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해.. 그럼 누가 더 훌륭한 사람일까? 나중에라도 잘못을 뉘우친 사람일까? 아님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일까? 하느님을 믿는 것만으로 모든 죄가 용서받을 수 있다는 가르침을 어떤 의문이나 저항도 없이 받아들이는게 진정한 회개일까? 뭐.. 대충 이런거지.


 


제4장 「베아트리체」는 데미안과 헤어지고 방탕한 생활로 빠져든 주인공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계기로 그 생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궤도에 편승하게 되는 지를 보여준단다. 삶의 쓰린 진실을 알아버린 주인공 싱클레어는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타락시키지. 하지만 그는 그런 타락 속에서 남모를 불안감에 시달려. 그는 무언가 계기를 통해 그 불안감을 제공하는 현실의 삶의 모습을 변화시키려 하지. 그리곤 그 계기를 이름모를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이건 주인공 싱클레어가 그냥 지어낸 이름이야)에 대한 연정' 으로 삼는단다. 그 여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기가 모르는 어떤 남자를 구원해준거지^^  세상은..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종종 우리 생활 속에서 발생해. 그런데.. 가만히보면 그 생뚱맞음 이면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단다. 주인공 싱클레어도 스스로가 현재의 생활에서 불안함을 느꼈고 거기서 벋어나야한다는 생각을 은연중 계속 해왔기 때문에 이름모를 소녀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었던 거야. 어쩌면 결국 베아트리체는 일종의 '상징' 이었던 거고, 더 노골적으로 보면, '수단' 이나 '핑계'라는 말도 감히 해볼 수있을거 같구나.


 


제5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는 주인공이 새로운 스승을 만나, 이해의 깊이가 넓어져 가는 과정을 다루지. 데미안과는 여전히 서로 헤어져있지만, 그는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돼.


 


제6장 「야곱의 싸움」은 스승 피스토리우스를 뛰어넘는 주인공의 모습을 이야기한단다. 피스토리우스는 결국 기존의 것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할 뿐, 아무것도 창조해낼 수 없는 사람이었어. 이미 너무 알고 있는게 많았고, 그러한 이미 존재하는 지식들 속에 매여 있었던 거지.


 


제7장 「에바부인」은 다시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에바부인'을 만나는 이야기란다. 거기서 싱클레어는 자신의 꿈속에 줄곧 등장해온 이상향의 구현이 바로 이 에바부인이었음을 알고, 그녀에게 어머니, 연인, 친구 등의 복잡한 감정을 느껴. 아빠는 예전에도 그랬고, 다시 읽은 지금도 별로 흥미를 못 느끼고, 왠지 맥이빠져 재미없게 읽어나간 부분이 바로 이 장이란다. 뭔가 너무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려다보니, 아무 개성도 못 드러내는 듯한.. 그래서 그녀를 어떤 사람이라고 '특정'시켜내지 못한게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어.


 


제8장 「종말의 시작」은 전쟁이 발발하고 전쟁터로 나가게 되는 이야기란다. 평화로운 일상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시대, 사회와 연관시켜나가는 데미안과 아직 아무런 갈피를 못잡고 스스로의 내면에만 침착하는 주인공의 차이를 보여주지.. 그리고 어느 날,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병동 안 서로의 옆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결국 데미안과 완전히 닮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단다.


 


이 책은 스토리보다는 작품 안 대화에서 던져지는 문제의식이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삶을 해석하는 방법 등에 주안점을 두고 읽는게 더 좋은 독서방법이 아닐까 싶어. 자라나면서 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는 건 알을 깨고 나오는 새와 같은거란다. 이 책에서도 세상이라는 알을 깨고 '압락사스(아빠는 예전에 '아프락사스'라고 읽었는데.. 이 책은 '압락사스'라고 쓰더구나)'을 향해 날아가는 새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우리를 둘러 싼 하나의 껍질이 깨질 때마다, 그것을 깨뜨릴 때마다 보다 넓은 세상과 그에 비례한 가능성이 너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러니 부디 지금 너를 둘러 싼 껍질(아빠는 이를 '감각과 인식의 벽'이라 부르고 싶어)을 깨뜨리는데 너무 주저하기 말기를 바래.  이 책은 그런 망설임을 앞에 둔 너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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