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자리

유한필승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1.9.28
강호동은 고향의 자랑이었다. 마산 시내에서 잡아탄 택시 안에서 기자는 단번에 그걸 느꼈다. "강호동이요? 우리 마산에 안 살았심미까. 그놈아가 씨름도 그래 잘하더니 우째 그래 웃기는지 모르겠십미더. 요즘 뉴스에 강호동이가 탈세를 했다카든데 진짜 그랬을까예? 참, 저그 저 병원 보이지예? 저가 강호동이 아부지가 입원했던 데 아입미꺼. 한 삼 년 됐을 낀데, 강호동이가 자주 찾아왔다 그래서 유명해졌어예. 지도 바쁠 낀데 여꺼정 찾아오는 거 보면 아가 참 됐어예. 원래 마산사람들이 참 좋다 아입니꺼.(웃음)"마산역에서 오동동으로 가는 십 분 남짓한 시간 동안 택시기사는 "취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며 그동안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강호동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어디까지나 '~카더라'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처음 보는 기자 일행을 돕겠다고 나서는 그가 고마웠다.오동동에 가면 강호동의 아버지 강태중 씨를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만으로 일단 택시에서 내렸다. 마산 아구찜 가게가 즐비했던 탓일까. 노란색 간판이 유난히 눈에 띄는 분식집에 들어가 무작정 "강호동의 아버지를 아느냐"고 물었다. 이제 막 장사준비를 시작하던 40대 초반의 아주머니는 알겠다는 듯 "아~"라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가게 밖으로 나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가게에서 30미터 가량 떨어진 골목과 골목의 코너 지점. 그녀가 손을 쭉 뻗어 가리킨 곳은 지은 지 족히 몇십 년은 돼보이던 붉은 벽돌의 모텔이었다. "저기 저 모텔 건물 보이지요? 거가 원래 강호동이 아부지가 했던 데거든요. 지금은 세를 줬는데 거 가서 물어보면 뭐가 나올 끼라예."
- (왼쪽) 강태중 씨는 매일 낮 12시 큰아들의 차를 타고 오동동 벤치나무에 나와 시간을 보낸다. 사진은 이제 막 큰아들의 차에서 내려 걸어오는 강태중 씨의 모습.(중간, 오른쪽)지은지 무려 40년이 됐다는 강태중 씨의 모텔 건물. 현재는 세를 준 상태다.우리 호동이는 진짜 효자
'대실 15,000원. 달방 있습니다.'
모텔 입구에 걸려 있던 현수막 문구는 이곳이 지방의 시골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다. 계단에 올라 2층 카운터 앞에 다다르자 아무렇게나 잘라 붙였음이 분명한 '안내실' 표지도 보였다.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니스 칠이 반들반들한 안내실 방에서 풍채 좋은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왔다. 강호동의 아버지에게 세를 주고 여관을 운영한다던 여주인이었다. 이 여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역사가 40년도 더 됐다고 한다. 가만히 취재팀의 자초지종을 듣던 그녀는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없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호동의 식구들을 칭찬했다.
"아버지가 호인입니다. 제가 석 달 전부터 이 모텔을 시작했는데, 올 추석에 이쪽으로 젓갈, 꿀 같은 선물이 많이 왔어요. 호동이 아버지가 아직까지 모텔을 운영하는 줄 알고 다 이쪽으로 보낸 거죠. 사람이 참 좋아서 인심을 많이 베풀었대요. 그렇게 도움받은 사람들이 명절이면 인사한다고 그렇게 많은 선물을 보내는 거죠. 아들도 아버지 심성을 똑같이 닮아서 얼마나 착하고 효자인지 몰라요. 호동이가 아버지 몸 안 좋은데 매일 여기 나와 있으니까 이제 자기가 모시겠다고 일 그만두게 했대요. '아부지, 우리가 착하게 사니까는 내가 이래 돈을 잘 번다 아입니꺼. 지가 생활비 드릴 테이끼네 일 고마하시고 집에 계시이소.'라고. 호동 아버지는 '내가 무슨 복으로 저런 아들을 낳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세요. 요즘 호동이가 세금 빼돌렸다는 말이 나오던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호동이가 그럴 사람이 아니거든요. 호동이 아는 사람들은 그 말 절대 안 믿어요."
그녀는 강호동의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면 건너편 느티나무 벤치 아래서 가만히 기다리라고 귀띔했다. 3개월 전 여관 운영에서 손을 뗀 강 씨는 매일 낮 12시에 큰아들의 차를 타고 오동동 나무벤치 앞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 '호동 ' 이름만으로도 눈물이 난다는 아버지. 인터뷰 도중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나는 호동이를 믿어요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과연 느티나무 벤치 앞으로 까만색 스타렉스 차량이 섰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차 안에서 등산용 지팡이에 의지해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오는 노인이 있었다. 넉넉한 풍채, 뚜렷한 이목구비, 무엇보다도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웃음. 한눈에 알아봤다. 그는 강호동의 아버지 강태중(75) 씨였다.
몇 년 전 찾아온 중풍으로 보행이 다소 불편하다는 강 씨는 주춤주춤 걸음을 떼 벤치에 앉았다. 노인들의 전용공간이나 마찬가지인 벤치에 젊은 기자가 앉아 있는 게 좀 이상해 보였던지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했다. 기자의 방문이 달갑지 않겠다는 지레짐작 때문에 잠시 망설이던 끝에 조심스레 다가가 인사를 했다. 예상 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뭐 기자? 서울에서 왔다꼬?(껄껄껄) 뭐 할라꼬 여까지 천 리 길을 왔노. 내는 할 말 없다.(껄껄껄)" 할 말이 없다던 아버지는 한 마디 덧붙였다. "궁금한 기 뭐꼬? 물어보면 내 대답은 해주께." 그렇게 강호동의 아버지와 대화가 시작됐다.
아버님, 그러니까… (질문을 완성하기도 전에 강태중 씨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호동이가 어제도 나한테 전화했어요. "아부지, 걱정하지 마이소. 별일 아입미더. 밥 잘 잡숫고 계시이소." 하더라고. 나는 호동이를 믿어요. 일부러 세금 안 내고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그거 안 냈으면 내가 다 내줄 생각입니다. 호동이 엄마는 요즘 눈물 마를 새가 없어요. 그 일 때문에 호동이가 추석에도 안 내려왔어요. 집 안이 북적북적한데, 그놈 하나 없다고 집 안이 썰렁했어요. 사람 하나 자리가 그렇게 크더라고요.
강호동 씨가 굉장한 효자라고 하던데요.
(껄껄껄) 호동이는 마음 씀씀이가 괜찮아. 자기도 바쁠 텐데 큰댁 제사는 꼭 옵니다. 나보고 서울 오고 싶으면 차 보내줄 테니까 언제든지 말만 하시라고 하질 않나. 용돈도 많이 주고.(웃음) 고생한다고 여관도 그만하라고 했어요. 형한테도 매일 전화해서 한다는 소리가 "형, 우리 아부지한테 진짜 잘하자. 내도 잘하께." 우리 큰아들도 효잡니다. 오늘도 우리 큰아들이 여기까지 데려다줬습니다. 이렇게 나와서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7시 정도 되면 큰아들이 다시 태우러 옵니다. 내가 자식복은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강호동 씨는 어땠나요.
우리 고향이 진주시 이반성면 길성리인데 호동이가 거기서 태어났어요. 호동이 엄마가 호동이를 가졌을 때 한약을 먹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갓난아기 덩치가 꼭 세 살 같았지요. 동네에서 싸움이 될 만한 아이가 없었고, 똑똑하기도 참 똑똑했어요. 하루는 또래보다 어려 보이는 애들이랑 놀고 있길래 왜 이렇게 어린 애들이랑 놀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아부지, 야들 6학년입미더."(그때 강호동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라고 하더라고요. 막내라 귀여움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엄마랑 같이 잤을 정도니까. 곡식은 남의 것이 좋고 자식은 제 것이 최고라는데, 그 말이 딱 맞아요. 나는 누가 뭐래도 우리 호동이가 진짜로 제일 예뻤어요.
막내 아드님이라 더 애틋하시겠어요.
우리 호동이가…(강태중 씨가 갑자기 주머니에 물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호동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우리 호동이가 고3 때까지 내 품 안의 자식이었어요. 그런데 씨름을 하겠다고 부산으로 간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나려고 해요. 호동이가 장가 갈 때도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허전하겠냐면서 짐이며 물건이며 방에 그대로 놓고 갔어요. 씨름하면서 받은 트로피도 전부 두고 갔고요. 아마 스물한 개쯤 되는 것 같아요.
왜 씨름선수로 키울 생각을 하셨어요.
중학교 때 호동이 담임이 씨름을 권유했어요. 나도 호동이 먹성을 보고 '씨름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마산에서 고기장사를 했는데, 그때는 고기장사를 한다고 하면 백정이라고 했던 시절이에요. 그래도 나는 우리 식구들 먹여 살리는 게 더 중요했어요. 우리 식구 입으로 먹을 게 들어가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했어. 그래서 고기 들어오는 날에는 최고 좋은 부위를 집으로 가져갔어요. 육회 알죠? 호동이 엄마가 그걸 참 잘했거든. 고기를 칼로 잔잔하게 썰어서 참기름 한 숟가락, 배 조금 썰고 조물조물해서 만들어서 호동이를 먹이곤 했어요. 호동이가 혼자서 600g은 너끈히 먹었어. 양푼에다 밥 먹는 거 보면 진짜 기가 막혔죠. 그래서 씨름을 시켰어요. 지금은 그때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먹는 겁니다. 밖에 나가 먹으면 밥을 한 공기밖에 안 먹더라고.
연예인이 된 아들. 어떠셨어요.
어릴 때나 내 자식이죠. 연예인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는 안 했어요. 씨름에서 일등 했으니 딴 거 해봐도 되겠다 싶었죠. 내가 이경규한테 진짜 고마워요. 그때 호동이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연예인을 만들어줬어요. 이경규 처가 진주 강씨거든. 그래서 더 잘해준 것 같아요. 호동이가 큰 상(2008년 백상예술대상) 받았을 때도 이경규한테 상을 갖다준 거 알죠?
그때 그 상을 병상에 누워 계시던 아버님한테 드렸잖아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요? (2008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강호동은 관계자들과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트로피를 들고 곧장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강호동 씨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우리 호동이가 막내고, 위로 누나 셋, 형 하나입니다. 큰아들은 우리 집 근처에 살고, 딸들은 미국, 창원, 대전 이렇게 제각각 살고 있어요. 우리 큰손녀는 창원과학고등학교 1학년이고, 손자는 마산중앙중학교 1학년입니다. 근데 나는 이제 두산(강호동의 아들)이가 제일 예뻐요. 손자 생각하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요. 우리 두산이 돌잔치 때 몸이 아파서 못 갔어요. 20돈짜리 목걸이만 선물했죠. 두산이가 이제 세 살인데 엄청 똑똑해요. 내가 호동이한테 두산이 동생은 안 낳을 생각이냐고 물으니까 그냥 웃고 말더라고요.(웃음) 참 우리 두산이 사진 좀 보여줄까요? 아, 맞네. 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네.
며느님은 어떠세요? (강호동은 지난 2006년 대학원생 이효진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한테 참 잘해요. 내가 기특해서 "어디서 그렇게 잘 배웠니?"라고 물으니까 교수님이 어른들한테 잘하라고 가르쳤대요.(껄껄껄) 나보고 "아버님 서울 올라오세요.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그런다고. 한 달만 있으면 두산이 보러 또 갈 겁니다. 우리 호동이가 또 까만 차 보내줄 건데, 진짜 둘이 타고 가기 아까울 정도로 좋아요.
마지막으로 꼭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가령 강호동 씨가 앞으로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던지…
우리 호동이가 그래도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입니다. 사람들한테 웃음을 주는 사람 말입니다. 내 소원은 그겁니다. 국민들 그저 편하게 웃겨주면 좋겠어요.
뒤집기의 묘미를 보여준 강호동의 반전
국민 MC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발표했다. 탈세의혹 비난을 받은 지 4일 만의 일이다. 이 같은 결정은 방송 관계자와 시청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는 방송 3사를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60%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민 MC였기 때문이다. 강호동, 그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 그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취재 - 백은영 사진 - MBC, KBS, 조선일보 DB
지난 9월 5일 '강호동 탈세의혹'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인터넷에서는 그를 옹호하는 네티즌과 비난하는 네티즌으로 나뉘어 커다란 논쟁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세금을 계산하는 것은 세무사의 일이기에 그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범법행위에 연루됐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강호동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수십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자 그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그러나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이 과소 납부됐다는 통보를 받아 수억 원대의 추징금이 부과되었다"는 소속사의 해명은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잠정은퇴'라는 초강수를 둔 '강심장'의 피 말리는 4박5일
그가 맡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의 이미지는 사실 대중적이고 서민적이었다. < 1박2일 > 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만나는 지역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렸고, < 스타킹 > 에서는 남다른 재주와 독특한 사연을 가진 일반인 출연자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그였다.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그에게 득이 되었던 '대중친화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틀 뒤 50대 사업가가 "강호동은 보통의 중소기업 매출보다 많은 연 3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부정한 행위를 저질러놓고 '나는 몰랐다. 추징금만 내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강호동을 탈세혐의로 고발했다. 또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등에서는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이 일어났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도 '도덕성을 잃은 국민 MC'의 퇴출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글이 쇄도했다.
이처럼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9월 9일, 강호동은 '잠정적인 은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극단의 카드를 집어들었다. 기자들 앞에서 자필로 작성한 글을 읽어내려가는 그의 목소리는 결연했고,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씨름선수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국민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뻔뻔하게 TV에 나와 웃고 떠들 수 없다. 내 얼굴을 보고 시청자 여러분이 어떻게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겠느냐"며 '탈세자'라는 오명을 쓴 채 예전처럼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고통스러운 심정을 밝혔다. 씨름선수에서 국민 MC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강호동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큰 좌절 없이 승승장구해왔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과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는 '잠정'이라는 여운을 남기긴 했지만, 일생에서 가장 큰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다소 극단적인 그의 결정이 도박에 가깝더라도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강호동은 스스로에게 '은퇴'라는 최고의 형벌을 내리면서 '동정여론'을 불러일으켰고, 안티와 세간의 불필요한 논쟁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효과까지 보았다. 그 여세를 몰아 최근 그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연 300억 원대 수입, 수십억 원 탈세'가 아니라 '연 30~40억 원대 수입, 3년간 7억 원 미만의 추징금' 그리고 '고의적인 탈세'가 아니라 '절세'에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고의나 사기를 동원한 탈세가 아니라 비용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세금 과소납부'로 국세청이 고발할 의사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이 같은 여론의 반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도 그의 퇴출을 요구하는 네티즌보다 그의 은퇴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호동의 추징금 액수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한데, 국세청은 "개인 과세 사안은 절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탈루소득과 추징세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의 컴백은 언제?
종편의 유혹, 급변하는 트렌드 환경때문에 머지않은 시기
강호동에 대한 여론이 급반전되고 있는 시점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과연 그의 방송복귀 시점은 언제일까? 방송계 일각에서는 그의 자숙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이번 결정이 종편으로 가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차피 < 1박2일 > 은 내년 초 전원 하차가 예정되어 있었고, < 강심장 > 은 이미 하차가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편에서도 그에게 끊임없는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또 예능의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고 있기에 예능의 감을 잃거나 예상치 못했던 제3자에게 언제든 일인자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는 예능계의 특성도 그를 다시 방송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방송가에서는 자의든 타의든 그의 복귀시점을 1년 내로 보고 있다.
그가 떠난 예능계의 지각변동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강호동의 잠정은퇴가 발표되자 예능계는 강호동의 활동 전과 잠정은퇴 후를 기준으로 예능프로그램의 포맷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예능계는 대대적인 재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호동이 공중파방송 3사의 예능을 이끌어온 지난 10년 동안 예능프로그램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계가 그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새 판을 짜는 것을 그동안 게을리 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때문에 새로운 인물 발굴과 새로운 형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예능계에서 새로운 스타의 출연은 10년이 주기라는 속설도 있듯이 이제 방송계는 강호동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할 시기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가 출연했던 < 스타킹 > 과 < 강심장 > 은 새로운 진행자를 찾는 일에, 종영이 예상되는 < 1박2일 > 과 < 무릎팍 도사 > 의 경우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그러나 강호동을 대신할 인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프로그램에 중도 투입된다는 것은 연예인이나 제작진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입담 좋은 연예인들에게 구원 요청을 보냈지만,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종영이 예상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전혀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서바이벌의 홍수이기는 하지만 <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 > 처럼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검증된 프로그램의 포맷을 받아들이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위기이자 기회!
'강호동 특수' 누릴 2인자는?
강호동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거나, 만년 2인자라는 설움을 받았던 이들에게 강호동의 잠정은퇴는 득일까? 실일까?
단독진행이 확정된 이승기
이승기는 강호동과 상반된 이미지다. 강호동이 다소 과장된 진행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이끌었다면, 그는 프로그램의 강약을 조절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두 사람은 상호보완적 특수관계였다. 이승기가 강호동이 곁에 있었기에 국민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승기에게는 강호동의 잠정은퇴가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그는 이미 내년 2월에 < 1박2일 > 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고,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 9월 초, < 강심장 > 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제작진에게 전달했었다. 그러나 최근 < 강심장 > 제작진은 그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 하차를 한다면 프로그램의 배턴을 이어받을 만한 마땅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의리'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방송가에서 정 많은 이승기가 제작진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단독진행을 맡기로 결정했다.
가장 유력한 국민 MC 후보 이수근
< 개그콘서트 > 출신 이수근은 강호동에 이어 가장 유력한 국민 MC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다수 개그맨 출신 톱 MC들이 개그로 시작해 예능프로그램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처럼 개그부터 시작한 그도 다양한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순발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이수근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강호동의 후계자로 낙점되면서 숱한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다. 강호동과 오랜 기간 < 1박2일 > 을 함께하며 익힌 입담과 재치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에 그는 최근 tvN의 < 코미디 빅 리그 > 라는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이영아와 공동 MC를 맡으며, '이수근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뼈그맨 유세윤 & 미친 존재감 정형돈
'뼈그맨(뼛속부터 개그맨)'이라고 불리는 유세윤도 강호동의 빈자리를 메울 만한 '물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에서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며 차기 국민 MC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6년 동안 MBC < 무릎팍 도사 > 의 보조 MC를 맡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강호동의 진행비법을 터득했다는 점에서 '포스트 강호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다수의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익힌 진행능력도 강점이다.
최근 '대세'라고 불릴 만큼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고 있는 정형돈도 일인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카리스마는 없지만,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예능에 투입됐을 때만 해도 '웃기는 것만 빼곤 다 잘하는 개그맨'으로 낙인찍히며 슬럼프를 겪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올드맨들의 귀환?
차세대 예능돌이 등장?
'올드맨 군단'도 과거의 영예를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경규, 김국진, 김구라, 박명수를 포함해 올 하반기 방송복귀를 예고한 주병진이 공중파방송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 이특, 신동, 붐 등 차세대 예능돌이들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대실 15,000원. 달방 있습니다.'
모텔 입구에 걸려 있던 현수막 문구는 이곳이 지방의 시골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다. 계단에 올라 2층 카운터 앞에 다다르자 아무렇게나 잘라 붙였음이 분명한 '안내실' 표지도 보였다.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니스 칠이 반들반들한 안내실 방에서 풍채 좋은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왔다. 강호동의 아버지에게 세를 주고 여관을 운영한다던 여주인이었다. 이 여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역사가 40년도 더 됐다고 한다. 가만히 취재팀의 자초지종을 듣던 그녀는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없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호동의 식구들을 칭찬했다.
"아버지가 호인입니다. 제가 석 달 전부터 이 모텔을 시작했는데, 올 추석에 이쪽으로 젓갈, 꿀 같은 선물이 많이 왔어요. 호동이 아버지가 아직까지 모텔을 운영하는 줄 알고 다 이쪽으로 보낸 거죠. 사람이 참 좋아서 인심을 많이 베풀었대요. 그렇게 도움받은 사람들이 명절이면 인사한다고 그렇게 많은 선물을 보내는 거죠. 아들도 아버지 심성을 똑같이 닮아서 얼마나 착하고 효자인지 몰라요. 호동이가 아버지 몸 안 좋은데 매일 여기 나와 있으니까 이제 자기가 모시겠다고 일 그만두게 했대요. '아부지, 우리가 착하게 사니까는 내가 이래 돈을 잘 번다 아입니꺼. 지가 생활비 드릴 테이끼네 일 고마하시고 집에 계시이소.'라고. 호동 아버지는 '내가 무슨 복으로 저런 아들을 낳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세요. 요즘 호동이가 세금 빼돌렸다는 말이 나오던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호동이가 그럴 사람이 아니거든요. 호동이 아는 사람들은 그 말 절대 안 믿어요."
그녀는 강호동의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면 건너편 느티나무 벤치 아래서 가만히 기다리라고 귀띔했다. 3개월 전 여관 운영에서 손을 뗀 강 씨는 매일 낮 12시에 큰아들의 차를 타고 오동동 나무벤치 앞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과연 느티나무 벤치 앞으로 까만색 스타렉스 차량이 섰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차 안에서 등산용 지팡이에 의지해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오는 노인이 있었다. 넉넉한 풍채, 뚜렷한 이목구비, 무엇보다도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웃음. 한눈에 알아봤다. 그는 강호동의 아버지 강태중(75) 씨였다.
몇 년 전 찾아온 중풍으로 보행이 다소 불편하다는 강 씨는 주춤주춤 걸음을 떼 벤치에 앉았다. 노인들의 전용공간이나 마찬가지인 벤치에 젊은 기자가 앉아 있는 게 좀 이상해 보였던지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했다. 기자의 방문이 달갑지 않겠다는 지레짐작 때문에 잠시 망설이던 끝에 조심스레 다가가 인사를 했다. 예상 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뭐 기자? 서울에서 왔다꼬?(껄껄껄) 뭐 할라꼬 여까지 천 리 길을 왔노. 내는 할 말 없다.(껄껄껄)" 할 말이 없다던 아버지는 한 마디 덧붙였다. "궁금한 기 뭐꼬? 물어보면 내 대답은 해주께." 그렇게 강호동의 아버지와 대화가 시작됐다.
아버님, 그러니까… (질문을 완성하기도 전에 강태중 씨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호동이가 어제도 나한테 전화했어요. "아부지, 걱정하지 마이소. 별일 아입미더. 밥 잘 잡숫고 계시이소." 하더라고. 나는 호동이를 믿어요. 일부러 세금 안 내고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그거 안 냈으면 내가 다 내줄 생각입니다. 호동이 엄마는 요즘 눈물 마를 새가 없어요. 그 일 때문에 호동이가 추석에도 안 내려왔어요. 집 안이 북적북적한데, 그놈 하나 없다고 집 안이 썰렁했어요. 사람 하나 자리가 그렇게 크더라고요.
강호동 씨가 굉장한 효자라고 하던데요.
(껄껄껄) 호동이는 마음 씀씀이가 괜찮아. 자기도 바쁠 텐데 큰댁 제사는 꼭 옵니다. 나보고 서울 오고 싶으면 차 보내줄 테니까 언제든지 말만 하시라고 하질 않나. 용돈도 많이 주고.(웃음) 고생한다고 여관도 그만하라고 했어요. 형한테도 매일 전화해서 한다는 소리가 "형, 우리 아부지한테 진짜 잘하자. 내도 잘하께." 우리 큰아들도 효잡니다. 오늘도 우리 큰아들이 여기까지 데려다줬습니다. 이렇게 나와서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7시 정도 되면 큰아들이 다시 태우러 옵니다. 내가 자식복은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강호동 씨는 어땠나요.
우리 고향이 진주시 이반성면 길성리인데 호동이가 거기서 태어났어요. 호동이 엄마가 호동이를 가졌을 때 한약을 먹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갓난아기 덩치가 꼭 세 살 같았지요. 동네에서 싸움이 될 만한 아이가 없었고, 똑똑하기도 참 똑똑했어요. 하루는 또래보다 어려 보이는 애들이랑 놀고 있길래 왜 이렇게 어린 애들이랑 놀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아부지, 야들 6학년입미더."(그때 강호동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라고 하더라고요. 막내라 귀여움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엄마랑 같이 잤을 정도니까. 곡식은 남의 것이 좋고 자식은 제 것이 최고라는데, 그 말이 딱 맞아요. 나는 누가 뭐래도 우리 호동이가 진짜로 제일 예뻤어요.
막내 아드님이라 더 애틋하시겠어요.
우리 호동이가…(강태중 씨가 갑자기 주머니에 물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호동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우리 호동이가 고3 때까지 내 품 안의 자식이었어요. 그런데 씨름을 하겠다고 부산으로 간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나려고 해요. 호동이가 장가 갈 때도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허전하겠냐면서 짐이며 물건이며 방에 그대로 놓고 갔어요. 씨름하면서 받은 트로피도 전부 두고 갔고요. 아마 스물한 개쯤 되는 것 같아요.
왜 씨름선수로 키울 생각을 하셨어요.
중학교 때 호동이 담임이 씨름을 권유했어요. 나도 호동이 먹성을 보고 '씨름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마산에서 고기장사를 했는데, 그때는 고기장사를 한다고 하면 백정이라고 했던 시절이에요. 그래도 나는 우리 식구들 먹여 살리는 게 더 중요했어요. 우리 식구 입으로 먹을 게 들어가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했어. 그래서 고기 들어오는 날에는 최고 좋은 부위를 집으로 가져갔어요. 육회 알죠? 호동이 엄마가 그걸 참 잘했거든. 고기를 칼로 잔잔하게 썰어서 참기름 한 숟가락, 배 조금 썰고 조물조물해서 만들어서 호동이를 먹이곤 했어요. 호동이가 혼자서 600g은 너끈히 먹었어. 양푼에다 밥 먹는 거 보면 진짜 기가 막혔죠. 그래서 씨름을 시켰어요. 지금은 그때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먹는 겁니다. 밖에 나가 먹으면 밥을 한 공기밖에 안 먹더라고.
연예인이 된 아들. 어떠셨어요.
어릴 때나 내 자식이죠. 연예인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는 안 했어요. 씨름에서 일등 했으니 딴 거 해봐도 되겠다 싶었죠. 내가 이경규한테 진짜 고마워요. 그때 호동이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연예인을 만들어줬어요. 이경규 처가 진주 강씨거든. 그래서 더 잘해준 것 같아요. 호동이가 큰 상(2008년 백상예술대상) 받았을 때도 이경규한테 상을 갖다준 거 알죠?
그때 그 상을 병상에 누워 계시던 아버님한테 드렸잖아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요? (2008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강호동은 관계자들과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트로피를 들고 곧장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강호동 씨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우리 호동이가 막내고, 위로 누나 셋, 형 하나입니다. 큰아들은 우리 집 근처에 살고, 딸들은 미국, 창원, 대전 이렇게 제각각 살고 있어요. 우리 큰손녀는 창원과학고등학교 1학년이고, 손자는 마산중앙중학교 1학년입니다. 근데 나는 이제 두산(강호동의 아들)이가 제일 예뻐요. 손자 생각하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요. 우리 두산이 돌잔치 때 몸이 아파서 못 갔어요. 20돈짜리 목걸이만 선물했죠. 두산이가 이제 세 살인데 엄청 똑똑해요. 내가 호동이한테 두산이 동생은 안 낳을 생각이냐고 물으니까 그냥 웃고 말더라고요.(웃음) 참 우리 두산이 사진 좀 보여줄까요? 아, 맞네. 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네.
며느님은 어떠세요? (강호동은 지난 2006년 대학원생 이효진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한테 참 잘해요. 내가 기특해서 "어디서 그렇게 잘 배웠니?"라고 물으니까 교수님이 어른들한테 잘하라고 가르쳤대요.(껄껄껄) 나보고 "아버님 서울 올라오세요.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그런다고. 한 달만 있으면 두산이 보러 또 갈 겁니다. 우리 호동이가 또 까만 차 보내줄 건데, 진짜 둘이 타고 가기 아까울 정도로 좋아요.
마지막으로 꼭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가령 강호동 씨가 앞으로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던지…
우리 호동이가 그래도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입니다. 사람들한테 웃음을 주는 사람 말입니다. 내 소원은 그겁니다. 국민들 그저 편하게 웃겨주면 좋겠어요.
뒤집기의 묘미를 보여준 강호동의 반전
국민 MC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발표했다. 탈세의혹 비난을 받은 지 4일 만의 일이다. 이 같은 결정은 방송 관계자와 시청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는 방송 3사를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60%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민 MC였기 때문이다. 강호동, 그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 그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취재 - 백은영 사진 - MBC, KBS, 조선일보 DB
'잠정은퇴'라는 초강수를 둔 '강심장'의 피 말리는 4박5일
그가 맡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의 이미지는 사실 대중적이고 서민적이었다. < 1박2일 > 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만나는 지역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렸고, < 스타킹 > 에서는 남다른 재주와 독특한 사연을 가진 일반인 출연자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그였다.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그에게 득이 되었던 '대중친화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틀 뒤 50대 사업가가 "강호동은 보통의 중소기업 매출보다 많은 연 3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부정한 행위를 저질러놓고 '나는 몰랐다. 추징금만 내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강호동을 탈세혐의로 고발했다. 또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등에서는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이 일어났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도 '도덕성을 잃은 국민 MC'의 퇴출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글이 쇄도했다.
이처럼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9월 9일, 강호동은 '잠정적인 은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극단의 카드를 집어들었다. 기자들 앞에서 자필로 작성한 글을 읽어내려가는 그의 목소리는 결연했고,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씨름선수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국민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뻔뻔하게 TV에 나와 웃고 떠들 수 없다. 내 얼굴을 보고 시청자 여러분이 어떻게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겠느냐"며 '탈세자'라는 오명을 쓴 채 예전처럼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고통스러운 심정을 밝혔다. 씨름선수에서 국민 MC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강호동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큰 좌절 없이 승승장구해왔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과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는 '잠정'이라는 여운을 남기긴 했지만, 일생에서 가장 큰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다소 극단적인 그의 결정이 도박에 가깝더라도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강호동은 스스로에게 '은퇴'라는 최고의 형벌을 내리면서 '동정여론'을 불러일으켰고, 안티와 세간의 불필요한 논쟁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효과까지 보았다. 그 여세를 몰아 최근 그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연 300억 원대 수입, 수십억 원 탈세'가 아니라 '연 30~40억 원대 수입, 3년간 7억 원 미만의 추징금' 그리고 '고의적인 탈세'가 아니라 '절세'에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고의나 사기를 동원한 탈세가 아니라 비용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세금 과소납부'로 국세청이 고발할 의사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이 같은 여론의 반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도 그의 퇴출을 요구하는 네티즌보다 그의 은퇴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호동의 추징금 액수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한데, 국세청은 "개인 과세 사안은 절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탈루소득과 추징세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종편의 유혹, 급변하는 트렌드 환경때문에 머지않은 시기
강호동에 대한 여론이 급반전되고 있는 시점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과연 그의 방송복귀 시점은 언제일까? 방송계 일각에서는 그의 자숙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이번 결정이 종편으로 가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차피 < 1박2일 > 은 내년 초 전원 하차가 예정되어 있었고, < 강심장 > 은 이미 하차가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편에서도 그에게 끊임없는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또 예능의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고 있기에 예능의 감을 잃거나 예상치 못했던 제3자에게 언제든 일인자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는 예능계의 특성도 그를 다시 방송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방송가에서는 자의든 타의든 그의 복귀시점을 1년 내로 보고 있다.
그가 떠난 예능계의 지각변동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강호동의 잠정은퇴가 발표되자 예능계는 강호동의 활동 전과 잠정은퇴 후를 기준으로 예능프로그램의 포맷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예능계는 대대적인 재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호동이 공중파방송 3사의 예능을 이끌어온 지난 10년 동안 예능프로그램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계가 그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새 판을 짜는 것을 그동안 게을리 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때문에 새로운 인물 발굴과 새로운 형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예능계에서 새로운 스타의 출연은 10년이 주기라는 속설도 있듯이 이제 방송계는 강호동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할 시기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가 출연했던 < 스타킹 > 과 < 강심장 > 은 새로운 진행자를 찾는 일에, 종영이 예상되는 < 1박2일 > 과 < 무릎팍 도사 > 의 경우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그러나 강호동을 대신할 인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프로그램에 중도 투입된다는 것은 연예인이나 제작진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입담 좋은 연예인들에게 구원 요청을 보냈지만,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종영이 예상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전혀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서바이벌의 홍수이기는 하지만 <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 > 처럼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검증된 프로그램의 포맷을 받아들이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위기이자 기회!
'강호동 특수' 누릴 2인자는?
단독진행이 확정된 이승기
이승기는 강호동과 상반된 이미지다. 강호동이 다소 과장된 진행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이끌었다면, 그는 프로그램의 강약을 조절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두 사람은 상호보완적 특수관계였다. 이승기가 강호동이 곁에 있었기에 국민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승기에게는 강호동의 잠정은퇴가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그는 이미 내년 2월에 < 1박2일 > 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고,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 9월 초, < 강심장 > 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제작진에게 전달했었다. 그러나 최근 < 강심장 > 제작진은 그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 하차를 한다면 프로그램의 배턴을 이어받을 만한 마땅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의리'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방송가에서 정 많은 이승기가 제작진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단독진행을 맡기로 결정했다.
가장 유력한 국민 MC 후보 이수근
< 개그콘서트 > 출신 이수근은 강호동에 이어 가장 유력한 국민 MC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다수 개그맨 출신 톱 MC들이 개그로 시작해 예능프로그램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처럼 개그부터 시작한 그도 다양한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순발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이수근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강호동의 후계자로 낙점되면서 숱한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다. 강호동과 오랜 기간 < 1박2일 > 을 함께하며 익힌 입담과 재치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에 그는 최근 tvN의 < 코미디 빅 리그 > 라는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이영아와 공동 MC를 맡으며, '이수근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뼈그맨 유세윤 & 미친 존재감 정형돈
'뼈그맨(뼛속부터 개그맨)'이라고 불리는 유세윤도 강호동의 빈자리를 메울 만한 '물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에서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며 차기 국민 MC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6년 동안 MBC < 무릎팍 도사 > 의 보조 MC를 맡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강호동의 진행비법을 터득했다는 점에서 '포스트 강호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다수의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익힌 진행능력도 강점이다.
최근 '대세'라고 불릴 만큼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고 있는 정형돈도 일인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카리스마는 없지만,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예능에 투입됐을 때만 해도 '웃기는 것만 빼곤 다 잘하는 개그맨'으로 낙인찍히며 슬럼프를 겪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올드맨들의 귀환?
차세대 예능돌이 등장?
'올드맨 군단'도 과거의 영예를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경규, 김국진, 김구라, 박명수를 포함해 올 하반기 방송복귀를 예고한 주병진이 공중파방송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 이특, 신동, 붐 등 차세대 예능돌이들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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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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