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철학심리학

이키다노트
- 작성일
- 2023.5.28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글쓴이
- 박균호 저
갈매나무
독서는 일상에서 가장 실천하기 쉬운
인문학적 행위이다.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려고 고르는 것부터 인문학적 행위라니. 그렇다면 나는 매일 인문학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건데... 어깨가 뽕긋해지는 이 기분은 나쁘진 않네. ㅎㅎ 이 책의 저자는 26년 차 교사이자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를 통해 독특하고 기발한 고전 독서법을 선보인 독서가이다.인문학이나 고전이 따분하지도 어렵지도 않음을 전파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게 얼마나 재미나고 즐거운지 알리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제목부터 킬포! 부제로는 '느긋하게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으로 된 이 책. 해도 해도 너무했다. 집콕이라 다행이었지. 외출 일정이 있었으면 곤혹스러울 뻔. '알뜰인잡'을 책으로 보는 것 같았다.
1부 가뿐하고 경쾌하게, 인문학 첫걸음의 첫 번째 꼭지 '인문학을 탄생시킨 책 도둑- <1417년 근대의 탄생>'에서는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학문의 모태가 부지런한 책도둑들 덕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00년 전 교황 요하네스 23세 아래 필사가 이자 비서로 일하며 권력과 부를 누린 '포조'는 요하네스 23세가 실각하는 바람에 백수가 된다. 재능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수도원을 털어 희귀본을 훔치는데 성공하고 필사하여 후세에게 보급했다. 그 책이 고대 로마 시인 루크레티우스의 서사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이다. 에피쿠로스 철학을 설파한 책으로 갈릴레오와 뉴턴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포조의 위대한 작업 이후, 약 10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수도원이나 도서관에서 묻혀 있는 고전을 필사해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활동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이에 저자는 인문학에 대해 말한다. 인문학이라는 것은 어렵거나 특별한 게 아니다고. 고전을 읽고, 나름의 해석을 하고, 감상을 남기는 것 자체가 인문학적 행위라고 말이다.
2부 느긋하고 한가하게, 고전 읽기에서는 <나쓰메 소세키 인생의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인생을 대표하는 주요 결정들 (건축가 꿈을 포기하고 문과대학에 입학, 교사가 된 것, 소설을 쓴 것)을 남들의 권유로 행해진 거와 달리 유력 잡지의 상패를 거절하고 문학박사 학위 수여를 거절했다. 1위로 뽑힌 자신의 명예는 동료 문예가들의 명예를 깎아낸 결과물과 다를 게 없으니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우열을 두고 주는 상을 거부한 것. 문학박사 학위는 본인이 신청한 것이 아닌 문부 대신의 명령이었다. 박사학위가 흔해지면 학문의 목적이 학위 취득이라는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과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는 학자가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거절했다. 이렇게 멋진 신념을 갖고 있었다니, 사놓고 읽지 못한 고양이로소이다를 어여 개봉해야겠다(2년 다 되도록 래핑 상태)
3부 소소하고 친근하게, 일상의 디테일. 여기에서도 온갖 지식이 가득했는데, 매일 마시고 있는 커피 원두가, 사실은 한 그루에서 1년 동안 수확해 상품으로 나오는 양이 고작 250g 한 봉지란다. 맙소사..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잡초에 대한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잃어버린 옥토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야생 식물이 잘 자라게 냅두는 것이라고 한다. 땅속 깊숙이 있는 물과 양분을 끌어올리는 능력 덕분이기 때문이다. 잡초가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땅속에 묻으면 잃어버린 양분을 되찾을 수도 있기도 하다. 지층 아래에서 뽑아 올린 수분은 재배 작물에도 돌아가는 낙수효과를 발생한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1부에서 3부까지 일부만 리뷰에 올려 많이 아쉽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연필 사업을! 신분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대수를 달리하는 법령에 따라, 제사를 20번은 지내야 양반이라는 분위기 속에 서민들조차 4대 봉사하게 되었다는 것도! (제사는 진짜 없어져야 할 유산) 단팥빵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작이었다는 것! 부적은 종교보다 더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 재미난 읽을거리가 가득한 이 책. 진심 강추!
독서가의 집콕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잠적이 아니라
지식의 향연을 즐기는 적극적인 행위다.
이 책은 독서에 재미로 아주 찾지 못한 미래의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이토록재미난집콕독서 #박균호 #갈매나무 #집콕 #인문학 #고전 #일상 #집콕독서 #독서 #책읽기 #책추천 #책#독서기록 #문학 #도스토옙스키 #종의기원 #훌리건 #잡학사전 #추천도서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