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가호
- 작성일
- 2023.5.19
불완전 채식주의자
- 글쓴이
- 정진아 저
허밍버드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을 읽고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었다. 저자가 직접 축사에서 일하면서 닭과 돼지 그리고 개가 어떻게 도축되어서 식탁위에 올라가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쓴 책인데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더욱 잔인했고, 그것이 현실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10년 넘게 키우고 있기에 더욱 와 닿을 수 밖에 없었고 책을 읽은 그 날 이후로 채식주의자로서 살고자 다짐했고 나름 고기를 안 먹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노력은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고기 없는 식단을 찾기란 너무 힘들었고, 내가 직접 해 먹지 않는 이상 비건을 위한 음식점이 아닌 곳에서 비건 메뉴는 아예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어쨌든, 나야말로 '불완전 채식주의자'에 가까운데 여기 나와 너무 비슷한 사람이 쓴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십여년 전, 구제역으로 인해서 수많은 돼지들이 산 채로 생매장 당하는 광경을 미디어를 통해서 본 후 그 충격으로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처럼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가끔 고기를 섭취하면 그 고기를 제공한 동물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표하는 방법으로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한 달간의 채식주의를 끝낸 후, 가끔 고기를 먹게 될 때면 동물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최대한 고기를 찾아서 먹지는 않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의 저자가 여러 동물의 복지와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에 대해서 담아내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여러가지를 이 책을 한 권으로 많이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비거니즘'이라는 삶의 형태가 매우 흥미로웠는데, 비거니즘의 삶이 다른 의미에서는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그 외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부분은 나도 평소에 많이 생각해 오던 부분이었다. 요즘 내가 다짐하는 건, 내가 쓰는 모든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니멀리즘에 가까운데 식사량 또한 지금까지는 그저 내 몸이 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에 맞게 식사를 했다면 이제는 조금 부족하게 섭취를 하고, 그 메뉴 또한 최대한 고기가 지양된 식단으로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입고 쓰는 이 모든 것이 환경 및 동물의 복지와도 연결될 수도 있음을 늘 생각하고 있다. 요즘에는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있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게 되었고, 비움이 오히려 내 마음의 편안함을 높여주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나만의 비거니즘 라이프를 고수하고자 한다.
내가 한 달 정도 채식위주의 식단을 고집하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먹지 않은 치킨 한 마리를 누군가는 두 마리로 소비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느꼈던 좌절감이다. 내가 아무리 채식을 하더라도 누군가가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 까지 고기를 소비할 때 내 행동의 의미가 퇴색되어간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을 쉽게 내려놓으면 이것은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짓밟는 행동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어딘가 나와 같은 이가 있다면, 애매한 윤리의식과 적당한 비겁함에 자책을 연발하면서도 동물과 지구에 해를 덜 끼칠 방법을 계속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냥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 보자고 권하고 싶다."
-p.236-
책의 마지막 구절을 읽고 나는 다시 한 번 내 나름의 소신으로 최대한 비육식을 지향하는 삶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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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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