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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호
- 작성일
- 2010.11.1
본 투 런 BORN TO RUN
- 글쓴이
- 크리스토퍼 맥두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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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의 담임은 체육 담당 여교사였다. 1학년 때에도 이 교사에게서 체육을 배웠었는데, 체육시간 시작하자마자 항상 운동장 네 바퀴 달리기를 시켰었고, 난 끝까지 달려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세 바퀴쯤 달리면 피를 토할 것 같이 힘들었지만 전혀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던 그 교사가 당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비록 그 훈련을 2년 동안 하게되니 어느 순간 조금씩 지구력이 향상된 나를 볼 수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제일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바로 마라토너이다.
본 투 런 Born To Run,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맥두걸이 실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달리기를 잘 하면서도 재미있어하는 부족인 타라우마라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달린 경험을 하고 우리에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선사시대 인간들이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맨발로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달리기 위해 태어난 다리에 비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뇌와의 싸움에서 뇌의 승리로 하여금 현대인들은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고 보고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 때 달리기가 무릎과 발목에 충격을 주어서 매우 좋지 않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었고, 빨리걷기 즉 파워워킹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운동 요법이 되고 있는 것과는 색다른 견해라는 점이다.
책을 끝까지 읽으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음에도 울트라러닝 즉 평탄한 곳이 아닌 언덕과 계곡 그리고 강이 있는 곳에서의 달리기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평지에서의 마라톤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일까. 또 마라토너를 나와는 가장 무관한 사람들로 치부했었기 떄문에 달리기에서의 엔도르핀이 어떤 희열인지 또한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 기쁨을 독자로서 고스란히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달리고 싶어졌다. 내 마음을 억누르는 모든 고통과 근심의 무게는 언제나 운동을 했을 때 한결 가벼워졌었는데, 달리기도 그런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정말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운동법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비싼 운동화일수록 다리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인간은 맨발로 달릴 때 가장 안정적이고 부상이 적다. 얼마 전 등산할 때 우연히 본 맨발의 등산객 또한 이 책 속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루종일 앉거나 누워있는 내 삶의 방식이 사실은 매우 인간적인 게 아니었다는 것, 이것은 더 나아가 인류의 숭고한 역사를 거부하는 행위로까지 해석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서 이제 달리기는 내게 더 이상 목표만을 위한 고통스런 행위가 아닌 인간 본연의 행위에 충실한 즐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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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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