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에세이, 동시와 산문

미리내
- 작성일
- 2024.1.21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 글쓴이
- 헤르만 헤세 저
나무생각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를 " 슬퍼하지 말아요, 곧 봄이 옵니다 "로 읽었으며 해석했다. " 헤세가 시공을 뛰어넘어 당신에게 깊은 안식과 위로, 나아갈 길을 알려줄 것이다. " 작년 보다 올해는 더 힘겹게 달려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헤세의 힘을 빌리고 싶어 시집을 펼쳤다. 더구나 시를 읽고 필사를 할 수 있어 헤세의 작품이라 읽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시를 읽다 꽃가지(-36쪽)를 읽는 순간, 역시 헤세는 헤세다라는 생각이 파도처럼 쓰윽 밀려왔다.
꽃가지
꽃가지 쉼 없이
바람결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내 마음도 쉼 없이
어린애처럼오르락내리락 흔들린다
맑은 날과 흐린 날 사이를
의욕과 체념 사이를 쉼 없이 오간다
바람결에 꽃잎 다 날아가 버리고
가지에 열매 매달려
웬만한 바람 불어도 가만히 있게 될 때까지
어린애 같은 마음이 가라앉고
평온을 찾을 때까지
살아보니 정신없이 흔들리던 인생도
놀이처럼 즐거웠다고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고백할 때까지
`꽃가지`로 인생을 표현했다는 것에 놀라웠고 " 살아보니 정신없이 흔들리던 인생도 놀이처럼 즐거웠다"의 표현이 많이 와 닿았다. `의욕`과 `체념`이라는 명사 쓰임에도 삶에 뜻이 분명해지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시가 또 대단한 매력이 있었다. 감동이 꽃향기보다 더 진하고 오래 남는 시다.
책(-46쪽)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쓰라고 하면 막막하거나 산문으로 나열할 것 같다. 역시 헤세는 헤세다. 우리가 알고 내가 읽은 `데미안, 수레바퀴아래서, 싯타르타` 등 감동이 멈추지 않는 작품들이다. 헤세의 시는 에세이처럼 소설처럼 느껴졌다.
책
이 세상 그 어떤 책도
그대에게 행복을 주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그대를 살며시
그대 자신에게로 돌려보내 주리라
그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그대 안에 있으리라
해와 달과 별
그대가 구하는 모든 빛이
그대 안에 있으리라
그대가 오랜 시간 찾아다니던 지혜가
지금 모든 페이지에서 반짝이고 있으니
이제 그 지혜는 그대의 것이 되리라
책에 대한 부정인듯 하지만 결국 "지금 모든 페이지에서 반짝이고 있으니" 를 부각시켰으며 행복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하였다. 책에서 얻을 수 있다는 지식과 "오랜 세월"이라는 경험에 의한 지혜도 얻을 수 있으니 책에 대한 예찬론이다. 한 편의 시를 읽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 행복이라는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방랑을 하며
-크눌프를 생각하며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밤이 오면 우리는 빛바랜 땅 위로
서늘한 달님이 살포시 웃어주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 손을 잡고 쉴 거예요
슬퍼하지 말아요, 곧 때가 옵니다
때가 오면 쉬게 될 거예요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 개가 나란히
밝은 길가에 서 있을 거예요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갈 거예요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112쪽)는 `방랑을 하며`라는 시이다. 삶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인내를 건너 오는 희망이다. 그래서 삶은 값진 것이고 그만큼 시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헤세의 시를 읽는 밤도 겨울도 다시 찾아오는 봄의 어느날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헤세를 통해 봄이 하는 말(-194쪽)이 무엇인지 되새겨 보고 싶다.
봄이 하는 말
아이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살아라, 자라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노인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늙은이여, 땅에 묻혀라
싱그러운 젊음에 자리를 비켜주어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 나이로 하면 아이보다 노인에 가깝지만 서운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살아온 지난날보다 죽음에 가까운 날이 더 가깝다. 삶과 죽음을 봄이 하는 말로 풀어서 이야기 했다. 젊은 이들이여 삶을 두려워 하지 말고, 나이가 들어 늙은자는 다가올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말고 다가오는 날을 맞이 하고 내려 놓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생을 이야기한 헤세에게 이 시를 통해 삶의 가치를 되새겨 보았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는 총 4부로 구성되었지만 어느 시를 읽어도 감동이고 한편을 여러번 읽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반복하여 읽다보면 깊이가 점점 보이는 느낌이고 해석할 수 있는 시어가 보이고 누구에게 말로 전할 수 있게 된다. 삶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시다. 곧 봄이 다가오니 새로운 희망이라는 싹을 틔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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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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