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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글쓴이
스테이시 리 저
우리학교
평균
별점9.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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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소녀의 비밀직업 (스테이시 리 지음 / 부희령 역 / 우리학교)



 



이 책의 지리적 배경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애틀란타, 온갖 것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시절이 이야기다.



주인공은 17살 ‘조 콴’인데, 동양인(중국) 소녀다. ‘올드 진’이라는 노인과 함께 사는데, 그는 조를 돌봐주는 사람이다.



 



조는 올드 진과 함께 벨 씨의 인쇄소 지하에 숨어 산다. 그곳은 겉으로 찾기 힘든 장소인데, 과거 흑인 노예들이 몰래 만들어 놓은 곳으로, 위층 인쇄소에서 말하는 소리가 아주 잘 들린다. 조와 올드 진은 이곳에서 몰래 살며, 신문사를 운영하는 벨 씨 가족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엿듣는다. 조는 그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 관심을 갖고 많은 것을 배운다.



 



모자점에서 일하는 조는 모자와 매듭에 재능이 있지만, 유색인종이라 일터에서 해고된다. 조는 예전에 하녀로 일하던 페인 씨 저택에서 다시 일하는데, 올드 조도 그곳에서 마필 관리사로 일하는 중이다. 페인 씨 집에는 페인 부인과 그녀의 아들, 딸이 있는데, 딸 캐럴라인은 유독 조를 못살게 군다. 조는 캐럴라인의 하녀로 일하게 된다.



 



벨 씨의 인쇄소에서 만드는 신문 ‘포커스’는 경쟁 업체에 밀려 구독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위기에 처한다. 경쟁 업체에 대항할 필진을 구하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안목을 보여줄 사람을 찾는다. 지하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조는 벨 씨 신문사에 자신이 쓴 글을 보내고, 포커스 신문사에서는 ‘스위티’라는 필명으로 조의 글을 싣는다. 사람들은 스위티의 의견에 놀라고 세상을 앞서 가는 생각과 여성의 권리, 참정권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조, 즉 스위티의 칼럼으로 여성들은 자신들의 권리에 관심을 갖는다. 낮에는 저택의 하녀이지만 밤에는 지하실에 숨어 사는 칼럼리스트로. 과연 이런 위태로운 상황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20세기 초의 미국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낸다. 활력있는 도시, 성장하는 미국의 근대사의 현장에 주인공과 함께 와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면에 숨은 빈부격차,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참정권 문제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흑인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는 모습과 그보다 더 큰 차별을 받는 동양인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가하는 조는, 그 ‘여성’은 백인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또 경악한다. 조는 그래도 꿋꿋하게 싸워나간다. 여성들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바로 ‘스위티’인 조인데, 여성들은 유색인종인 조를 외면하려 한다. 조는 물러서지 않는다.



 



이 책의 인물 관계가 무척 촘촘하다.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지만, 중반 이후가 될수록 인물의 관계가 더 좁혀지고, 바로 옆의 인물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고 놀란다. 마님은 마님이 아니었고, 아가씨는 아가씨가 아니며, 올드 조는 그냥 올드 조가 아니다. 그것을 알게 된 순간, 백인 중심의 사회, 그들이 지하실에 꽁꽁 숨겨두었던 추악한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허울뿐인 명분이 우스워진다.



 



이쯤 읽고 나서야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는 왜 지하실에 숨어 살며, 왜 지하실에서만 엿들을 수 있었을까? 쓸모없다고 여긴, 혹은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지하실에 방치되어 있다.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들이 말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비밀스런 지하실이 있다.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지하실 공간. 그 공간에 감추어두었던 것이 어쩌면 누군가의 보물이고 꿈이었을 것이며, 삶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공간이 스스로 뽐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지하실이 두 손 높이 받들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당시를 여자로서 살기도 벅찬데, 동양인으로 살아야 했던 조. 그러나 좋은 이웃들도 분명 있었으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조를 봐준 사람들, 바로 벨 씨 가족들이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보면, 백인과 흑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정의와 공평은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고, 정해진 사람에게만 씌워지는 우산이다.”



 



하지만 조는 이미 알고 있다.



비가 쉽게 그치지 않으리란 것을.



그리고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는 것을.



 





 



2023년에는, 내 마음 속 지하실에 깊이 가둬버린 모순이 없는지 찾아보겠다.



 



2023.01.01



 



#아래층소녀의비밀직업



#우리학교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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