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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puni
- 작성일
- 2020.11.27
상어 이빨 소녀
- 글쓴이
- 케리 버넬 저
위니더북
책을 읽기 전,
충분히 겉표지의 그림을 감상한 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고 첫 번째 페이지를 읽고, 두 번째 페이지를 읽었다.
잠시 후
“음??”
고개가 갸웃.
나는 도로 책장을 첫 번째 페이지로 넘겼다.
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나는 책장 하나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껴두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하며
“그러니까... 이게 지금 얘가... 사람이라는 거야?? 인어라는 거야???”
라고 중얼대면서 책을 읽어나가야만 했다.
그것이 나와 미노의 첫 만남이었다.
모험 이야기들을 다룬 다른 책 속의 주인공들과 다른 미노. 육지에서는 걸음걸이조차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아이. 이 여리디 여린 소녀가 엄마를 구하러 떠나는 모험 이야기가 바로 [상어이빨 소녀]다.
이 책을 읽고서 나는 두 가지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첫째는 모험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응당 튼튼한 신체를 가지고 두려움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
(주로 남자아이들이 이런 역할로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뭐 성차별을 논하자는 거는 아니고.)
둘째는 갈고리가 달린 해적이라면 무조건 욕심쟁이거나 나쁜 인물이라는 것.
(피터팬의 후크 선장이나 보물섬의 실버처럼)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머릿속에서는 그런 고정관념들이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이런 고정관념 두 개가 [상어이빨소녀]를 읽음으로 와장창 무너져버렸다.
가만히 엄마를 기다리라는 외할머니의 말씀을 가뿐히 어기고 아이들이 모험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함께 두근거리기보다는
“거참, 할머니 말씀 진짜 안 듣네. 어이구....”
가 먼저 떠오르는 나를 보고 있자니 동심을 잃은 것 같아 씁쓸했다.
튼튼한 육체를 가지지 못한 미노는 걱정을 잔뜩 안은 채 큰맘 먹고 오로지 엄마를 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깊고 깊은 바다로 뛰어들지만 어두컴컴한 심해에서도 두려움을 바로 극복하지는 못한다.
(물론 공포심이 극에 다다랐을 때 반전이 있긴 하지만.)
그런 미노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조마조마했다.
상어이빨소녀에 나오는 바다는 햇빛이 바닷속으로 내리쬐는 반짝이는 투명하고 쪽빛을 가진 바다가 아니라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아주 깊고 시커먼 바다였기 때문에
그 깊고 깊은 심해로 작은 아이가 들어갔다면 당연히 무섭고, 두렵고, 울고 싶은 마음이 하나 가득 아니었을까?
그런 미노의 상태가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표현돼있기 때문에 가끔 내가 직접 심해 한가운데 떠 있는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움찔!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읽는 도중에 인상 깊었던 장면이..
바닷속 아이들이 미노의 중요한 것을 빼앗기 위해서 미노를 함정에 빠트렸을 때가 있었다.
그렇게나 미노에게서 빼앗으려고 노력을 하다가 결국 뺏지 못하니
“어.. 안 뺏기네? 그러면...우리 친구하자~!”
하면서 미노의 모험을 도와주는 모습이라니.
아이들이라서 단순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군가 잔인하게 죽거나 허무하게 죽는 법이 없어서다.
악역인 등장인물조차도 말이다.
와... 정말.. 맨 마지막 장면에서는..
내가 번역가였다면 이 한 마디를 넣고 싶었다.
“헐.......”
스포를 쓰지 않기 위해 무던 애를 쓰면서 서평을 썼지만,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이 한마디는 꼭! 해 주고 싶다.
“꼭!! 작가의 말은 맨 마지막에 읽어야 합니다.”
라고 말이다.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버린다면 내가 상어이빨 소녀 이야기를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자마자 느꼈던 그 소름의 반전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을 마지막에 읽어야만 왜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해적이 여자였고, 갈고리를 달아야만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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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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