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입니다
책읽는뇌
- 작성일
- 2022.4.22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글쓴이
- 짐 알칼릴리 저
윌북(willbook)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물리학이 경이로운 이유, 물리학이 과학의 토대인 이유, 세상을 이해하는 데 물리학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는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책을 통해 물리학을 사랑할 수 있게 될까? 이 책을 펼치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점은 물리학자들이 가진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점이 일상의 상식적인 관점과 얼마나 다른 지에 있었다. 내가 가진 보잘것없는 물리세계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재구성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우선 최대한 허물어보는 데 있었다. 내가 아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은 얼마나 허물어질 수 있을까?
물리학은 실증과학이자 정량적 과학으로 재현 가능한 관찰과 측정, 실험으로 개념을 검증하게 한다.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명 덕에 17세기 들어서야 어엿한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일단 현미경과 망원경이 발명되어 아주 작은 것은 확대하고 아주 멀리 있는 것은 가까이 끌어당겨 볼 수 있게 되어 세상에 대한 이해가 극적으로 확대되었다. 갈릴레이는 자신이 개량한 망원경을 통해 태양중심설을 검증했고 천문학의 시대를 열었다. 오늘날 전자현미경은 수천만분의 1mm의 직격에 불과한 개별 원자도 볼 수 있고 거대한 망원경을 통해 465억 광년 떨어진 관측 가능한 우주의 가장 먼 자리도 볼 수 있게 되었다.
p.36
물리학 본연의 임무는 우리 눈에 보이는 자연현상을 올바르게 설명하고, 그 설명을 뒷받침할 근본원리과 매커니즘을 찾아내는 것이다.
책은 '척도 scale'의 개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반인이 물리학이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물리학이 설명하는 범위에 해당하는 두 가지 척도인 시간과 공간이라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양극단을 오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리학 세계에서 '공간'이라는 척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작은 양자 세계에서부터 전체 우주까지, '시간'의 척도에서는 눈 깜짝할 시간부터 영원까지 다룬다. 물리학이 설명하는 범위는 이렇게 광범위하다. 따라서 저자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척도에 대해서 독자가 적응할 시간을 준 뒤 물리학 이해에 필요한 세 가지 개념-보편성, 대칭성, 환원주의-을 설명한다.
물리학의 범위를 이해하고 난 후에는 현대 물리학의 세 기둥인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열역학을 살펴본다. 너무나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절대적인 공간과 시간이 별개의 실체도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뉴턴의 운동법칙이 성립하는 조건에서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절대적인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공간과 깊은 수준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뉴턴의 세계를 허물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결합하여 평범한 인간의 직관에 어긋나는 상황을 해결했다.
물리학의 두 번째 기둥인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에 대한 이해를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뉴턴역학, 전자기학, 열역학 등 학교에서 배운 주로 물리학은 고전물리학으로 분류된다. 물리학자들이 관심을 원자와 분자의 세계로 돌리자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 발견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읽으면서도 어렵고 신기하고 읽고 나서는 먼가 마법의 세계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다. 양자의 세계를 기술할 때 '이상한', '기이한', '직관에 어긋나는' 같은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일상세계에 대한 세속적 이해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양자세계이다. 신기하고 놀랍고 멘탈이 붕괴되는 양자역학은 물리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깃들어 있다는 것은 이 책이 주는 재미 중 하나이다. 양자역학이 현대의 전자공학 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현대 물리학의 세 기둥 중 마지막에 등장하는 열역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계역학부터 알아야 한다. 통계역학이란 우리 주변에서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물체들의 운동을 이해하도록 하는 물리학의 영역이다. 통계역학은 수많은 입자들이 한 계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운동하는가를 설명하는데 비해 열역학은 계의 열과 에너지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설명한다.
물리학의 세 기둥 다음에는 '통일'이라는 심오한 개념이 등장한다. 별개로 보이는 자연현상들을 하나의 통일된 설명이나 이론 아래 묶어주는 보편법칙을 발견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모든 것의 이론이 되고자 하는 절대반지 같은 이론을 찾기 위한 노력들을 설명한다.
저자는 물리적 우주에 대한 현재까지의 인간이 이해한 수준에 대해 설명한 뒤 기초물리학 분야의 미해결 과제들도 살펴본다. 한편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한 것을 모두 합쳐도 겨우 우주의 5%를 구성하는데 그친다고 한다. 나머지 95%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해 최대한 물리학을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는 '아 그렇구나'와 '우와 신기하다'가 교차하면서 물리학의 세계에 조금은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서평을 위해 책을 다시 열어보지 않고 전체 내용을 간명하게 몇 줄로 핵심을 추려 말하기에는 여전히 물리학의 세계는 다른 분야 보다 생소하고 경이롭기에 책 내용 전체를 요약해서 정리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특히 재밌었거나 우리가 너무도 당연시하는 실생활에서 적용되는 아름다운 물리학 법칙이 적용된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중력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지구의 핵에 가까울수록 중력장이 강해진다. 따라서 지구의 핵에서 멀어질수록 시간이 빨리 가게 되는데 불과 1~2미터의 높이 차이로도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달라진다. 아파트 35층에 사는 사람은 1층에 사는 사람보다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럼 얼마나 차이가 날까? 다행히도 걱정할 만큼 시간이 빨라가지는 않는다. 1억 년이 흐르면 1초 정도 시간이 어긋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척도에서도 언급했듯 여기에 적용된 시간 척도는 1억 년이라는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이 등장하기에 실생활에서 과연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해진다. 중력이 시간에 미치는 효과는 피부로 실감할 수 없어 무시해도 될 것 같다는 착각이 들지만 현대 무선통신에서는 다르다. 배달앱을 켤 때마다 내 위치를 확인하는 친숙한 GPS는 지구 궤도를 도는 몇몇 GPS 위성과 주고받은 신호를 토대로 작동된다. 이 전자기파가 위성과 거리를 주파하는 데는 1/100마이크로초 오차범위 안으로 알아내고 우리의 위치를 몇 미터 오차범위 안으로 짚어낸다. 위성에 탑재된 위성에는 원자시계란 것이 탑재되어 있는데 대단히 정교함에도 중력의 효과로 매일 10만 분의 4초씩 빨라진다(또 등장하는 너무나 짧은 시간의 척도). 짧아지는 시간이 10만 분 4초라 할지라도 중력장에 더 큰 영향을 받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지상의 시계에 맞추기 위해 시간을 일부로 늦추지 않으면 배달앱에서 우리 집 위치는 다른 동네에서 파악될 것이다.
한편 방금 말한 '시간'이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이 적용된 설명이라면 양자론의 영역에 넘어가면 그 설명이 완전히 달라진다. 물리학이 경이로운 것은 물리학 이론이 각각의 보편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름답고 신기하고 경이롭고 혼동스러운 물리학의 세계를 여행하고 난 뒤 다시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는 것 같은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신비로운 꿈을 꾼듯한 이 느낌을 현실 세계의 교훈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말로 바꾸라고 만약 누군가 내게 강요한다면 물리학의 역사, 즉 과학의 역사에 대하여 말할 것 같다. 과학의 역사는 과거의 실수로 가득하다. 더 나은 이해와 실증적 증거는 낡은 가설과 이론을 교체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이론은 계속 교체되지만 현실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 공공의 영역에서 펼쳐지는 토론은 엄격한 증거와 재현성보다는 사적인 의견과 선입견, 편견으로 가득한 목소리 큰 사람들이 오히려 힘이 세 보인다. 물리학의 세계가 우리 사회에 가르쳐 주는 교훈은 '정직에 대한 집착'과 '의심의 중요성'이다. 과학의 진정한 가치는 확실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개방성에서 나온다. 수 세기 동안 물리적 현상에 대한 더 근본적인 설명을 찾기 위한 노력은 지배적이었던 이론이 허물고 계속하여 더 적합한 이론을 만들어간 데에 있다. 이 책을 통해 물리학의 발전을 바라보며 얻은 많은 좋은 것 들 중 하나는 내 의식의 세계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끊임없이 계속하여 의심하고 언제든 새로운 것으로 바꾸겠다는 개방성의 재확인이 아닐까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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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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