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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시도
- 작성일
- 2021.8.10
너도 하늘말나리야
- 글쓴이
- 이금이 글/해마 그림
밤티
*책 간략 소개
달밭마을에 사는 미르, 소희 바우가 각자 가지고 있는 상처를 보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7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동화의 개정판이며, 고학년 동화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어른이 봐도 역시나 좋은 동화책이다. 이제 더 이상 정상가족의 기준을 논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회의 분위기와 편견 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현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들의 진솔한 목소리로 전해진다.
*감상
미르 이야기, 소희 이야기, 바우 이야기로 화자가 변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가장 감정이입이 되었던 아이는 '소희'였다. 어린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미르가 부럽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꿀꺽 꿀꺽 삼키는 아이. 자기와 대화를 하고 일기를 쓰면서 그 덩어리를 풀어내는 아이. 소희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이 바우의 관찰을 통해 드러난다.
원래부터 성장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몇 번을 울컥거리고 미소 지으며 기분 좋게 읽어 갔는지 모른다. 내가 성장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나에게 성장이 필요해서일까. ㅎ 완전하지 않은 모습, 상처가 있는 사람들, 그럼에도 용기를 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달밭마을을 지키고 있는 수령 500세의 느티나무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도 정말 아름답게 펼쳐진다. 책 곳곳에 나오는 자연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저자의 따뜻한 눈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너도 하늘말나리야>라는 제목이 다시 들어 왔다. 이제야 알겠다. 이 말이 얼마나 따뜻한 격려의 말인지.
*인상 깊은 구절
p81 나는 미르를 이해하기로 했다. 그 애가 보여 준 게 아니었다고 해도 혼자만의 얼굴을 본 사람이 가져야 하는 아주 작은 예의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남의 일기장을 봐 놓고 남들에게 그 내용을 떠들고 다니는 짓이나 마찬가지다.
p92 봄 햇살에 내민 아기 손처럼 작은 나뭇잎들은 형광 연두색으로 빛났다. 나무 아래에 서면 온몸은 물론 마음까지 환한 연두색 물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보면 슬펐다. 아름다운 것들은 그랬다.
p103 아무래도 내가 미르보다 더 마음 부자인 것 같다. 내가 자기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자기가 가진 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기 전에는 내가 그 애보다 훨씬 더 부자다.
p149 바우는 미르가 날카롭게 구는 이유를 이해했다. 자신이 말하지 않는 것으로 엄마 잃은 슬픔을 나타냈듯이 미르는 가시를 세운 모습으로 아빠와 헤어진 슬픔을 표현하는 거라고 바우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보면 엉겅퀴꽃이 생각났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 같지만 만져 보면 부드러운 엉겅퀴꽃.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여린 마음을 들키기 싫어 가시 돋친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p160 소희의 그 당당함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 바우는 늘 궁금했다.
"아빠가 보기에 소희는 진짜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 같다."(...)
이젠 아빠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 내가 엄마에게 이야기하듯 소희는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자기가 밉고 싫거나, 자신에게 믿음이 없으면 그러기 힘들겠지요. 엄마, 이제 하늘말나리꽃이 제대로 그려진 것 같아요.
꽃을 완성한 바우는 스케치북 한 귀퉁이에 써넣었다.
하늘말나리. 소희를 닮은 꽃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p212 봄에 가지마다 물이 올라 싹을 틔우기도 전에 나무 전체가 연둣빛으로 아련해지던 것, 잎이 나고 자라 청년처럼 싱그러워지던 것, 그리고 마지막 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단풍이 들언 모습...., 느티나무의 사계절을 다 지켜본 미르는 넓게 퍼져있는 마음자리가 바로 나무의 본모습이라는 걸 깨달았다. 미르는 나뭇잎을 주워 소중하게 책갈피에 끼워 놓았다.
*총평
1999년에 초판을 찍은 이후, 2020년에는 무려 70쇄를 찍어 낸 어린이 동화의 클래식 명작이다.
저자는 이번에 개정판을 내면서 21세기에 읽을 새로운 독자들을 위해 꼼꼼하게 점검 후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개정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어른들도 한때는 아이들이었으니까. 기꺼이 자신의 마음을 내주며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위로와 용기가 되어 준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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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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