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고요』 | 저자: 보 헌터(지음), 캐스린 헌터(그림) | 출판사: 책장속북스

나는 걸을 때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세계 속에서 걷는다.

바다, 노을, 구름 정도의 존재감이 아니라면 주변의 소리 나 사물들에는 대체로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나를 길을 가다가 문득, 음악 대신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꽃 앞에 잠시 멈춰 서게 하는 책을 만났다.

<낯선 고요>는 캐스린 헌터와 보 헌터 남매의 협업으로 완성된 그림 에세이다.

'우리는 이 책이 당신의 호기심을 일깨우고, 잠시 멈추어 세상에 깃든 자연의 장엄함을 음미하는 쉼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는 마음 챙김으로 이끌어주는 문입니다. 책에 담긴 아름다운 그림과 빛나는 이야기를 감상했다면, 주저 말고 밖으로 나가세요. 그리고 당신만의 경이로운 세상과 마주하세요.'

이 책의 '들어가는 글'에 적힌 문구이다.

나에게 이 책은 그들이 바랐던 대로 자연의 장엄함과 신비함을 음미하는 쉼의 공간이 되었고, 집 밖의 경이로운 자연의 세상과 즐겁게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존재가 되었다.

분량은 160쪽 남짓으로 읽는 데 부담이 없고, 작은 생명에서 우주까지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는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감성이 느껴지는 그림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들이 자연과 그 안에 깃든 지혜와 경이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아름다운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빠가 아들과 숲 한가운데 앉아서 어느 날은 나무를 보며, 어느 날은 하늘을 보며 자연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아빠가 들려주는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런 장면 말이다. 그리고 나는 분명 내 방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마치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주변 공기가 맑아진 착각이 들기도 했다.

'당신은 하늘이에요.

그 밖의 모든 건 그저 스쳐가는 날씨일 뿐이죠'

'우리 감정은 날씨처럼 늘 변하곤 해요. 때로는 나 자신조차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이 불지요. 하지만 구름 너머 언제나 고요히 머무는 하늘처럼, 우리 삶도 흔들림 속에서 모든 것을 품고 변화의 바람을 따라 유연히 흘러갈 수 있답니다. 폭풍이 몰아쳐도, 햇살이 가득해도 모든 것은 흘러가고 지나갑니다. 흔들리는 감정의 날씨 너머를 바라보면,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푸른 하늘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나는 종종 감정에 따라 내가 변해버린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런데 날씨 너머의 하늘처럼 그 감정 너머에도 여전히 내가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을 흔드는 폭풍들도 다 흘러가고 지나간다는 문장은 날씨에 비유하니 그냥 막연한 말로만 느껴지지 않아서 오늘을 버티는 작은 힘으로 다가왔다.

<낯선 고요> 마음 챙김으로 나를 이끌고 싶을 때 자주 꺼내 보게 될 책이란 생각을 한다. 조용히 앉아서 책장을 펼치면 자연의 쉼 속으로 나를 이끌 수 있을 것 같다.

159.

"현대 사회는 온통 번쩍이는 화면과 울리는 알림음, 복잡한 출퇴근길, 귀를 울리는 소음, 끝없이 밀려오는 청구서, 그리고 서로를 향한 적대감으로 가득합니다. 결국 지구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불안이 교감신경계를 장악해 우리는 늘 '맞서 싸우거나 도망쳐야 하는' 긴장 상태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 속에서 쉬어가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요."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이 제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도록 내몰아 왔습니다. 이제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마음 깊이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진솔한 마음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chaegjang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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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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