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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
- 작성일
- 2016.4.3
후와 후와
- 글쓴이
- 무라카미 하루키 저
비채
“후와후와”를 얼핏 들었을 때는 “우와우와”의 감탄사 버전 같기도 하다. 실제로는 구름이 가볍게 두둥실 떠 있는 모습 같이 보드랍고 푹신푹신한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과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이 만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을 일컫는다고 해도 무리는 없겠다. 왜냐하면 하루키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그중에서도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특히. 따지고 보면 일본인들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것 같은데 미쓰다 신조의 트위터에도 어김없이 고양이 사진을 발견하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후와후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었던 건지 고양이털의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온기와 그 생명력,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움을 쓰다듬다가 볼록볼록 해졌다가 꺼졌다가를 반복하는 고양이의 배에 귀를 가만히 기울인다. 눈을 감고 일상의 평화를 만끽하는 하루키를 따라 4월의 봄날 같은 시간의 흐름은 정지된다. 몇 번을 읽어도, 몇 번을 구경해도 이처럼 편안할 수가 없다. 또한, 초등학교에 갓 들어갈 무렵, 키웠던 ‘단쓰’와의 추억은 어떠한가, 영민해서 사랑받았던 ‘단쓰’는 가끔씩 전 주인의 집을 잊지 못했던 탓인지 돌아갔다고 한다.
나이 먹어 더 이상 키울 형편이 아니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쳐진 자신의 운명을 원망 않고 고향 같은 그 곳이 그리워서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만 해도 뭉클해진다. 문득, 어렸을 적 강아지 ‘몽실’이를 엄마 친구에게 입양시켰을 때 종이 백에 담겨 계단을 내려가던 중, 탈출하여 우리 집으로 되돌아 잡히지 않으려 식탁 밑에 숨었던 그날이 떠오른다. 녀석은 발버둥 치다 끝내 눈물을 흘렸었다.‘몽실’이도 ‘단쓰’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떠나 사는 동안은 같이 노는 친구였고 생명의 소중함과 인생의 행복을 채워주는 보고 싶은 존재란 사실에는 변함없으리라.
그 점에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의 콜라보는 다시 한 번 경이로운 성과물이다. 폭신폭신하고 아름다우며 따뜻한데다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기까지 한다. 특별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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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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