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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tz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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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쓴이
질 볼트 테일러 저
윌북(willbook)
평균
별점8.9 (60)
quartz2

이제 겨우 서른일곱이다.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해왔고, 그 결과 남들보다 많은 것을 이루기 시작했다. 달콤한 열매를 맛보려던 찰나에 뜻하지 않은 일이 찾아왔다. 뇌 과학자에게 찾아온 뇌졸중이라니. 이보다 더 아이러니할 수가 있을까. 중이 제 머리를 못 깎고, 교사의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마냥 해왔지만, 이 경우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선천적으로 혈관이 기형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하지만 원인은 원인일 뿐, 이미 발생한 사건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저자는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싸웠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긴 했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결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동네를 걷다 보면 신체의 일부분이 불편해 보이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끈다거나 한쪽 팔을 사용 못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나는 ‘뇌졸중’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주변에서 어렵잖게 만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겪은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뇌졸중이 우리에게 어떻게 찾아오는지,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 경우엔 어찌 대처하면 좋을지. 저자는 자신의 사례를 우리에게 소개함으로써 뇌졸중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주변에, 혹 내 자신이 저자와 같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모든 상황은 종료됐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기에 저자는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결과를 잘 알면서도 나는 “지독한 직업병”이라는 말과 함께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을 것이다. 신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분히 당황스러웠을 터임에도 그는 오히려 환호하는 듯했다. 뇌 과학자에게 찾아온 뇌졸증이라니. 아마 그는 이 경험이 뇌 과학자로서 문헌 등을 통해 피상적으로 접해온 많은 것들을 보다 깊이 이해할 기회가 되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듯하다. 단, 자신이 곧 괜찮아지리라는 강한 신뢰가 있었기에 이는 가능했다.

출혈이 발생한 부위는 좌뇌 쪽이었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는지라, 그가 어떠한 어려움에 처했을지 대강 상상할 수 있었다. 침착하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처하려고 했던 그는 출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행할 수 있었던 일들을 처리하고자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일단 많은 정보가 각각 따로 놀았다. 명함을 앞에 놓고 전화 번호를 누르는데, 숫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디까지 버튼을 눌렀는지 인지할 수가 없었다. 상대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어려웠다. 말을 해야 하는데 그는 말하지 못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이었을 것이다. 겨우 의사표현을 했지만 이후에는 더 큰 문제가 닥쳤다. 상대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뭔가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달을 수가 없었다.

끔찍한 수술을 받아야 했다. 두개골을 열고 출혈이 일어난 부위를 손봤다. 긍정을 기대하며 수술을 했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끌어안아야 할 수도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진 않으련다. 정말 운이 좋았더라면 뇌졸중이 빗겨갔어야 옳다. 수술 이후 다시금 그는 자신을 인식하게 됐다. 내 이름은 질 볼트 테일러이고, 나는 뇌졸중을 경험했고, 점차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이리 했지만 그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회복을 거부하고픈 충동이 일 정도로 그는 평온을 느꼈다. 좌뇌가 기능을 하지 않으니 그간 움츠리고 있던 우뇌가 이전과는 달리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모로 상상이 잘 안 됐다. 나와 너, 나와 세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게 과연 무얼 의미할까. 내가 우주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으로 충만하다는 것이 뜻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별다른 일이 발생하기도 전부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관적인 이야기를 내 안에서 써 내려가고, 이내 우울함과 불안감을 느끼곤 해왔다. 나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재잘거리는 좌뇌의 지배를 받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만약 나의 좌뇌가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나도 우뇌의 힘을 통해 열반(?)에 가까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될까. 첫째도, 둘쨰도, 그 무엇보다도 행복을 꿈꾸는 나는 저자가 경험했다는 그 상태가 마냥 궁금했다.

하지만 극렬한 호기심을 지녀도 뇌졸중을 겪고 싶다는 마음만은 들지 않았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 마냥 저자는 모든 걸 새로이 습득해야만 했다. 걷기 위해 땅에 발을 디딜 때 그 땅이 울퉁불퉁하다면 어느 다리에 얼마만큼의 힘을 가해야 걸을 수 있는지를 저자는 몰랐다. 왜 신발을 먼저 신은 후에 양말을 신어서는 안 되는지를 배워야 했다. 대화는 상대의 입술을 보고, 상대의 표정을 읽어가면서 해야 했다. 소리를 이해한다는 것과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나는 오늘 학교에 간다” 같은 간단한 문장을 들었다고 한다면 “학교”라는 단어가 무언지를 알기 위해 끙끙 앓아야만 했다.

모든 건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사실 난 왼손을 전혀 사용 못하는 오른손잡이다. 왼손으로는 글씨도 못 쓰고, 숟가락질도 못한다. 앞서 언급했듯 난 쓸데없을 수도 있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댐으로써 나를 괴롭히는데 매우 능하다. 아마도 난 좌뇌가 상당히 발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나는 몽상가적인 기질을 발휘한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때론 그 이야기 때문에 울기까지 한다. 비록 나의 왼손은 형편없지만, 내 우뇌는 나름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강력한 좌뇌에 눌려 기를 못 펴고는 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지금의 나를 지켜준 덕에 나는 하이드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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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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