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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어떻게 세상을 유혹하는가?
글쓴이
공병훈 저
팬덤북스
평균
별점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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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통해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오늘날 기발한 광고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따위를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내가 만난 내용은 역사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광고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여겨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광고’라는 것에 대한 나의 정의가 편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광고는 주로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무언가다. 신문 지면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뜬금없이 등장하거나 드라마 주인공이 착용하고 나타나는 식의. 주제 또한 이 물건을 구입하시오에 가까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원하는 사람 누구나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같은 물건을 A도 만들고 B도 만드는데, 비슷한 상품들 중 나의 물건이 사람들로부터 선택을 받으려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각인되어야 한다. 광고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만든다. 해당 물건을 구입하면 왠지 광고 속 등장인물처럼 살 수 있을 거 같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광고였다. 물론 이도 맞긴 하나 광고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저자가 상정한 광고는 그보다 훨씬 드넓은 개념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광고는 아니지만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도 광고는 존재했다. 갤리선의 등장을 알리는 크라이어들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배에 선적된 물건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어떠한 물건이 우리 가게에 진열돼 있으니 와서 구경하시라는 호객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생산했는지를 나타내기 위해 포도주병에 부착한 라벨은 브랜드의 기원이라고 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그렇게까지 심오한 사고를 하진 않았을 듯하나 생산자를 구분한다는 측면에서 라벨과 브랜드는 동일했다. 당대 권력자의 얼굴을 새겨 넣은 동전 또한 선전 미디어의 일종으로 저자는 해석했다. 극히 일부 집단 사이에서만 동전의 유통이 이루어졌을 것이므로 선전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을 거 같다. 그래도 동전을 매만질 때마다 우리 집단의 서열 1위가 누군지를 떠올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마냥 허튼 시도라고 보긴 힘들지 싶었다. 정말 먹고 사는게 힘든 이들에겐 왕이 누군지 따위가 결코 중요치 않은 법이다. 

세상을 뒤흔든 인쇄술의 발달은 광고사에서도 중요한 입지를 지닌 듯했다. 다수의 문자 해독이 가능해졌으며,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매체를 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소비의 주체로서 등극할 수 있었다. 여전히 매체의 가격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류의 삶을 사는 이들이 감당하기엔 비쌌다.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신문을 읽도록 만들기 위한 비책이 바로 광고였다. 구독료 아닌 광고료가 언론사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비로소 언론사는 생존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구독료 부분을 포기했던 건 아니다. 보다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방식으로 기사를 써 내려간 이들도 많았다. 그 중 일부는 오늘날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광고의 역할은 천차만별이었다. 전장에 나간 남성을 대신할 여성 노동력이 간절했던 시절에는 강인한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우는 광고가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에 응답했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남성들이 일상으로 복귀하자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받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광고가 큰 힘을 발휘했다. 직접적으로 가정을 언급한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보통은 광고 속 보여지는 여성의 이미지에 계속해서 노출된 사람들은 그것이 표준이라고 자연스레 여기게 됐다. 광고는 하나의 정치였다. 

직접적으로 상품명을 언급한다거나 이래라 저래라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일은 촌스럽다고 여겨진다. 베네통 같은 회사에서는 아예 불편한 주제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다루며 사람들의 관심을 상기시킨다. 광고 속 어디에도 베네통 상품의 장점이 무엇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따위는 거론되지 않는다. 그렇게 표출한 이미지가 곧 자신의 정체성임을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행보다. 

텔레비전 시청을 하지 않아도 광고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검색을 위해 인터넷 창을 띄웠을 뿐임에도 왠지 사야만 할 거 같은 상품들이 눈앞에 표출된다. 유혹에 넘어갔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와 같은 사람이 있어 자본주의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소리를 들을 법한 거드름을 한껏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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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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