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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tz2
- 작성일
- 2021.1.1
쓰레기 거절하기
- 글쓴이
-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저
양철북
온갖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왕왕 듣고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인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때면 머리가 아프다. 내 자신이 강물에 독극물을 배출한 적이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내던진다거나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제멋대로 꺾은 적도 거의 없다.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고로 일말의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여겼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걸 소유하고자 주변에 피해 끼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들보다 난 착하게 살아왔다. 허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이 너무도 가벼웠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 ‘쓰레기 거절하기’를 읽는다면 아마도 적잖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품을 듯하다. 그대는 정녕 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운가. 더구나 코로나19로 각종 포장, 배달 음식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다. 설치한 어플의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자신이 원하는 음식이 일회용기에 담겨 집 앞에 배달되는 마법을 누릴 수 있다. 평소 음식만큼은 집에서 챙겨 먹던 사람의 생활 패턴도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시대가 우리에게 달라질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스트라아의 한 가족이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은 마을이라 표기된 걸로 보아 유명 도시는 아닌 듯했고, 직업은 물리치료사라 하였다. 책의 앞 날개에는 ‘플라스틱 행성’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들의 삶에 변화를 끼쳤다고 적혀 있었으나, 단지 다큐멘터리 한 번 시청으로 모든 게 달라진 거 같지는 않았다. 현재의 삶에 무언가 문제가 있으니 변화를 꾀해야겠다는 씨앗이 그들의 마음 속엔 존재했다. 부모 세대의 가르침 또한 한 몫 했을 거 같았다. 아니, 오래 전에는 누구나 가난했기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소유하는 일이 드물었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삶의 매순간 고민해야만 했는데, 할머니가 꾸렸던 검소한 생활에 대한 저자의 기억은 분명했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저자 가족은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시도했다. 이는 마치 중국산 제품 없이 한 달간 살아보기에 나섰다던 어떤 인물의 이야기를 연상시켰다. 완제품에는 다른 국가가 적혀 있을지라도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 하나하나가 중국산이었기에, 시도는 엄밀한 의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리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기록은 나의 회의적인 생각을 무너뜨렸다.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플라스틱 없는 삶을 강요하는 건 가혹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실천은 강요 아닌 자발에 의해 이루어졌다. 물론 이를 위해 저자 부부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사실을 설명했으며 의향을 묻기도 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제 가족이 세운 원칙을 준수하려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마구잡이로 원하는 물건을 사들이는 경험을 하지 않았던 터라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절제가 쉬웠던 것도 성공의 요인으로 보였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들은 소비 자체가 얼마나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달았다.
생산 과정에서 이미 어마어마한 환경 파괴와 에너지 낭비가 발생한다. 비행기 타지 않기, 이웃과 자동차 공유하기, 포장 용기없는 제품 구입하기, 중고 매장 이용하기 등의 실천이 잇따랐다. 몇몇 시도들은 저렇게까지 불편하게 살아야 하나 싶은 인쓰러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으나, 적잖은 이들이 이들 가족의 시도에 관심을 보였고 동참했다. 저마다 안 쓰는 물건을 내놓고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는 방식에 대한 공감대 또한 우리나라보다 뛰어난 듯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어서 플라스틱을 사용 않으면 관련 제품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는 식의 우려를 품은 이들도 존재했으나 저자는 달리 예측했다. 분명 대안적인 소비 쪽으로도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것만이 길은 아니다.
개인의 시도는 미약하다. 나 혼자 이러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을 수도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 중 일부는 실천 의지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실천 중이기도 하다. 변화가 소수의 지도자격 인사로부터만 비롯될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는 일상을 영위하는 존재다. 각자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다 보면 세상 역시 미약하나마 조금씩 달라진다. 그와 같은 믿음이 저자 가족을 쓰레기를 거절하는 삶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들의 도전이 보다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될 수 있길. 무엇보다도 나부터가 반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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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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