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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글쓴이
노명우 저
사월의책
평균
별점8.7 (23)
quartz2
몇 년 전 엄마는 나를 슬슬 볶기 시작했다. 나이는 계속 먹는데 인생 최대의 숙제라 할 수 있는 결혼을 해결치 못하고 있으니 대신 수습해보려던 심보였던 듯하다. 경제적인 안정을 최우선시 한 그녀는 나에게 제 친구 아들에 대해 은근슬쩍 늘어놓았다. “가정이 유복해 아들 명의로 된 아파트도 한 채 있다더라. 학벌이 좀 그렇긴 하지만, 사는데 대학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아빠에겐 말 말고 일단 만나보고, 좋으면...” 이름 모를 전문대를 나왔다는 남성을 나에게 소개하려 들었던 엄마는 학벌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지닌 아버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본인이 좋다는데 어쩔 거냐며 으름장을 한 번 놓아볼 심산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녀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다. 당시 나는 만남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여전히 나는 혼자 다니는 걸 둘 혹은 그 이상 부대끼는 것보다 선호한다. 가끔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몸이 성치 못할 시점을 고민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훗날 날 돌보아줄 누군가를 양산하기 위한 결혼이라니, 참으로 이기적이고 몹쓸 짓이라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일정 연령에 이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어른들은 말한다. 결혼만이 아니다. 그들의 조언에 따르면 무어가 됐건 남들 하는 시기에 비슷하게 하는 게 정답이다. 그렇지만 시시때때로 우리의 삶을 옥죄던 돈 문제는 대학에 입학해 이제 막 자유를 즐겨볼까 하는 이들의 숨통을 끊어놓는다. 과거 4년이면 졸업 가능했던 대학이 6년, 7년 혹은 그 이상 다녀야 하는 곳으로 돌변했다. 학비 탓에 쌓아올린 막대한 부채는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된 이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따름이다. 겨우겨우 취업에 성공했을 때부턴 미래 아닌 과거의 유산(학자금 대출 등)을 청산하는 데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한다. 철이 없는 게 아니라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서 많은 이들이 혼자를 택한다. 그들 중에는 연애가 그리고 결혼이 미치도록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혼자서도 살기 힘든 이 세상을 둘이면 과연 쉽게 살 수 있을까에 회의적인 시선을 지녔다.
혼인 연령이 나날이 높아져가는 것 못지않게 1인가구의 수도 급증했다. 그렇지만 혼자 사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가 못하다. 많은 이들은 혼자 사는 이들을 연애를 갈망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부족해 꿈을 펼치지 못하는 ‘찌질이’들로 치부한다. 그런데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사실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음을 발견케 된다. 혼자 사는 이들 중에는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던 경험을 가진 이들이 상당수다. 결혼이 더 이상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지속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노년기로 가면 배우자 사별로 인해 홀로 된 가구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으니, 이는 남녀의 수명 차이를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가하면 혼인 관계가 지속적이긴 한데 혼자 사는 이들도 제법 된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기꺼이 기러기 아빠가 된 이들과, 직장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사는 주말 부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고독을 능력은 부족한데 콧대만 드럽게(!) 높은 노총각 노처녀의 철없음과 동일하게 치부할 순 없을 것이다.
함께 사는 것이 현실이듯 혼자 사는 것도 현실이다. 우습게도 우리는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이들을 부러워하는 데 도가 튼 존재다. 결혼 해 4인용 탁자를 사용하는 이들은 ‘**엄마’ ‘**의 남편’ 등의 역할을 가끔은 벗어던지고 싶어한다. 그러한 마음은 술 한 잔 기울이며 털어놓은 “너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는 푸념에 쉬이 반영된다. 정서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가족은 시장이 담당치 못하는 많은 부분을 보완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반면에 혼자 사는 이들은 넘치는 자유 대신 구속을 부르짖기도 한다. “이렇게 매력적인 내게 왜 아직도 애인이 없는 것인가!”를 묻는 그들의 눈동자로부터는 꼿꼿한 독립심보다 인생은 의미 없다는 공허함이 먼저 읽힌다. 안타깝게도 양자 모두가 스스로를 돌이켜볼 기회를 충분히 가져보지 못했다. 자아가 탄탄하다면 여럿이 부대끼는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서재를 추구할 것이요, 홀로 된 순간 내면과의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무엇이 정상이요 비정상이라는 논쟁에 길들여진 나머지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살펴보지는 못하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이제껏 범해왔다.
일본사회는 여러모로 우리보다 앞서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개인주의와 넘쳐나는 1인가구 그리고 두려움마저 앞서는 고독사까지, 일본 사회가 밟아온 부정적인 흐름을 우리는 곧이곧대로 따르고 있다. 1인 가구의 수만 놓고 보자면 스웨덴도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넘치는 1인 가구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는 고독사가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고 한다. 튼튼한 자아를 기반으로 건강한 관계맺음을 실천한 스웨덴 인들은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어울리고 서로를 지켜주는 체계를 발전시켰다. 우리는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혼자 산다는 게 고립만을 의미하진 않음을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건강한 개개인이 모여 연대의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혈연으로 맺어진 애증(?)의 가족보다 훨씬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혼자 살아갈 것인가!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그저 나이가 들었으니 떠밀리듯 아무나 붙들고 결혼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기에는 너무도 여린 내 자신을 지켜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사랑은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늘그막에 하는 사랑도 사랑은 사랑이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라 누군가는 부르짖었다지만, 나이가 됐으니 아무나 붙들고 사랑하는 자는 스토커일 뿐이라고 난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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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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