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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079
- 작성일
- 2023.3.21
보통의 언어들
- 글쓴이
- 김이나 저
위즈덤하우스
우리는 언어에 둘러싸여 있어요. 글이든 말이든 어떤 형태로든지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 글이 나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단이 돼요. 내 생각을 알려주고 대화라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항상 곁에 있으니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항상 사용하는 언어만 사용하고, 그 언어 테두리 내에서만 삶을 살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확장될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간혹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 등이 내 삶에 두드러져 나타날 때가 있어요. 현재 저에게는 '성장, 꾸준함' 같은 단어가 그래요. 저자는 그 단어에 멈춰서 관찰하고, 깊은 생각을 했다면, 저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다르겠죠.
대한민국 대표 작사가이자 방송인인 김이나 저자. 그녀가 쓴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시적이면서 마음을 울리는 가사로 인해 저도 모르게 감정이 요동쳤던 적이 많아요. 이 책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보통의 언어들이 그녀로 인해 새로운 풍경을 가진 언어로 탈바꿈해요. 그녀만의 따스하고 섬세한 시선을 담은 언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네요.
책은 3개의 파트, 관계의 언어, 감정의 언어, 자존감의 언어로 나뉘어 여러 언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마음이 가는 단어 먼저 읽어도 좋아요.
인간의 언어는 파동이 아닌 글자로 존재하기에,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감정이 전달되기도 하고 곡해되기도 한다. 내가 어떤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지, 어떤 표현을 하며 어떤 상황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는 내 삶의 질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P. 6)
저자는 감정이 언어라는 액자 안에서만 보관되고 전달된다면, 이 액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해요. 내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가 내 삶을 나타내준다는 말, 많이 공감해요.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나는 높은 확률로 당신을 실망시킬 테지만 우리 평균점을 찾아가보지 않겠냐는 말…. (실망 중)
이 문장을 읽으면서 와~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감탄했어요.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저 자신의 모양을 감추고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떠올랐어요. 사람마다 각자의 모양이 다르므로 모든 사람이 나와 맞을 수는 없는데, 억지로 맞추려고 해서 관계 속에서 피로함을 느꼈구나! 알았어요.
선을 긋는다는 말은 내겐 '모양을 그린다'는 말과 같다. 다시 말해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야'라고 알리는 행위가, 선을 긋는다는 의미이다. 사람의 모양은 수시로 바뀌기도 하기에 끊임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이 섬세한 과정을 퉁치는 말이 '배려'인 것 같다. 그러므로 나와 상대방 사이에 있는 틈은 서로가 서로를 잘 바라보기 위한 것일 테다. (선을 긋다 중)
'선을 긋는다', '배려' 많이 사용하는 말인데 이렇게 접근할 수 있네요. 저는 그냥 사전적인 의미로만 사용했던 언어가 김이나 저자에게 가니 특별한 의미를 가진 언어를 바뀌는 마법이 일어났어요. 누구나 자신의 모양이 있을 거예요. 사람은 변하기에 그 모양 또한 조금씩 바뀌겠죠. 어떤 부분은 진한 선으로, 어떤 부분은 점선으로만 되어 있는 곳도 있을 거예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보통의 언어가 그 언어를 대하는 사람에 따라 온도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무채색이었던 언어가 저자로 인해 조금씩 색을 담은 언어로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재밌었어요. 처음에 흰 종이로만 가득했던 이 책이 지금은 형광펜과 저의 생각을 조금 담은 메모지를 담은 책으로 바뀐 것처럼요.
책을 다 읽고 한번 훑어보는데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이 엄청 많아요. 그만큼 저자만의 언어에 공감하고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 감탄했다는 말이에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 이런 생동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저자가 참 멋졌어요. 저도 저자처럼 보통의 언어를 특별한 언어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려는데 앞이 깜깜했어요. 다른 책에 비해 리뷰가 더 힘들었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저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깊이를 제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하려니 힘들어서 그랬던 거였어요. 책에 담겨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소화해서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의 의의를 두기로 했어요. 이런 과정이 계속되어야 저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보통의 언어가 어떻게 특별한 언어로 변해가는지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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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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