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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en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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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일, 7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연애기간이 7년이라고는 하지만 그 시간의 대부분을 서로 한국, 미국, 유럽을 번갈아가며 떨어져 있던 터라 실제로 같이 한 기간은 채 2년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한지 일 년이 되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일년은 커녕 한 달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 시간이 빨리 간 것인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어 시간이 빨리 간 것인지.


 


작년 그 시간을 떠올리며 늦었지만 기억을 정리해보려 한다. 게을러서도 그렇겠지만, 카메라 문제로 마음껏 사진을 찍지 못한 탓에 미처 사진정리도 안하고 미적거리기만 했는데, 때마침 기회가 왔으니까.


 


남들은 동남아나 남태평양 같은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간다던데, 우리가 선택한 곳은 이집트였다. 솔직히 선택을 한 것은 나이고, 남편은 보디가드겸 짐꾼으로 당당히 따라오겠다고 했었다(신혼여행을 그 곳으로 가지 않을거면 결혼 전에 한 달정도 나혼자 이집트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협박 비스무레하게 하기는 했다. 사실 당시 내가 있던 유럽에서 이집트를 가면 아주 싼 가격에 갈 수 있는 상품이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이집트에서도 프랑스나 독일에서 온 나이든 관광객들을 많이 보았다. 아, 일본 사람들도 많더라).


 


어릴 때 교과서에서 누군가의 사막 기행문- 그가 묘사한 사막의 새벽, 태초의 고요와 같은 사막의 새벽에 대한 묘사는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남아 있었고, 이후 시시때때로 사막에, 그리고 이집트에 가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을 본 이후 사막은 내 꿈이었고, 남편은 그 꿈을 같이 하기 위해 겁도 없이 일주일간의 짧은 이집트 신혼여행을 감행했다.


 




 

싼 비행기를 찾다보니 두바이에서 6시간 정도 머물게 되었다. 다행히 아침 일찍 문 여는 information dest에 문의하여 즉석으로 알아낸 4시간 짜리 두바이 관광 프로그램으로 그 시간을 나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거대한 마천루들의 공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박물관과 전통 시장 등,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밀집된 도시를 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이른바 별 일곱개짜리 (아마도 내 생전 가 볼 일이 없을 것 같은)호텔이란다. 사실 호텔보다는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눈에 더 들어온다.


 


 




유리창에 대고 찍은 사진이라 흐릿하기는 하지만, 저것이 실내 스키장이다. 커다란 쇼핑몰안에 저렇게 인공 슬로프와 캐빈까지 갖춘 스키장을 만들어놓았다. 가이드가 엄청 자랑스러워 하길래 따라서 엄청 감탄해주었지만 솔직히 너무나 에너지를 낭비하는 모습에 걱정스러웠다. 석유로 번 돈을 저렇게 쓸모없이 버리다니...


 


두바이의 이러한 부유하다 못해 절제없는 모습은 나중에 이집트의 가난한 모습과 더욱 더 대비가 되어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사카라의 피라밋


너무나 더운 날씨 탓인지, 카메라의 문제인지, 사진을 서너 장 찍고나면 배터리가 나간다. 열을 식히고 찍고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다보니 사진을 몇 장 건지지 못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라고 했는데...

사카라의 조세르 왕의 피라밋과 기자의 거대한 세 피라밋, 룩소와 카르낙의 거대한 신전들, 아름다운 메니나트 하부와 펠레 이시스 신전, 왕들의 계곡의 무덤들, 하트셉수트 여왕의 대장전, 정말로 압도적인 아부심벨 등을 보았다. TV와 책에서만 보았던 것을 직접 보니, 오히려 감흥이 없었다. 크다, 진짜로 있네, 이 정도였다고나 할까. 조심스레 직접 만져보고 이러저리앞 뒤로, 옆으로 몇 번을 보고 나서야 이것이 정말 피라밋이고, 잊혀진 신전이고, 사막이라는 것을 알았다.

 



카르낙 대신전의 오벨리스크

 



하트셉수트 여왕의 대장전

 


 


 아부심벨 왕의 대신전


 







아부심벨의 여왕의 소신전


 


아스완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던 아부심벨은 유네스코를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계획을 포함한 약 5년 간의 대대적인 작업 끝에 신전 유적 자체를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긴 세월을 모래 속에 묻혀 있다 19세기 초반에 발견되었고 그러다 수장의 위기를 넘기고 당당히 서있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거대한 신전이다. 



 



 



펠레의 이시스 신전

이시스 신전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야지만 볼 수 있는 신전이다. 섬 전체가 이시스 여신을 위해 바쳐졌고 오직 여사제들만 거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아름답고 다정하고 강한 어머니 신, 이시스를 만났다.

 

 


고대 이집트의 유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여행이었지만, 너무나도 사막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새벽을 맞고 싶어 무리를 해서 1박2일의 바하리야 사막 투어를 감행했다. 젊은 베드윈 청년들-분명 나보다 어릴 것이다-의 가이드로 하얀사막, 검은사막, 크리스탈 마운튼이라 이름붙여진 사막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난 사막은 오로지 모래바다인 줄 알았다. 사막이 그처럼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몰랐다.


 




 


 




 




 


닭 모양의 저 석회암 바위는 상당히 유명한 관광 포인트인 것 같다. 다른 이들의 여행 포스트에서도 몇 번 보았다.  닭이건 뚱뚱한 새건 나무모양의 바위와 하늘을 보고 있는 저 녀석이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빌었다.


 


 



 


 


사막의 새벽이다. 정말로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고요하고 고요해서. 언제 다시 그 고요함을 느낄 수 있을까. 이런 고요함과 뜨거움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신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밤 묵었던 간이 잠자리이다. 나름 캠프파이어도 하고, 결혼 축하 노래도 들었다. 원없이 별이 총총한 밤하늘도 감상하고, 떨어지는 별똥별에 부지런히 소원도 빌었다. 사실 우리 남편은 신혼인데 다른 사람들이랑 야외에서 잔다고 볼이 좀 퉁퉁 붓기도 했다.


워낙 배낭여행 같은 신혼여행이었던지라 하루는 사막에서, 또 하루는 침대열차에서, 다른 하루는 침대가 태평양만큼 떨어져 있는 트윈베드룸에서, 그리고 비행기 좌석과 공항 의자 등등에서 잤다.


 


 




 


 




 


저 녀석들이 그 유명한 사막여우들이다. 관광객을 많이 본 탓인지 겁을 내면서도 슬금슬금 다가와 던져 준 포도를 잽싸게 물고는 도망갔다 다 먹고는 또 다가온다. 자는 사이 머리맡까지 왔다갔는지 잠자리 주위에 발자국들로 어지러웠다. 벗어 놓은 신발을 물고 도망간다는 말에 신발을 숨겨놓고 잤었는데, 발자국들을 보니 농담이 아니었나.


여우 말고 작은 새의 발자국 같은 것도 보았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사막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오아시스는 참 신기하다. 오직 그 주위만 푸르다. 거기에서 벗어나면 온통 모래뿐. 사막 한 가운데에 그런 보석같은 곳이 있다니. 아니 보석에 비할 수 없구나. 생명을 낳고 보살피는 곳인데.


대추야자는 고대부터 이집트의 주요 먹거리 중의 하나인데, 오아시스마다 그 나무들이 가득하다.


 


 


 



 


 


호텔에서 바라본 나일이다. 이집트 여행은 나일을 따라 돌아다닌 것이었는데 정작 나일의 모습을 제대로 담은 사진이 한장도 없다. 남편이 그간 출장으로 모아 놓은 메리어트 호텔 포인트 덕분에 나일 바로 옆에 위치한 메리어트에서 공짜로 묵을 수 있었다.



 




 


아스완에서 카이로로 가는 침대열차를 기다리다 만난 아이들. 낯선 동양의 외국인이 신기했던지 말을 건다. 손짓 발짓으로 이름을 소개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숫기가 없었다.


 


이집트는 가난하다. 옆의 사우디나 두바이처럼 석유가 펑펑 나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도 어지러웠다. 위대한 조상들의 덕으로 먹고 살기에 관광객들은 그들에게 중요한 수입원이다. 그래서 사진 한 장을 찍어도 팁을 달라 그러고, 무엇을 흥정하건 일단 10배까지도 바가지를 씌운다. 아이들조차도 옷을 잡고 무언가를 사라고 조르거나 돈을 달라 한다. 학교에서 글을 배우고 거침없이 꿈을 꾸어야 할 나이에 그들은 관광객을 다루는 법을 먼저 배운다.


 


위의 아이들은 우리에게 사진을 찍고 돈을 달라는 말을 못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부끄러워서 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돈을 준다는 것이 그들을 모욕하지 않을까 저어되어 1달러 정도,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간 작은 공예품을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옛날 우리 피난열처처럼 생긴 좌석도 없이 맨 바닥에 앉는 열차를 타고 갔다. 그 아이들과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은 낯선 동양인을 기억할까. 우리가 준 작은 북 모양의 장식품을 가지고 있을까.


 


 


 




 


무하메트 알리 사원에서 바라본 카이로 시내 전경이다(사진 위쪽에 두 개의 피라밋이 어렴풋이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낡은 중고차들이 넘쳐 흘러, 감히 남편의 운전솜씨는 명함도 내밀 수 없던 곳. 한달을 보아도 다 못 볼 유물이 가득 찬 이집트 박물관이 있는 곳. 복잡하고 재미있는 시장이 있는 곳. 그리고 수 천년 전의 피라밋이 굽어보는 곳. 나일의 아이, 카이로.


 


언제 다시 그 곳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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