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발목이 부러지는 바람에, 병원에 몇주간 입원을 해야했던 시기가 있었다. 병원에 갇혀 있는게 너무 끔찍하게 지루했던 나는, 친구에게, 가족들에게 병원에 올 때마다 책을 가져다달라고 했다. 큰 수술이었고, 회복되는 과정도 상당한 통증을 수반하는 것이었기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시기인데.. 그렇게 거의 한달 가깝게 병원에 있는 동안 유일하게 나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도 책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병실을 다녀갔고, 그럴때마다 내 자리엔 책이 한,두권씩 쌓여갔다. 물론 방문하는 친구들, 지인들이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책을 골라왔기 때문에, 생전 보지 않던 무협지도 있었고, 로맨스 소설, 자기개발서 등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 내 마음을 다시 설레게 만들어주었던 책이 바로 E. 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이었다. 그렇게나 우울한 병원의 공기 속에서, 피폐해진 나의 몸과 마음을 다시 두근거리게 만들어준 것이, 수많은 장르의 책 중에서 '고전'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당시에 퇴원하고 나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이 E. M. 포스터의 모든 작품들을 죄다 구입해서 읽었던 거였으니 뭐.. ㅎㅎ 고전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가 나에겐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시기였는데, 그때 웬만한 책들은 모두 섭렵했던 터라.. 사실 고등학생 이후로는 고전을 거의 읽지 못했었다. 그리고 <전망 좋은 방>이후 고전에 다시 탐독하기 시작했으나, 물론 오래가지는 못했다. 세상에는 고전말고도 나를 기다리는, 내가 읽어야 할 신간소설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말이다.

 

암튼, 그리고 다시 몇년 뒤, 올해.. 나는 며칠 전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또 어쩌다 보니 무려 10권이나 구입하고 말았다.. ㅡㅡ;;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여러권 사려던 게 아니었다. 고전 말고도 매일같이 신간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나오는데, 어릴 때 다 읽었던 고전 소설을 굳이 다시 살까.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반짝거리는 신간 소설들이 더 마음을 빼앗겼던 탓도 있고..

그런데, 우연히 이번에 새로 출간된 <롤리타>와 <회색 세상에서>를 구입하고 나서 받게된 문학동네의 사은품이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다.ㅋ

우선.. 문학동네 전집 목록.. 아.. 사은품을 이렇게나 예쁘게 만들다니 말이다. 단순히 백여권 책의 목록만 있는게 아니라, 각각 페이지마다 책 소개와, 그 책을 추천하는 작가들의 멘트도 넣어놨다. 난 당연히 내가 사랑하는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에 혹해서 책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는... ^^;;;;

 

 

 

그리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특별 노트.. 돈 주고는 절 대 살수없는 비매품이지만, 돈을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을 비주얼을 자랑하는 노트이다. 하드커버에, 고풍스런 마감까지... 이러니.. 내가 책을 여러권 주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도착한 10권 외에도 장바구니에 담고 싶은 책들이 아직도 꽤 많다... ㅡㅜ

암튼.. 그래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특별 노트는 3권이나 받았다는.. ㅋㅋㅋ

 

 

 

어릴 때 읽던 '고전'과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서 읽는 '고전'은 확실히 다르다. 정말 책에서 향기가 난다고 할까. 난 문학동네 출판사랑 전혀, 아무 상관도 없는 일개 독자이지만.. 이렇게나 예쁜 사은품에, 게다가 대폭 가격 할인행사까지 진행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미루었던 고전을 읽기에 딱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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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라고 했다. 바이런의 말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시간들이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반영한다는 얘기다. 지금 아무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고전의 어느 플롯, 캐릭터를 크게 벗어나는 게 없다는 것을 다들 알 것이다.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 과거에서 비롯된 변주이다. 그러니 우리는 새로운 소설을 읽으면서, 동시에 고전도 함께 읽어야 한다는 것. 여러분.. 고전을 읽읍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