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지니
- 작성일
- 2013.2.15
문라이즈 킹덤
- 감독
- 웨스 앤더슨
- 제작 / 장르
- 미국
- 개봉일
- 2013년 1월 31일
<문라이즈 킹덤>은 오로지 웨스 앤더슨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랑스러운 동화책 같은 작품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의 영화에서 항상 등장하는 철없는 어른들과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조숙한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기존의 작품에 비해서는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릿속이 맑게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예쁘고 착한 동화책을 읽고, 해피엔딩의 만족스러운 결말에 도달했을때의 그런 포근한 기분 같은 거 말이다. 웬 아이들의 이야기냐고 관심없어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명백히 '어른들을 위한' 영화이다.
배경은 1960년대의 미국, 뉴 펜잔스 섬이다. 12살 소년 샘과, 동갑내기 소녀 수지는 '단순히 함께 있고 싶어서' 탈출을 감행한다. 부모없이 위탁 가정을 전전하던 샘은 보이스카웃 캠프장을 탈출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외톨이던 수지는 집에서 가출을 한다. 캠핑장비를 챙긴 샘과 동생의 레코드 플레이어와 동화책을 챙긴 수지는 세상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들 뿐이라고 믿는다. 각자의 속한 공간에서 문제아 혹은 골치 아픈 아이 취급을 받았던 이들은 교회에서 만난 이후 1년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늘 시크한 표정의 샘은 파이프를 물고 다니고, 도도한 표정의 수지는 푸른색 아이새도를 하고 다닌다. 시종일관 진지한 12살짜리 아이들이 사랑의 도피라니, 웃음이 피식 나올 것만 같은 설정이지만 작품을 보다보면 어쩐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자신만의 생각이 강한 수지와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샘은 사실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니깐. 그렇게 12살 소년, 소녀의 탈출과 가출은 아이들이 겪고 있던 소외와 어른들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계기가 되고, 섬 전체가 들썩거리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외로운 두 명의 아이, 소원한 부부 관계, 불륜에 빠져있지만 고독한 남자, 최선을 다하지만 리더쉽이 부족한 지도자. 거대한 폭풍우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인물들 간의 갈등은 해소된다. 등장인물들 모두 외롭고 부족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꿈꾸는 킹덤이 하루밤만에 사라지는 왕국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꿈을 꾼다는 것이 사실이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강박적인 앵글과 미장센. 아기자기한 특유의 색감. 그리고 독특한 나레이터의 나레이션은 영화 전체를 한 편의 책처럼 느껴지게 한다. 영화의 공간들은 책의 삽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 연출은 웨스 앤더슨만의 특기이다. 장면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며, 의상, 소품까지 모두 완벽하게 그의 통제하에 만들어진 일종의 인형극같기도 하다. 수평, 수직으로 패닝하고 앞뒤로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 대칭적인 화면 구도는 관객들의 눈높이마저도 맞춰주는 느낌이다. 성숙한 아이들과 철없는 어른들의 눈높이가 비슷해지는 딱 그만큼의 눈높이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특히나 중요한 것은 마치 연극같은 배경음악이다. 오프닝에 사용된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과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은 시종일관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며, 평화롭고 따뜻한 화면과 어우러져 한 편의 동화를 완성한다. 엉뚱하고 쿨한 유머와 자주 등장하는 소품들, 책, 애완동물, 편지, 지도, 여행가방, 축음기 등은 그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런 장치들이 이 작품을 더욱 동화스럽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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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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