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홍준 주용 박사의 물건 에세이

나무발전소에서 출판한 주용 박사의 <자금성의 물건들>은 베이징 고궁박물원의 물건을 소개한다.

중국의 유홍준 교수로 불리는 주용 박사는 베이징 고궁박물원 시청각연구소 소장이자 예술학 박사다. 400만 자 이상을 저술했고, <주용의 고궁 시리즈> 12권을 냈다. CCTV 대형 다큐멘터리 <신강>을 총감독했다.

[ 자금성의 그림들 책날개 중 ]

              Photo by Vincent Guth on Unsplash

중국과 대만 여행에서 가이드에게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는 베이징 고궁박물원과 타이페이의 고궁박물관에 관한 내용이다. 장개석은 중일전쟁으로 문화재가 약탈당할 위기에 처하자 2만 상자 가득히 중국의 보물을 싣고 상하이로 옮겼다. 이후 국공합작이 결렬돼 상하이에 있던 보물을 한가득 싣고 대만으로 옮기려 했다. 보물과 문화재와 배에 한 가득 싣고 출항했다고 한다. 이를 전해들은 모택동은 배를 폭파하는게 어떻냐는 참모의 조언에 중국의 문화 보전을 위해 배를 그대로 보내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목록은 너무 방대하여 특정 기간을 두고 번갈아 가며 소장품을 순환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자금성으로 불리는 베이징 고궁박물원은 1925년 개관해 수많은 보물과 그림을 소장하고 있으며 소장품 일부를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고궁박물관에 소장하는 유물이 186만여 점이라고 하니 매년 전체 소장품의 0.6%밖에 전시하지 못한다고 한다. 굳이 유물이라는 말 대신 물건을 선택한 이유는 시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모든 소장품에는 여러 왕조의 비바람이 수렴되어 있고 시간의 힘이 응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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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 소장은 상나라와 주나라의 청동기를 시작으로 진시황제로 첫 통일 제국을 완성한 진나라의 물건인 병마용, 한나라의 죽간, 당나라의 삼채, 송나라의 자기, 명나라의 가구, 청나라의 의복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물건을 소개한다.

18가지 주제에 따른 물건이 가지는 시간을 짐작해 헤아리기 어렵다. 4천 년이 훌쩍 넘어가는 솥은 고대인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하, 상, 주 시대를 지나 중국이 고대 왕조는 문화 예술에 남다른 열정을 바친 왕들이 많았다.

서주에서 동주로 옮겨가면서 왕권이 통일된 시대에서 군웅이 할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춘추시대에는 중앙의 구속력이 약해지자 각국의 제후들은 청동기를 주조했다. 예술의 재료가 한계를 벗어나면서 여러 재질로 만든 공예품이 사람들의 생활로 들어왔다.

한나라는 시대의 주인공이 남자였다. 이를 대표하는 작품은 <말에 밟힌 흉노>와 같은 석조상이 있고, 당나라 작품은 여성의 형상이 잘 드러난다. <채색한 도기 여성 인형>은 서양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조각상처럼 중국 문명의 비너스이자 당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은 지금은 현대인의 관람을 위해 전시되었지만, 물건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던 시대에는 당대인의 손길을 닿았던 것들이다. 옛 물건을 사용한 사람을 떠올리면 물건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저자의 전달력이 뛰어난 말솜씨가 느껴지면 이에 대한 상상력은 배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왕조가 등장할 때마다 예술은 당시의 정치와 사상을 반영하며 발전했다. 물건과 함께 중국 왕조 5,000년 역사의 발자취를 확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시 한번 코로나 팬데믹이 잠잠해지면 베이징 고궁박물원에 전시된 물건을 살펴보고 싶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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