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rheb320
- 작성일
- 2018.4.13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글쓴이
- 마이클 부스 저
글항아리
북유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피오르, 침엽수림과 눈으로 덮인 호숫가의 작은 집 등으로 대표되는 자연환경, 그리고 부유한 경제환경과 평등, 질 좋은 교육 및 복지제도, 행복지수 높은 국가 등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북유럽 디자인', '북유럽 감성' 등 뭔가 정의하기는 애매하지만 공감되기도 하는 이미지도 있다. 한편 북유럽은 하나의 국가, 하나의 동질한 사회집단이 아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의 총 5개국이 있고, 각국은 자연지리적 특성, 역사적 경험, 사회경제적 환경 등이 다르다. 하지만 편의상 유럽의 지역구분에서 북유럽으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같은 나라는 아닌 것이다. 앞서 언급한 '북유럽 이미지'들이 5개국 중 일부 국가에만 적용되는 것일지라도, 북유럽 전체의 특징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게다가 그곳도 결국 인간사회일텐데, 혹시 해당 국가의 수많은 현상들 중 일부만 보고 편견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져볼 만도 하다. 하지만 이 국가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비판도 할거리가 없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대표 국가들에 비해서 가 본 사람도 적고 여러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단편적인 정보로 일반화된 것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북유럽'이라는 키워드로 네이버 검색을 했을 때 뜨는 연관검색어
과연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는 무엇일까? 북유럽에 가면 볼 수 있을까?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영국인도 그랬나 보다. 저자는 영국인 저널리스트인데, 저자 역시 서문에서 북유럽 국가에 대한 지식이 얕다고 언급한다. 우리보다 북유럽 국가들에 더욱 가까운 영국인도 그렇다는데, 우리가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겠다. 저자도 행복지수 1위를 자랑하는 덴마크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서, 그리고 다른 국가들의 여러 모습에서 배울 점을 찾기 위해 북유럽 여러 국가들을 돌아보고 관찰한다. 특히 저자는 덴마크에 오랜 기간 살아왔다.그리고 북유럽의 다른 국가들에도 머무르면서 북유럽 여러 국가의 사회적 특성을 비교하면서 이곳에 '거의 완벽한 사람들'이 사는 비결을 찾는 과정이 나온다. 그리고 혹시 '완전히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거의 완벽한' 사람들인 이유, 즉 우리가 북유럽 국가들에 가지고 있는 환상의 실상도 파헤쳐 본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순서로 각국의 이미지를 키워드 중심으로 제시한 뒤, 이와 관련한 이야기, 저자의 사회적 경험, 현지 전문가와의 인터뷰 등이 나온다.
먼저 저자는 덴마크의 여러 사회상을 살펴보면서, 왜 이 국가가 행복으로 유명한지 덴마크의 진짜 모습을 찾아본다. 덴마크의 영토는 현재는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작은데, 이전에 스웨덴 남부, 독일 북부까지 영토가 더 넓었고 아이슬란드, 노르웨이를 지배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현재 영토가 확 줄어든 역사와 관련하여, 현재에 만족하고 사는 생활태도와 연결짓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또한 덴마크가 복지수준이 높아서 평등할 것만 같았는데, 코펜하겐과 나머지 지역 간 격차가 꽤 컸고 계층 양극화 현상, 탈세 현상 등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 최근 언론과 출판계에 종종 오르내리는 '휘게'라는 삶의 양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삶의 방식으로서 '휘게' 그리고 이와 유사한 '얀테의 법칙'이란 것도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관련한 것들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한편으로 저자는 휘게도 '논란이 될 만한 말을 피해야 한다'는 자기검열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언급하면서, 결국 하나의 문화현상이고 이를 강압적으로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역시 어딜 가도 완전한 낙원, 유토피아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이러한 사회 시스템이 유지되는 부분에서의 장점은 우리가 취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토를 빼앗기고 여러 전투에서 패배하는 와중에 무수한 굴욕을 당하면서 덴마크는 내부로 시선을 돌려 국민에게 변화와 외부 세력에 대한 공포를 주입했으며, 그 흔적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놀라운 자급자족 능력을 키우고 자신들이 가진 게 얼마나 적은지 국민에게 이해시켰다. (p.40)
거의 의심할 여지 없이 덴마크는 두 계급으로 양분된 양극 사회가 되고 있다. 여유 있는 덴마크인이 점점 더 개인 의료보험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며, 최근 집계로는 이런 사람이 85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덴마크는 1인당 공공 부문이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복지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지는 중이다. 덴마크 국민이 내는 세금을 생각하면 특히 기대치가 높겠지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덴마크인 중 불과 22퍼센트만이 공공 부문이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p.81~82)
우선 덴마크인은 암시장에 열광한다. 토르벤 트라네스가 이끈 록울재단 연구팀은 최근 덴마크의 암시장에 관한 통계 자료 몇 가지를 발표해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이 조사에서 덴마크인 50퍼센트 이상이 전년도에 세금을 내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적이 있으며, 30퍼센트는 가격이 괜찮았으면 사고 싶었을 거라고 인정했다. (...) 정치인들은 덴마크 민간 부문의 더 큰 이익을 위해 공공 부문 근로자와 보조금 청구자들의 탈세를 눈감아준다. 그리고 민간 부문은 이들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월급과 보조금 청구자들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p.92~93)
덴마크의 인류학자 예페 트롤레 린네트는 언젠가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휘게를 할 때 경쟁과 사회적 평가의 부담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한다." 이런 식으로 휘게는 스스로 무는 사회적 재갈처럼 보이며, 유쾌한 분위기를 공유한다는 개념보다는 자기만족의 느낌이 더 강하다. 또한 린네트는 휘게가 "사회 통제의 수단 역할을 하고 고유한 태도의 위계를 만들어 휘게를 할 수 없다고 간주되는 사회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암시한다"고 이야기한다. (...) '강압에 가까울 정도로 규범적'이라고 설명했다.(p.136)

'얀테의 법칙'은 비록 저자는 사회적 강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비교가 일상화되어 피폐한 우리 사회에서는 좀 배웠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핀란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핀란드는 북유럽에 속하면서도 다른 북유럽 국가와 차이점이 꽤 많았다. 우선 민족과 언어가 다른 북유럽 국가와 완전히 다른 계통이었고, 스웨덴에 몇백년동안, 그 이후 러시아에도 백년간 지배를 받았으며 지금도 소수의 스웨덴인들이 기득권을 가지고자 하는 핀란드의 역사는 다른 북유럽 국가와 차별적이었다. 사회적으로도 특이한 모습이 보였는데, 핀란드 사람들이 과묵한 점에 주목하면서 이를 추운 기후, 피지배 역사 경험,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등으로 다양하게 접근한다. 한편 핀란드 하면 교육이 떠오르듯이 저자도 핀란드의 교육문화에 대해서 궁금해하면서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와 대조적으로 핀란드에 남성적 문화가 강하고 술꾼이 많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핀란드 사회의 여러 모습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저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핀란드 사회상의 이유를 추적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홀에 따르면 '고맥락' 문화권 사람들은 같은 종류의 기대와 경험, 배경, 심지어 유전자까지 공유한다. 그들에게는 언어적 의사소통이 덜 중요한데, 서로는 물론 자신도 흔히 겪는 상황을 이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말은 더 큰 의미를 지니지만 덜 필요하다. (...) 핀란드와 노르웨이 같은 고맥락 사회에서는 대체로 내가 어떤 사람을 상대하게 될지,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할지 예측하기가 쉽다. 핀란드인은 서로 전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 (p.198)
'시수(sisu)'는 끈기와 강인함, 남성다움의 정신을 뜻하며, (...) 핀란드 남성들이 열망하는 모든 것이며, 핀란드의 흙 아래 숨은 화강암 기반암이다. (...) 무뚝뚝하고 강인하고 '한결같이 결연한' 술꾼이라는 핀란드인의 자아상은 거의 전부 남성 중심이다. (...) 이런 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이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직업인으로 핀란드 사회에서 보여준 두드러지는 역할과 유럽 최초로 여성 참정권이 생긴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하다. (p.216~217)
중립국 스웨덴은 핀란드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과거 영토였던 핀란드를 거의 지원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전쟁 초반에 국제연맹과 연합국이 핀란드를 지원하러 오는 길도 막았다. 당연히 일부 핀란드인에겐 앙금이 남아 있다. (...) 한 핀란드인은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은 핀란드가 소련과 맞서 싸우는 동안 기회를 한껏 이용했습니다."(p.239)
교직 훈런 지원자가 반문맹자인 경우가 없지 않은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핀란드에서는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교사에 지원한다. (...) 핀란드에서 교사 양성 과정은 변호사나 의사가 되는 과정보다 어려울 수 있다. 보통 모집 정원의 10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리며 때로는 경쟁률이 더 세다. 헬싱키대학교에서 2년 전에 120명이 정원인 박사과정에 2400명이 지원했다. 1970년 이후 내내 모든 핀란드 교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석사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p.254)

아이슬란드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민족적 특성이 유사해서 북유럽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있다 보니 북유럽 국가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독특한 문화가 발달했다. 저자가 주목하는 아이슬란드의 사회상 중 2008년 경제위기의 원인을 파벌문화, 미군부대 주둔 등에서 찾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 북유럽에 보편적이면서도 세속화되면서 거의 사라진 요정 신화가 아이슬란드에서는 여전히 강해서, 실제로 요정에게 지역개발 시 의사를 물어본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다.
인구가 31만 9000명뿐인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두 단계만 거치면 서로 다 알 확률이 대단히 높으며, 특히 아이슬란드의 지배 계층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역사가 있는 듯 하다. (...) 다른 북유럽 국가에서는 장기적 안정과 책임, 평등, 번영을 키운 바로 그 사회적 결속이 아이슬란드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p.294~295)
거널은 아이슬란드인이 현대의 개발을 방해하는 정령들을 기꺼이 믿는 것은 자연에 대한 과거 시골의 가치와 현대 세계의 더 근본적인 대결을 뜻한다는 하프스타인의 말에 동의한다. 한편 아이슬란드인이 그토록 미신을 잘 믿는 이유를 또 다른 이론으로 설명했다. "아이슬란다는 경건주의 운동[북유럽 지역의 토속 신앙을 근절하기 위해 특히 더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극단주의 루터교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7세기에 노르웨이에서는 이 같은 신화를 몰아내려는 대대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p.312)
노르웨이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피오르, 대양에 접한 자연환경 등 더 '자연적인' 모습과 가깝다. 또 풍부한 석유 생산량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성이다. 우리가 보기엔 다 잘사는거 같은데, 그 중 노르웨이가 더 독보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덴마크의 시샘을 사기도 하고, 스웨덴인들이 이주노동자로 일하기도 하면서 미묘한 국가 간 감정이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나름 '네덜란드병'에 걸리지 않게 국가적으로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언제까지 이런 부국의 모습이 갈지도 주목됬다. 한편 노르웨이에서 몇년 전 있었던 유색인을 겨냥한 폭탄 테러, 집단 학살 등이 저자를 비롯한 유럽인들에게 큰 충격이었던지, 왜 이런 현상이 노르웨이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노르웨이 사회의 우익성(?), 인종차별, 무슬림 혐오 등의 현상을 분석하고 있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결과론 같기도 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외국인에 비우호적인 면과 그 이유가 이해되기도 했다.
노르웨이는 우익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단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가령 노르웨이는 덴마크나 스웨덴보다 훨씬 적은 이민자를 수용했으며, 최근에는 거부된 망명 신청자들을 한 해 약 1500명씩 본국으로 송환했다. 브레이비크 테러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 역시 수많은 노르웨이 우익 단체와 활동가, 블로거를 언급했고, 노르웨이에서 이슬람 공포의 불온한 하위문화처럼 보이는 현상을 소개했다. (p.347~348)
노르웨이는 늘 소작농과 어부들의 나라였으며, 국민은 작고 외딴 공동체에 흩어져 살며 수백 가지 지역 사투리를 썼다. 그리고 오랬동안 식민지였으며, 수도인 오슬로는 외국 문화 확산의 중추였기 때문에 덴마크가 코펜하겐에, 스웨덴이 스톡홀름에 거는 식의 기대를 걸지 않았다. 또한 덴마크와 스웨덴은 대립과 경쟁의 역사를 함께 겪은 까닭에 서로를 통해 자국을 바라보고 규정했지만, 노르웨이는 자기 나라만 신경쓰는 경향이 있었다. 산과 바다라는 거대한 물리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서였다. (...)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공업화가 도시화로 이어졌지만, 노르웨이에서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노르웨이 남부 도시 스타방에르를 중심으로 하는 서해안에 기반을 둔 석유 산업 덕에 이런 추세가 바뀌었다. 석유로 축적한 부 덕분에 요즘 수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노르웨이인은 풍족하게 산다.(p.364~365)
(...)(노르웨이에서 일하는 스웨덴인은 3만5000명으로, 시간당 최고 47달러의 보수에 혹해서 노르웨이 가게 등에서 반숙련직으로 일한다). 특히 많은 덴마크인이 즐거워한 이야기는 몇몇 스웨덴인이 노르웨이 가공 공장에서 바나나 껍질 까는 일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실이다! 내가 확인한 결과 바나나는 유명한 노르웨이 샌드위치용 스프레드에 들어갈 재료였다. 게으른 노르웨이인과 착취당하는 스웨덴인이 한 일화에 다 등장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 (p.373~374)

고립되고 사회성 떨어지는 노르웨이인에 대한 덴마크인들의 농담 ㅎㅎ
덴마크보다 노르웨이 북해 유전에서 더 석유가 많이 나와서 덴마크인들이 시샘한다고..
스웨덴은 전체주의 국가라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하며 16세기 이후 북유럽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자부심이 민족주의, 전체주의적 사고로 연결되는 듯 했다. 스웨덴 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중립이면서도 나치 쪽 손을 든 이들이 많았다고 하고, 우생학에 근거한 정책을 국가에서 대놓고 하고 국민들이 지지했다니... 한편 최근에는 북유럽 중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국가이기도 한게 아이러니했고, 어떤게 스웨덴인들의 참모습인지 햇갈렸다. 여성의 권리를 중시하는 국가이고 최고의 평등, 복지 국가로 손꼽히지만, 왕정과 계급사회 전통이 몇백년동안 이어지는 불평등한 국가라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한편 덴마크의 얀센의 법칙과 유사한 사회규범이 스웨덴에서는 '라곰'이라는 명칭으로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최근 스웨덴이 행한 가장 대담한 사회적 실험은 다문화 분야였다. 지난 40년 넘게 스칸디나비아에서 제일 큰 나라였던 스웨덴은 다른 어떤 유럽 국가보다 많은 이민자를 수용했다. 오늘날 스웨덴 인구의 거의15퍼센트는 스웨덴 밖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며,(북유럽에서 두 번째로 이민자 수가 많은 덴마크의 약 6퍼센트와 대조적이다), 다음 세대까지 포함하면 인구가 거의 3분의 1이 스웨덴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이다. (p.409)
'라곰'은 스웨덴 사회의 다양한 행동 양상을 규정한다. 한결같이 비과시적인 소비 패턴부터 타협, 온건, 합의에 주로 의지하는 정부 체제까지, '라곰'은 덴마크의 허구적인 사회 선언문이자, 덴마크 이상은 아니더라도 스웨덴 사회를 규정하는 얀테의 법칙과 확실히 관련이 있다. 스웨덴인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더 무서워하고,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뽐내는 것을 더 싫어하며, 더 절제된 표현을 쓰고 겸손한 경향이 있다. (p.422~423)
"스웨덴은 우리가 주장하는 만큼 평등하지 않습니다.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어떤 집안 출신인지가 큰 차이를 낳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즉 발렌베리 가문 출신이면 유리하죠. 사람들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지만 헛소리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불평등을 숨기는 데 아주 능합니다. 가령 사람을 부르는 경칭과 비칭을 폐지한 것도 불평등을 숨기는 한 방법이었죠. 스웨덴인은 더 '평범한 왕정주의자들'입니다. 현 상태를 받아들이지만 스스로 왕정주의자라고 하지는 않죠". (p.523~524)
각국의 여러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잘 모르는 이야기들이 나오면 그때그때 검색도 해보면서 읽으니 재미있었다. 우리가 보기엔 북유럽 국가들이 가까이 있고 사회상도 비슷하고 친할것만 같았는데, 국가 간의 특성도 은근히 달랐고, 국가간의 식민지배, 경제사회적 환경 차이에 따른 감정도 있어서 말로 티격태격하기도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다시 생각해보니 한국, 중국, 일본이 가까이 있어서 친할것만 같다는 이야기랑 비슷한가...?). 그리고 이 책은 북유럽 여러 국가의 사회상을 학술적으로 딱딱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로서 궁금증을 가지고 사회적 경험,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저자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점이 좋았다. 특유의 서양식 유머도 섞어가면서 저자만의 방법으로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읽는 것이 흥미롭다. 책의 부제에 '미친 듯이 웃긴'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사실 문화권이 달라서 그런진 몰라도, 그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속뜻을 아는 몇몇 유머는 피식거리면서 웃을 수 있는 대목도 꽤 있다.
한편 이 책의 내용도 "북유럽 여러 국가들이 다양성이 있다"는 단편적인 이야기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이 보편적인 진리는 아닐 것이고, 이 책만으로 북유럽 사회를 다 알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추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북유럽 사회의 이야기들 중 몇 가지를 추가 및 보완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북유럽 국가들은 꽤 살기좋은 환경일 확률이 높은데, 그렇다고 완벽한 유토피아가 펼쳐져 있는 곳은 아니고 '거의 완벽한' 사회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북유럽 사회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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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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