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eb320
  1.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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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부산
글쓴이
유승훈 저
가지출판사
평균
별점8.4 (11)
rheb320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항구도시이다. 부산에 익숙하지 않은 타지 사람들은 부산 사람들 하면 회를 매일 먹고 해운대 바다에서 수영하며 노는 줄로만 알고 있다. 그래서 부산 여행을 가면 해운대, 광안리 바닷가에서 회를 먹으면 볼것 다 봤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꽤 있다. 하지만 부산은 그리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부산 땅에는 사람들이 살아왔기에 역사가 깊고, 특히 우리나라의 근대화의 물결을 직접적으로 받아오면서 거대도시로 성장하여 현재는 350만명이 모여 살면서 다양한 문화와 경관을 이루고 살고 있는 도시이다. 여행자들이 며칠만에 몇몇 장소만 훑어보고 부산을 다 안다고 말할 만큼 만만한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 여행과 인문학의 결합이 필요하다. 도시 인문 여행은 이미 각광을 받는 추세이다. 인문 여행은 지역의 환경과 역사, 사람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도시가 품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독특한 인문환경, 지역민이 사는 모습과 삶의 현장, 오늘의 도시를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까지 체험해 보는 여행이다. 화려한 관광지를 대충 눈으로 훑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깊은 속살까지 체험하는 '도시 인문 여행'. 이것이야말로 더 재밌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여행 방법이 아닐까? (p.9)


  저자는 부산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역사민속학자로서, 부산의 여러 여행장소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소개하는 책을 집필하였다. 저자 소개를 보면 저자도 역시 부산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부산이라는 도시에 횟집, 해운대 해수욕장만 있는게 아니라 가볼만한 여러 장소가 있고, 이러한 땅에 부산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른 부산 여행자에게도 소개하여 함께 부산의 여러 장소를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도시 인문 여행'을 해 보고자 이러한 책을 집필하였다. 그래서 책 속에는 부산의 산, 강, 바다 등 자연경관, 먹거리, 볼만한 장소, 역사적 유적, 근대 도시유산 등을 소개하고 여행 코스를 추천하면서 부산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먼저 1부는 부산의 산, 강, 바다, 섬과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부산 하면 해운대, 광안리 바다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바다 외에도 도시 명산이라는 볼거리도 있다. 그리고 낙동강을 따라서 포구 마을에서 소금이 교역되고 갈대가 생산되던 역사적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이러한 역사적 이야기가 기억되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감을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부산의 큰 섬인 영도에 고구마, 도자기와 관련한 이야기가 얽혀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역사적으로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 지역은 줄곧 낙동강 시대를 관통해 왔다. 오랫동안 낙동강은 교통의 대동맥이자 물류의 젖줄이었다. 낙동강을 따라 도시가 조성되고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낙동강에서 유통되는 주된 상품은 소금이었다. 하구 사람들은 배에 소금을 한 가득 싣고서 낙동강을 따라 유유히 거슬러 올라갔다. 소금 배에서 풍기는 짠내가 낙동강 포구들을 적시다 강바람을 타고 저 멀리 안동에까지 미쳤다. 그래서 낙동강 시대는 자못 짜다. (p.34)


  우리나라 고구마 시배지는 다름 아닌 부산이다. 1763년 통신사로 일본에 파견된 조엄이 처음으로 쓰시마에서 고구마 종자를 구해 부산진으로 보냈고, 그는 이듬해 귀로에도 고구마를 구해 동래로 가져왔다. 부산의 한 향토사학자는 조엄으로부터 고구마 종자를 받은 이응혁 부산첨사가 영도 동삼동 해안가에 고구마를 처음 심었다고 주장한다. (p.47)


낙동강 하구, 명지동 하단동 일대.

이곳에 과거에 염전, 갈대 생산지이고

소금과 고기 실은 배가 들낙거리는 하단포구였다니..




  그리고 2부에서는 부산의 여러 먹거리와 볼거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밀면, 어묵, 낙지볶음, 산성막걸리, 멸치, 고등어, 중국음식 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해운대, 송도, 광안리, 국제영화제, 야구, 동해안별신굿 등 부산을 대표하는 볼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부산의 먹거리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과 관련이 깊은 것들이 많았고, 부산 출신이라도 잘 모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았다. '조방앞'이란 지명, '조방낙지'란 음식이 일제강점기 조선방직에서 유래된 것을 아는 부산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각 장소와 먹거리들과 함께 이러한 이야기를 접하면 더욱 깊이있고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조선방직이 말기로 치달을 무렵 낙지볶음의 여명기가 시작되었다. 조방 앞에서 곱창과 된장찌개를 파는 한 식당에서 손님의 권유로 낙지볶음을 출시한 것이다. 주인은 새벽시장에서 싱싱한 낙지를 비롯한 수산물을 사오고 참기름과 고춧가루 등 양념을 듬뿍 넣어 먹음직한 낙지볶음을 만들었다. 이는 조방을 비롯한 주변 공장 노동자들에게 좋은 술안주이자 한 끼의 식사였다. 그뿐이랴. 고된 노동으로 지친 몸에 원기를 돋우는 보양 음식이 되었다. 조방낙지가 유명해지자 주변에 여러 식당이 모여 낙지볶음 거리를 형성했다. (p.76)


지금 조방앞 골목(부산진구 범천동) 일대는 낙지집은 몇개 없고

귀금속 상가가 더 많다.

하지만 '조방낙지'라는 명칭은 프랜차이즈가 되어 전국으로 퍼졌다.


  부산 광복동과 남포동에서는 고갈비집 골목을 볼 수 있다. 고등어를 반으로 갈라 구운 고기를 일명 '고갈비'라 한다. 특별히 양념을 한 것도 아니고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그냥 석쇠에 구웠을 뿐인데도 껍데기를 들춰낸 하얀 맛이 일품이다. 고등어추어탕도 부산의 진미요리 중 하나이다. 해안가에서는 미꾸라지가 잡히지 않다 보니 고등어 뼈를 도려낸 후 살코기를 이겨 마치 추어탕처럼 만든 음식이다. 이따금 부산의 보리밥집에 들어가면 고등어찜이 반찬으로 나온다. 거칠지만 구수한 보리밥에 고등어와 묵은지를 쌈에 싸서 먹으면 소고기 쌈도 저리 가라이다. (p.83)




  3부~5부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사가 발달하는 과정이다. 3부는 부산이라는 이름보다 '동래'가 익숙하던 시절의 역사경관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동래부 동헌과 임진왜란 전투 유적, 동래시장, 온천, 경상좌수영, 부산진지성 등의 역사경관이 부산에 많이 남아있다. 부산의 한 지하철 역사 안에 임진왜란 전투 유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4부에서는 일제에 의해 부산항이 개항된 시기에 형성된 항구 주변 근대도시경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록 일본과 관련이 있는 경관들이라서 기분이 좋지 않을수도 있지만, 어쨌든 부산이라는 이름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이라는 점,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시기의 부산 시민들이 어떠한 도시 경관을 이루고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서 흥미로운 점도 많았다. 5부는 부산이라는 도시가 전쟁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시기의 도시경관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많은 이들이 부산 여행을 와서 국제시장, 감천문화마을, 비석마을, 산복도로를 보고 신기해 하는데, 그저 신기하다면서 주민들을 타자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이야기들을 이해하면서 우리나라 도시화의 보편성과 부산의 특수성을 이해하길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느껴졌다. 이러한 역사경관들이 어떻게 기억되고 보전되고 사라질지도 관심이 갔다.


  2011년 부산도시철도 4호선의 개통과 함께 수안역사 안에 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이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6년 전, 수안역 건설 사업 도중 임진왜란 유적이 발견되어 공사를 중단한 일이 있다. 그 위치는 과거 동래읍성 남문 부근으로 임진왜란 때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곧바로 발굴 조사를 실시해 동래성전투 당시의 처참했던 유적과 유물이 무더기로 출토되었다. 전투에서 피살된 인골들도 발견되었다. (...) 임진왜란역사관은 발굴 때 출토된 해자의 석축을 그대로 옮겨와 복원, 전시해 놓았다. (p.110)


  부두는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다. 1부두에서 4부두까지의 북항 부두는 역사도 깊거니와 우리 민족의 땀과 애환을 담고 있다. 특히 부산 1부두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부두로 꼭 보존해야 할 항구 시설이다. 일제는 전관 거류지의 면적이 부족해 도시 기반시설을 제대로 구축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일찍부터 바닷가를 메워 땅으로 만드는 매축공사를 기획했다. 1902년부터 1908년까지 대규모 매축공사를 통해 생겨난 평지가 지금의 중앙동 일대이다. 그 때문에 '새마당'이라는 지명도 생겨났다. 1호선 중앙역 인근에는 새마당 매축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p.153~154)


현재 부산항(북항)의 항구기능은 신항으로 옮겨갔고 재개발이 한창이다.

과연 1부두는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전될 수 있을까? 


  2000년대 들어 언론에 자주 알려지고 입소문을 타면서 감천문화마을은 어느덧 부산을 대표하는 산동네가 되었다.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고 방문하며 외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다. 과연 가난하고 힘들었던 산동네는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인문 여행의 관점에서 보면 원주민의 삶이 외부인의 여행보다 더 중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 주민들은 자신이 산동네에 산다는 사실을 떠들썩하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모저모로 감천문화마을은 매우 중요한 시험대에 서있다.(p.182)


  망양로는 서구, 중구, 동구, 부산진구를 잇는 도로로서 아름다운 부산항이 내려다보인다. 망양로를 따라 두 발로 걸으면서 부산항이 있는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보람찬 인문 여행이 될 것이다.(p.184)


부산 구도심 일대



  6부는 부산 사람들이 만든 문화, 부산의 여러 유명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 '부산 싸나이'라고 하는 단어 속에 내포한 부산 사람들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부산의 모든 사람들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부산이라는 근대도시, 항구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개방성, 진취적 이미지가 반영된 사람들은 꽤 많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김정한, 윤상은, 박을룡 등 부산 사람들도 은근히 모르는 부산 출신 유명인들의 이야기, 또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이 부산을 기반으로 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한편 부산 출신 여러 연예인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부산 사람들과 과거 수영야류라는 문화유산과 연계하며 '말뚝이'라는 이미지를 제안하는 점도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경상도 하면 보수를 떠올리는 타지에서의 이미지와 다른 접근이라서 재미있었다.


  수영야류의 말뚝이는 해학과 풍자의 화신이다. 말뚝이는 허세와 무능에 빠진 양반들을 맘껏 조롱한다. 고착된 계급 사회를 연기와 재담으로 고발하는 말뚝이를 보면서 백성들은 후련하게 대리만족을 했을 터이다. 사회적 모순을 질타할 뿐 아니라 풍자가 살아있는 예술로 승화시킨 말뚝이 정신은 오랫동안 부산 문화의 토대였다. (...) 말뚝이 정신을 계승한 부산 사람들은 일제와 독재정권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항거했다. 이제는 부산 말뚝이를 영화와 연극 그리고 TV에서도 볼 수 있다. 부산 출신 배우와 연예인들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도 영락없는 말뚝이이다. (p.240)




  의외로 부산의 여러 장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져서 좋았다. 부산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부산에 대해서 미리 알고 떠나면 좋을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게다가 부산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일상공간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부산 여행을 온 사람들에게 소개를 할 때 참고하기도 좋은 책이었다. 한편 저자의 전작 중에 <부산은 넓다>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에 비해서 장소의 수는 적지만 몇몇 장소에 대한 이야기의 깊이는 더 깊다. 두 책의 기획 목적은 "부산 인문 여행"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전작에 비해서 장소 수를 더 늘리고 각 장소 별 이야기를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다루면서 좀 더 많은 이들이 여행 참고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담겨있는 각 장소별 내용이 너무 간략해서 더 깊이있는 내용을 알고 싶다면, <부산은 넓다>의 목차를 확인해 보고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어쨌든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부산 도시인문 여행"을 재미있게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http://blog.yes24.com/document/7537569


<부산은 넓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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