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eb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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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사막중국
글쓴이
이강원 저
폴리테이아
평균
별점8 (2)
rheb320


  숨막힐 정도로 뜨거운 공기,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황량한 땅, 눈이 따가울 정도로 몰아치는 모래폭풍, 생명체라곤 찾아보기 힘든 풍경, 갈증을 해소할 물 한모금 찾아볼 수 없는 땅이 펼쳐진 곳... 이곳이 바로 사막이다. 이처럼 사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주로 부정적이다. 우리는 우리나라 땅에서 사막을 감각을 통한 경험으로 접할 수가 없다. 우리는 매체를 통해 사막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상상해볼 수밖에 없다. (태안 신두리 사구를 두고 '한반도 유일의 사막'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해안사구'라는 소규모 지형으로 사막과는 형성과정이 다르다)  


  그런데 사막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라는 점은 자연에 (습윤기후적)인간의 가치를 지나치게 개입하여 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사막 역시 초원, 숲, 툰드라, 열대우림 등과 같이 기후학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현상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막은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은 지역으로, 주로 아열대고압대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역, 습윤기단이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거대한 대륙 내부, 저위도 대륙 서안의 한류 연안 등에 발달한다. 홀로세 이후 현재 기후와 유사하게 된 뒤로 '자연스럽게' 사막이 형성된 곳이 있었고, 이는 육지 전체 면적의 약 30%에 달한다. 중국의 고비, 타클라마칸 사막도 대륙 내부에 형성된 '자연스러운' 사막이다. 이 사막의 범위는 소폭의 기후변화로 인해 약간씩 그 범위가 확대 및 축소되기도 했는데, 17세기 소빙기의 한랭건조화로 고비 사막이 조금 남하하였다가 19세기 이후 다시 습윤화로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사막은 지형과 기후가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낸 자연지리적 산물이다. 지구가 본래 가지고 있는 기후변화의 주기나 경향에 따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사막이라면 그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p.234)


중국의 사막 분포 지도.(p.50)

사막은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형성된 것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사막이 20세기에 이르렀는데도 오히려 북상하지 않고 더 남하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사막화 현상이라 하고, 지구의 생태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에 황사 피해를 강화하기도 한다. 심지어 내몽골자치구에 속하는 '커얼친 사지(沙地)'라는 곳은 우리나라의 신의주에서 몇백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여, 우리와 의외로 매우 가깝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거의 드물다. 사실 커얼친 사지는 원래 사막이 아니고 초지였다. 역사시대 이래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유목민들의 활동무대가 된 곳이다. 하지만 몇천년 간 유목민들의 무대였던 초지가 최근 몇십년 사이에 모래만 날리는 사막으로 급속하게 바뀌었다. 이는 앞서 말한 소규모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적 현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중세에 거란의 중심지였던 요하 상류지역

지금은 불모지인 '커얼친 사지'(윗 지도에서 11번)가 되어 있다.

출처 : 구글 지도


  저자는 중국 현지에서 얻은 문헌자료 및 현장답사를 통한 경험적 자료를 통해, 20세기 중국 북서부 내륙지역에서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된 것은 기후학적으로 설명되는 현상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토지이용 정책이 반영된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시기적으로는 1950년대 이후 중국 사회주의 정부의 대약진운동 시기부터 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이다. 이때 중국 정부(중원의 한족 중심)는 북부 및 서부 내륙지역 토지(주로 소수민족 유목민 거주지역)를 적극적으로 개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개간 및 한족 정착 정책을 실시하였다. 


  북방 건조지역에 대한 이주 및 개간은 중원의 일반 국민에게나 새로운 지도부에게 일종의 숙원사업이자 '시대정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한국에서 1960~1970년대에 해안가의 갯벌을 보고 쌀을 떠올린 것과 같다고 하겠다.(p.226)


  구체적으로, 서북부 내륙지역에서 하천 중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지하수를 개발하였다. 이러한 관개시설의 확충은 인접 지대의 경작지 확대, 한족 정착민 증대를 가져왔다. 일시적으로는 식량 생산량이 증대되어 성공적인 정책으로 보였다. 하지만 하천의 중하류로 내려가는 물이 부족해지고, 지하수 고갈, 식생파괴, 토양염류화 등을 촉진했다. 지역의 생태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습윤지역의 토지이용을 그대로 적용한 지역개발정책을 실시하여, 결국 초지, 오아시스 일대는 물론 개간해 놓은 경작지마저 황무지로 만들어버렸다. 상류 산지의 삼림벌채는 하천 유량 및 지하수 고갈을 촉진하여 사막화를 가속화시킨 요인이었다. 반건조 초원 지대에서는 이동하면서 목축업을 하는 유목이 지역의 생태환경에 적절한 토지이용 방식이다. 하지만 집약도가 높은 형태인 정착농업을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수자원 및 토양자원의 적절하지 못한 이용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사막화가 나타난 것이다.


서북지역 사막화 과정 모형화(p.174)
(나), (다), 및 (라)상부의 반건조 초원에서 사막화가 확대되고 있다.

간쑤성에 위치한 텅거리 사막(윗 지도에서 6번, 윗 모형도에서 (다)
스양허강 상류의 댐 및 관개시설 건설로 인해
하류의 민친 오아시스 일대가 사막화되고 있다.
경작지에 이동사구가 침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출처 : 구글 지도


  저자는 자연환경과 인간생활의 상호작용적 관계에 주목하는 지리학자로서, 중국 서북부 내륙지역의 사막화 현상을 공간적으로 추적했다. 저자는 중국 서북부 내륙지역이라는 구체적 공간을 중심으로, 인간의 활동의 형태,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 등에 주목한다. 연역적으로 '자연의 영향이다' 혹은 '인간의 영향이다'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귀납적으로 실제 현장 연구를 수행하여 분석한 결과이다. 그러한 결과 중국의 20세기 사막화 현상이 인위적인 것이 많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사막화에 대한 대책도 주류의견과는 조금 다르다. 중국 정부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사막화 대책으로 조림(造林) 사업을 택하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대책 또한 20세기 중반의 개간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원래 관목이나 초지가 자라나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습윤지역의 나무를 심는 것은 오히려 수분 손실 및 사막화를 또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지역의 생태환경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인간이 자연을 개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20세기 초 개간 정책과 21세기의 조림사업은 같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1950년대 중국에서 사막이나 초원에 대해 자연개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지구를 향해 진군하고 사막을 정복하자"라는 구호가 제기된 적이 있다. (...) 당시와는 정반대로 사막화 현상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오늘날에도 '우공이산'의 고사가 인용되고 있다.오늘날 이 고사가 사막화의 방지와 퇴치가 어려워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인용된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산을 옮기듯이 사막을 없애서 사진폭이나 황사를 제거한다는 의미라면 문제가 있다. 그것은 사막화를 초래한 1950년대의 인식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p.236)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사막화의 위치 및 규모이다. 이 책은 추상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중국의 특정 지역을 상정하여 연구한 지역연구물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사막화 논의는 중국 서북지역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유용하고, 다른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요 관점인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평가가 가져온 경관 변화"는 유용하다. 한편 수많은 중국의 지명이 책에 실려있다. 그래서 중국 지도를 옆에 두고 참조하는 것이 가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리뷰 초반에 인용한 p.50의 사막 분포 지도는 책을 읽다가 계속 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논문을 모아놓은 책이라서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게다가 초반부의 사막화 및 황막화에 대한 정의 부분은 조금 지루하고, 사막화 원인 규명 과정에서 책 속에 중복되는 내용이 좀 있어서 약간 산만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여 읽으면 비교적 수월할 것이다. 로프노르 호수 논쟁 내용은 처음에는 조금 뜬금없었지만, 서부 건조지역 개척 역사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사막화와 연결된다는 생각도 들었다(비록 주체는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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