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잭와일드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깨어있는 부모
글쓴이
셰팔리 차바리 저
나무의마음
평균
별점9.8 (60)
잭와일드





 



 





"깨어 있는 부모는 양육에 관한 답을 밖에서 찾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와의 역학관계 안에서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깨어 있는 양육은 아이를 양육하는 경험 속에서 배울 수 있다." (p. 42)



 



셰팔리 차바리의 <깨어있는 부모>을 읽으며 공감했던 것은 ‘내 안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라는 책의 부제처럼 육아라는 특별한 경험을 겪게 된 부모는 이제 막 부여된 부모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기 이전에 먼저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삶을 대하고 더 성숙해질 것인지 준비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만나기 이전부터 나름의 준비과정을 거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어떻게 하면 부모로서 아이가 성숙한 인간으로 성공적으로 삶을 살아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막상 현실에서의 육아는 결코 쉽지 않았다. 물론 아이를 돌본다는 행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좌절과 괴로움도 같이 다가왔다. 아이를 돌보며 나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이제야 겨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나 할까? 아이와 함께 지내며 삶은 질서와 혼돈,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점철된 그 무엇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인생은 바다와 같아서 파도가 잠잠할 때도 있고, 요동칠 때도 있음을 알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다." (p. 139)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릴 때 발달한다. 아이를 깨어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부모가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골치 아프고 견딜 수 없이 괴롭더라도 그것을 피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판단일 뿐, 현재라는 순간 자체는 아니다." (p. 224)



 



삶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안정된 상태라고 느끼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미지의 것이 느닷없이 닥친다. 이렇게 질서가 무너진 혼돈 속에서 우리 삶은 현실부정과 절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되어 간다. 삶은 질서와 혼돈으로 점철되어 있다. 안정된 질서 속에 갑자기 혼돈이 찾아오기도 하는 반면, 모든 것을 상실한 듯한 절망적 순간에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기도 한다. 삶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질서와 혼돈의 경계 위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삶에서 인생의 의미가 빛을 잃어가고, 절망과 두려움이 고개를 드는 순간과 마주칠 때 우리는 무엇에 의지하며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지난 해 그토록 원하던 둘째가 태어나면서 마침내 우리 가족은 꿈꾸던 이상적인 가족의 윤곽을 그릴 수 있었고, 그 윤곽선의 안쪽을 어떠한 형태의 기쁨과 추억의 색으로 채워 나갈지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시점에도 가족의 안정을 뒤흔드는 혼돈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질서가 무너진 상태에서 들어선 것은 원망과 현실부정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지금 이 순간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하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었고, 그중 에서도 가장 두려웠던 건 이제 눈앞의 현실이 되어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였다.  



 



불안과 두려움은 자가 증식하며 다른 모든 감정을 잠재우며 무한정으로 퍼져 나갔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정해지지 않는 혼돈의 시간 동안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작위성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 가족은 새롭게 주어진 조건하에서 삶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기간과 방법을 다시 고민해야 했다. 나와 내 가족을 둘러싼 삶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그곳에 사는 괴물은 점점 더 포악해져갔다. 삶의 의미는 빛을 잃어갔고, 절망과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불안과 두려움, 원망 등 부정적 감정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라는 존재 덕분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나에게 의지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면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이 내가 삶에 대한 의지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안정된 질서 속에서 그동안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가족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내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 이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큰 힘이 되었고, 혼돈을 헤쳐 나가는 강력한 무기와 힘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상실과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의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연약하고 불완전한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가지고 상황에 대응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 쉽다. 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불완전함과 취약성이야말로 각자의 개별적 상황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분모가 아닐까? 신뢰와 사랑, 자발적인 책임이 동반된 관계를 구축하고 용기와 위로를 나누는 것은 서로의 결핍과 불완전함을 일정 부분 해소해줄 수 있는 심연과 어둠의 해독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절망속이라 해도 함께 있다면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아픔도 진정시키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신뢰와 공감을 기반으로 진실된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모든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알게 되면, 그러니까 상황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며 제멋대로 돌아갈 때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우리는 삶과 춤추기 시작한다." (p. 103)



 



"젖먹이 아기와 부모의 관계는 영혼이 하나가 되고 운명이 함쳐지는, 대단히 밀접하고 역동적인 춤과 같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이렇게 생각하면 아기는 그 작은 발로 아장아장 춤추듯 우리의 중심으로 곧장 파고든다." (p. 148)



 



이 대목을 읽으며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춤>의 가사가 떠올랐다. 



 



"우린 긴 춤을 추고 있어. 자꾸 내가 발을 밟아. 고운 너의 그 두 발이 멍이 들잖아. 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 이 춤을 멈추고 싶지 않아. 그럴수록 맘이 바빠. 급한 나의 발걸음은 자꾸 박자를 놓치는 걸. 자꾸만 떨리는 너의 두 손."



 



저자의 말처럼 ‘육아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추는 춤“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출 수 없는 춤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선율에 맞추어 추는 춤은 아름다운 장면만 담기지 않는다. 때론 춤을 추는 과정에서 상대의 발을 밟기도 하고, 때로는 박자를 놓쳐서 상대가 손을 떨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어떠한 형태의 인간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타인과 삶의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며,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 기사단장 죽이기 』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모든 아이는 각기 특별하게 태어나며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의 눈으로 그 특별함을 발견하고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 깊숙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부모라면 아이들에게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도 부모가 아닐까? 아이와 가장 가까이 오랫동안 접하는 사람은 부모기 때문에 아이의 개성과 자질, 좋아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부모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그 과정은 부모가 아이를 향한 일방적인 것이 아닌 상호교감이 이루어지는 ’둘이 함께 추는 춤‘이어야 할 것이다. 나는 돌봄과 함께 성숙해가는 그 아름다운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지지하고자 한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계획이나 구상을 ‘청사진 (Blue Print)’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미래를 그리는 행위는 특정 시점의 순간을 박제하는 사진 보다 그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순간의 단면을 정확히 스크랩하는 것이라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일정 시간에 걸쳐 대상을 관찰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걸쳐 변화하는 대상의 입체적 모습을 화폭에 담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은 특정 시점에 국한된 대상의 모습을 무엇보다 정확히 포착하는 반면 그림은 일정 시간 동안의 대상의 변화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사진이 아닌 그림을 지향하면서 신뢰와 사랑 그리고 책임이 동반된 관계를 그려 나갈 필요가 있다. 저자의 말처럼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현실의 행복과 미래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 속 불분명한 선들로 이뤄진 한 사람의 형상 그리고 그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구축하며 쌓아온 세월의 궤적은 사진 보다 불분명해 보일 수는 있어도 그 시간의 농축성을 기반으로 안정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질서 너머의 미래 모습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육아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에게 혼돈의 해독제가 될 수 있을까? 바꾸어 말해 대상과 상황에 관계없이 적용가능한 완벽한 육아법이 존재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그건 장담할 수 없다. 누군가에겐 그럴 수도, 또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이 던지는 시험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각자가 서로 다른 시험에 응하고 있다는 것을 종종 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답을 모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모범답안을 찾는 것으로는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책을 향한 수많은 찬사처럼 이 책은 당신이 자녀를 대하는 태도와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이란 사실이다.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23.04.26

댓글 1

  1. 대표사진

    잠자는사람

    작성일
    2022. 7. 3.

잭와일드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4.1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4.13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4.9.1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9.15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3.8.3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8.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5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4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4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