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1. 마침표

이미지

도서명 표기
가족의 발견
글쓴이
최광현 저
부키
평균
별점8.7 (20)
자목련

 지난 추석 명절에 모인 가족의 수는 모두 아홉이었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올여름 큰언니가 암 투병 중에 하늘나라로 떠나니 남겨진 가족은 겨우 아홉이 전부였다. 아버지와 큰언니의 죽음으로 우리는 제법 단단해졌다고 믿었다. 가족이니까, 서로에게 잘 해야 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 가족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거창하게는 그들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몰랐고 작게는 소소한 고민이나 걱정도 아는 게 없었다. 문득 이런 싯구가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그랬다. 나는 한 번도 가족을 자세히 보려 하지 않았고 오래 보려 하지 않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처럼 우리가 자세히 보아야 할 것들은 아주 소중한 것들인데 말이다. 얼핏 보고 다 보았다고 착각하고 지나쳐버리는 게 가족이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쉽게 말하고 가족이니까 모든 걸 이해받기를 원한다. 세상에 유일한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가족에게는 이상하게도 친절을 잊는 사람처럼 대한다. 무의식 속에 무언가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일까. 최광현의 『가족의 발견』을 읽고 자세히 보아야 한다는 것을,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것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한다.


 


 겉으로 봐서는 완벽하게 행복한 가족사진처럼 웃고 있는 가족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포기할 수 없어 저자를 찾은 상담자의 사연은 저마다 가슴 아프고 생목이 오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자는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 놓는다. 부모나 자식에게 자신의 삶을 투사하는 모습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쉬운 게 아니다. 나 역시 그러했다. 학창시절에는 엄마 때문이라며 아무 잘못도 없는 엄마를 몰아세우고 어른이 되어서는 슬그머니 그 대상이 형제로 바뀌었다. 엄마가 아들인 오빠와 남동생에게만 사랑을 준 게 아니고 우리 모두를 자랑스러워했는데 말이다.


 


 『가족의 발견을 통해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번씩 가슴이 답답해졌다. 밥 먹으라는 말과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냐는 물음에 다짜고짜 화를 내는 중학생 조카와 어느 시절 어리석게 삶을 포기하려 했던 나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그 시절 내가 가족들이 내미는 손을 매몰차게 거부했다는 점이 너무도 미안했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그 고통을 짐작할 수 없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형제 사이에 미묘한 감정들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그러니 그 관계를 객관화 시켜고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내 기분과 감정만 받아들여주기를 바라고 다른 가족의 그것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 상처받았다는 어리석은 믿음 말이다.


 


‘용서는 과거의 고통을 분리시킬 수 있는 힘이다. 우리 내면에 있는 분노를 똑바로 보게 하고, 죄책감과 수치심을 자기 내면의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힘들지만 가능한 일이다.’ (67쪽)


 


 어쩌면 용서는 직시하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똑바로 봐야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내의 숨겨진 감정을, 남편의 감춰진 얼굴이, 자꾸만 커져가는 아이의 불안을 말이다. 그리하여 미처 찾아내지 못한 가족의 감정을 발견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의 해체라는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들어주기가 아닐까 싶다. 무슨 말이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을 하라고 날카롭게 채근하지 않는다. 그저 여기 내가 있으니 언제라도 말을 하라고 기다려 줄 것이다. 심각한 왕따 문제, 방 밖을 나가지 않고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에게 무작정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그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부모의 자존심을 잃는 것 같아 두려워한다. 아이는 부속물이 아니며 남편과 아내 역시 내 소유의 것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는 걸 자꾸 잊고 만다. 부모 세대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려와 아이가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존중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126쪽)


 


‘그래’, ‘그랬구나’, 혹은 본문의 사례처럼 ‘아, 그래요?’ 란 말로 우선은 공감해주면 될 것을 무조건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감정을 내 감정으로 덮어버리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무기력해진 아버지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나 역시 늙어가고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곁에 계시지 않으니 더욱 애달프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열쇠를 지닌 사람은 오직 나 자신 뿐이다. 내가 다가서야만 상대도 다가올 수 있는 것을 왜 몰랐을까.


 


‘감사하는 마음은 가족의 행복을 여는 열쇠이다. 이 열쇠는 우리 손에 있다. 감사를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수없이 많다.’ (247쪽)


 


 분노에 휩싸여 화가 나고 속상한 것들의 나열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목록이 넘치는 것을 잊고 지냈던 시간과 이별하고 이제는 감사와 더불어 결핍된 공감을 채울 시간이다. 더 늦기 전에 소중한 가족을 발견하길, 당신도 나와 같다면.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자목련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5.3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25.5.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5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4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2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