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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쓴이
질 볼트 테일러 저
윌북(willbook)
평균
별점8.9 (60)
rinigogo

질 볼트 테일러가 자신이 37세에 뇌졸중을 겪은 경험과 8년에 걸친 회복 과정, 그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다룬 이 책은 뇌과학자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인간의 뇌를 연구하고 강의하던 재원이 어느날 뜻밖에 좌뇌에서 희귀 유형(일반적인 뇌졸중과는 좀 다른 동정맥 기형에 의한 뇌졸중)의 뇌졸중이 발생했고, 뇌과학자라서 그 순간 자신의 의식에서 느낄 수 있었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해 낼 수 있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저자의 가족력도 매우 흥미로웠다. 연년생 오빠가 뇌 장애로 인한 정신분열증 환자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아들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그래서 저자도 뇌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6년에 쓴 다소 오래된 책을 10년이 지나 이제야 번역하여 소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조금 의문이다. 제목도 쓸데없이 선정적이다. 다만 이 책은 뇌졸중이나 머리쪽 외상을 입은 사람의 회복과 치료를 돕기 위해 참고로 해 볼 만한 책이다. 뇌졸중이 걸린 긴박한 그 순간에 기억이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혼자서 응급실에 가기 위해 요청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차츰차츰 무엇을 할 수 없었는지, 감각능력과 언어능력, 운동능력이 어떻게 사라졌으며 그때의 심리상태가 어땠었는지 묘사되어 있다. 치료자나 훈련자 등의 조력자들이 뇌졸중 환자의 상황을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회복하는 과정은 갓태어난 아기가 세상을 배우는 것 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는데, 그 중요한 시기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잘 이끌어준 저자의 어머니의 노력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우리 뇌에는 가소성(plasticity)이 있어서 새로운 길을 재조직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 내면서 뇌가 스스로 손상으로부터 회복한다. 재활 기간 동안은 꾸준한 학습과 더불어 수면이 큰 치유능력을 제공한다는 것도 저자는 경험했다. 문제는 사람들이, 특히 주변사람들이 뇌의 가소성을 믿지 않기 때문에 뇌졸중 환자들의 회복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돌보는 사람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사소한 것도 칭찬해 주어야 한다.

 

좌뇌에 손상이 옴으로써 우뇌를 흠뻑 경험하게 된 일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몸이 고체가 아닌 유동체로 지각되었던 경험도 신기했다. 유동체로 느껴졌기에 오묘한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세상과의 경계가 닫힘으로써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지만 반면에 천국과 같은 경험을 맛보았다. 저자는 바쁜 일상생활로 인해 놓치고 있었던 기쁨과 평화의 감정을 몸으로 느끼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감정을 얼마나 오래 느낄지 결정하는 권한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즉 "내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내 경험을 어떻게 지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내게 달렸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저자는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으려면 순간순간 마음의 정원을 착실하게 가꾸고 하루에도 수천 번 긍정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우리 뇌의 변연계에서 감정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멈추는 데 90초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분노가 대표적인 자동반응이다. 최초의 자극 후에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자동반응은 끝나는데 이 시간 이후에도 여전히 분노가 남아 있다면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중에 떠도는 좌뇌형 인간인가 우뇌형 인간인가 하는 말을 적절하지 않은 말이다. 다만, 저자에 따르면 우리 뇌 안에서는 좌뇌와 우뇌가 주도권다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뇌의 성격은 모험심이 강하고 풍요로움을 찬양하며 사교에 능하며 비언어적 소통에 탁월하고 감정이입이 능숙하며 항상 현재형이며 시간감각이 없고 현명한 관찰자가 되게 한다. 순수함과 내적 기쁨을 담당하는 신경회로인 것이다. 반면 좌뇌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뇌가 인식한 지금 이 순간에 관한 모든 정보들을 받아들여 내가 감당할 만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좌뇌는 다량의 정보를 패턴화하며 재빨리 처리함으로써 경계를 짓는 일에 능숙하다. 그러나 정보를 빨리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약과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과거의 고통에 사로잡히게 할 수도 있다.

 

저자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우뇌의 회로를 가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세상을 향해 보내는 평화와 공감의 메시지도 많아진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종교인들이 명상이 절정에 달하거나 신과의 합일을 느끼는 순간의 뇌를 연구해 보면 좌뇌의 상두정이랑에 위치한 정위연합 영역(신체 경계, 공간과 시간 영역)의 역할이 감소하면서 좌뇌 언어중추의 재잘거림이 감소하고 우주와 하나되는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고집스럽고 오만하고 비꼬기 좋아하고 질투심많은 성격을 담당하는 부위가 좌뇌의 자아 중추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부위는 자신을 패배자로 만들고 원한을 품게 하고 거짓말을 하고 복수를 계획하게 한다고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연구자로 주로 살아온 나도 저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로 나는 좌뇌와 우뇌를 항상 의식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하게 좌뇌가 나를 과잉지배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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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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