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노부타
- 작성일
- 2009.1.11
네크로폴리스 1
- 글쓴이
- 온다 리쿠 저
문학동네
사실 네크로폴리스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네크로폴리스가 죽은이들의 도시라는 뜻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면서 오로지 온다 리쿠 라는 이름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니, 솔직히 '죽은 이들의 나라로 이끄는 매혹적인 초대장'을 받아들고 싶은 맘이 있기도 했지만.
아무튼 미스터리 요소를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온다 리쿠의 작품이기에 추리의 요소를 그리 강하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예상보다 더 좋은 느낌이 드는거야. 그러고보면 나는 아무래도 온다 리쿠의 작품에 항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네.
엉뚱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조금 멀리 돌아가보자.
나는 작년, 그래 벌써 '작년'이라고 할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작년에 이미 유행이 지난 드라마 한편을 봤다. 어릴적 첫사랑을 우여곡절끝에 만나게 되는 두 연인은 이미 불치병의 증세가 심해져 죽음을 앞에 두고 있지만 남은 시간을 후회없이 행복하게 보내며 한사람은 떠나가고 한사람은 남아있는다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무척 상투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나는 그 드라마의 끝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행복한 것일까? 아니면 그 짧은 시간의 사랑에 안타까운 불행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현실이 아닌 드라마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리 심각해졌던 이유는, 내가 드라마 내용에 빠져들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즈음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음'에 대해 심각해져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그 순간은 아무런 느낌도, 생각도 없었다. 정지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시간이었다. 그 후 내가 죽는다면 이 세상에서의 나의 것은 모두 정지이고, 남은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몫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 드라마를 보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그들은 행복한 것이야,라는 결론을 내렸지만..그래도 안타깝긴 하더라.
그런데 네크로폴리스는 그 행복한 시간을 조금 더 연장시켜준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한데 어우려져 지내는 공간 V.파의 어나더힐스가 그러한 시간을 갖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라는 것은 그닥 특별함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 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것은 온다 리쿠가 갖는 특별함일 것이다.
"습관과 인습은 이상하다. 다른곳에 가면 전혀 통용되지 않는 것이, 어떤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저주가 되어 공기와 사람들의 대화속에 압도적인 억압과 강박관념을 발생시킨다.
아닌게 아니라 이곳은 특별하다."(153)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현실속의 일본과 영국의 변형이라는 것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 어딘가 어색함을 갖고 오고 이야기가 조금은 늘어지는 듯한 느낌에 온다 리쿠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판타지가 좀 모자라기도 하지만 네크로폴리스는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죽음은 오락이고 평안이다.
사람들의 인식은 일치했다. 애도 또한 오락이고 축제였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분하거나, 죽은 자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 인간의 세계에서 죽음은 삶과 이어져 있었고 생활의 일부였다."(248)
평범한 상상에서 평범하게 시작된 V.파의 어나더힐스에서 벌어지는 돌발적인 사건은 하나씩 해결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미루어 짐작이 가는 결말과는 달리 또다른 의혹이 깊어져가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는 끝이 나고 있었다.
어쩐지 그녀답지 않게 '네크로폴리스, 그 후'가 또 있는거야? 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애초에 읽은 것은 피투성이 잭을 잡아낸다거나 산 자와 죽은 자들의 나라의 경계에 대한 그녀의 상상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네크로폴리스'를 읽은 것이니 그리 실망이랄 것도 없다.
오히려 "이렇게 산 자와 죽은 자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약속되어 있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위안이 된다."(228)는 말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이 책은 또 다른 느낌과 감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네크로폴리스는 우리들 상상의 나라이겠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현실이며, 죽은 이들의 방문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행복한 추억일 것이다...
아무튼 미스터리 요소를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온다 리쿠의 작품이기에 추리의 요소를 그리 강하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예상보다 더 좋은 느낌이 드는거야. 그러고보면 나는 아무래도 온다 리쿠의 작품에 항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네.
엉뚱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조금 멀리 돌아가보자.
나는 작년, 그래 벌써 '작년'이라고 할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작년에 이미 유행이 지난 드라마 한편을 봤다. 어릴적 첫사랑을 우여곡절끝에 만나게 되는 두 연인은 이미 불치병의 증세가 심해져 죽음을 앞에 두고 있지만 남은 시간을 후회없이 행복하게 보내며 한사람은 떠나가고 한사람은 남아있는다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무척 상투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나는 그 드라마의 끝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행복한 것일까? 아니면 그 짧은 시간의 사랑에 안타까운 불행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현실이 아닌 드라마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리 심각해졌던 이유는, 내가 드라마 내용에 빠져들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즈음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음'에 대해 심각해져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그 순간은 아무런 느낌도, 생각도 없었다. 정지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시간이었다. 그 후 내가 죽는다면 이 세상에서의 나의 것은 모두 정지이고, 남은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몫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 드라마를 보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그들은 행복한 것이야,라는 결론을 내렸지만..그래도 안타깝긴 하더라.
그런데 네크로폴리스는 그 행복한 시간을 조금 더 연장시켜준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한데 어우려져 지내는 공간 V.파의 어나더힐스가 그러한 시간을 갖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라는 것은 그닥 특별함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 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것은 온다 리쿠가 갖는 특별함일 것이다.
"습관과 인습은 이상하다. 다른곳에 가면 전혀 통용되지 않는 것이, 어떤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저주가 되어 공기와 사람들의 대화속에 압도적인 억압과 강박관념을 발생시킨다.
아닌게 아니라 이곳은 특별하다."(153)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현실속의 일본과 영국의 변형이라는 것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 어딘가 어색함을 갖고 오고 이야기가 조금은 늘어지는 듯한 느낌에 온다 리쿠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판타지가 좀 모자라기도 하지만 네크로폴리스는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죽음은 오락이고 평안이다.
사람들의 인식은 일치했다. 애도 또한 오락이고 축제였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분하거나, 죽은 자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 인간의 세계에서 죽음은 삶과 이어져 있었고 생활의 일부였다."(248)
평범한 상상에서 평범하게 시작된 V.파의 어나더힐스에서 벌어지는 돌발적인 사건은 하나씩 해결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미루어 짐작이 가는 결말과는 달리 또다른 의혹이 깊어져가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는 끝이 나고 있었다.
어쩐지 그녀답지 않게 '네크로폴리스, 그 후'가 또 있는거야? 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애초에 읽은 것은 피투성이 잭을 잡아낸다거나 산 자와 죽은 자들의 나라의 경계에 대한 그녀의 상상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네크로폴리스'를 읽은 것이니 그리 실망이랄 것도 없다.
오히려 "이렇게 산 자와 죽은 자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약속되어 있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위안이 된다."(228)는 말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이 책은 또 다른 느낌과 감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네크로폴리스는 우리들 상상의 나라이겠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현실이며, 죽은 이들의 방문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행복한 추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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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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