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노부타
- 작성일
- 2021.11.11
B급 세계사 3 서양 미술편
- 글쓴이
- 피지영 저
행복한작업실
알고 나면 꼭 '써먹고 싶어지는' 역사잡학사전 B급 세계사 세번째 이야기 '서양미술편'이다. 제목에서부터 비급 세계사임을 표방하고 있는데 일반 상식이면서도 뭔가 좀 톡 튀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대화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지만 흥미를 갖고 대화를 끌어갈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이 담겨있다. 더구나 미술을 좋아한다면 - 아니, 그렇다면 좀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도 하고 그림 도판도 깔끔하게 담겨있어서 좋았다.
풍경화가 안토니오 카날레토의 이름은 낯설지만 근대유럽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그랜드투어 - 그냥 쉽게 유럽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행다녀 온 인증을 그림으로 한다는 것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말로 합성사진처럼 배경사진을 미리 다 그려놓고 인물의 모습만 바꿔그리는 것으로 엄청난 제작주문을 받았다고 하니 그는 화가라기보다는 사업가로서 더 유능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이처럼 역사적 시대배경과 그림과의 관련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브뤼헬의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유독 그림의 주제에 따른 주인공은 구석에 위치해있고 당대 사람들의 모습이 더 정교하게 묘사되어있음으로 인해 미시사 역사 연구에 아주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에피소드를 말하기도 한다. 다른 책들을 통해 알고 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지만 서양미술의 예술적인 관점으로서만이 아니라 그림이 표현해내는 여러가지의 느낌들을 다양하게 바라보게 해 주고 있다.
때로는 제목 자체에 너무 흥미를 끌기 위한 과장이 있다는 느낌도 받곤 하지만 - 유명한 미술관에 걸려있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복제품이라거나 아동성추행범, 벽지보다 못한 미술작품, 짝다리를 짚어야... 같은 소제목들은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뭔가 싶지만 글을 읽다보면 아무리 B급을 표방하더라도 좀 자극적인 제목을 넣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것 역시 가볍게 글을 읽어보기에는 흥미로울 수 있고 그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쏠리게 만들 수 있는 자극이 될수도 있는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고흐의 해바라기 복제품은 '레플리카'라고 칭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조품이 아니라 고흐가 자신의 그림을 모방하여 또 다른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한다고 한다. 고흐가 밀레의 그림이나 우키요에를 복제하여 그렸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솔직히 자신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면서 또 다른 해바라기를 완성했다는 것을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고 있어도 복제품이라기보다는 그냥 고흐의 해바라기일뿐인지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관심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루벤스가 그렸다는 한복을 입은 남자의 초상인데, 이 그림이 경매에 나온 것이 1983년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오래전에 알려진 그림이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은데 언급하는 정도로 끝이 나 좀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루벤스의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이란 그림에 나온 조선복식의 남자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어쩌면 앞으로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그림이나 자료가 나오면서 서양 역사 속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보게 되기도 한다.
"미술 왕초보 대환영"이라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미술에 대해, 미술사에 대해,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미술과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욱 좋은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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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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