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에서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사실 영어학습법이라고 했지만 내게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영어교수법에 대한 책인듯 하다는 것이다.
내가 영어를 처음 배웠을 때,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알파벳의 발음부터 익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것은 아버지의 훌륭한 영어교수법의 결과이다. 영어를 전공하신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는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알파벳을 문자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카드에 발음기호를 적어놓고 놀이하듯 발음을 익힐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리고 중학교때 영어 선생님은 교과서에 지문이 나오면 꼭 몇몇 학생들을 교단 앞에 세워놓고 역할극을 하게 하셨었다. 그때는 영어가 어려운 말이라는 걸 몰랐고 모든 것이 다 재밌기만 했었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모든 것이 시험에 의해 결정이 되는 학습환경에 의해 우리는 저절로 문법만을 배워야 했던 것이 영어가 더이상 재미있는 언어의 배움이 아니라 점수를 받아야 하는 교과목의 하나가 되어버린 탓이 클지도 모르겠다. 영어가 재미있을 땐 굳이 문법을 억지로 암기하려 하지 않아도 언어를 쓰면서 그 원리를 익히게 되고 반 친구들에게 설명도 잘 해주곤 했었는데 어느순간 나는 영어와 담을 쌓고 외국인 앞에서 한마디 말도 못하는 영어치가 되어버렸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처음 영어를 접했을 때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영어를 잘해보려고 이것저것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하광호선생님의 얘기처럼 스스로 엄청나게 노력하고 말하기와 쓰기를 위해 얼마나 공부를 했냐고 묻는다면 할말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몇년 전, 4일정도 독일에서 홈스테이를 할때도 나는 별로 말을 하지 않고 다른 친구가 계속 대화를 주도했었지만 주인아저씨는 그 친구랑 대화가 안되면 나보고 설명해주라는 제스쳐를 보내곤 했었다. 상대방의 말은 알아듣지만 말은 한마디도 못해 대화를 못하고 영작문을 한번 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고...
사실 이 책을 읽어보려 한 이유는 좀 더 쉽게 영어를 학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내게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래도 한가지 희망은, 며칠 전 외국에 계신 신부님께 한글 파일이 깨질까봐 영어로 이메일을 보냈는데 영어를 잘 못해 부끄럽다는 내게 신부님은 영어를 아주 잘한다는 칭찬을 해 주셨다. 말 그대로 잘한것은 아니겠지만 뜻은 통하는 글을 써서 보낸것은 맞으니 내 영어는 왜 이럴까,라는 낙담만 하고 있지말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영어를 하나의 총체적인 언어로써 배우고 익힐뿐만 아니라 영어를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온통 영어에 집중하여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써야하겠다.
이 책은 그리 특별하거나 독특한 영어학습법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새삼 영어를 공부하는 나의 자세에 대해서는 한번쯤 되돌아보고 한걸음 내딛기 위한 자극제가 되어주었다. 내게는 그런 의미겠지만 영어를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아주 훌륭한 영어학습 안내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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