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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타
  1.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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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해저 2만리
글쓴이
쥘 베른 저
작가정신
평균
별점9.2 (32)
노부타

 아무런 되새김 없이 그냥 무작정 해저2만리를 읽기 시작했다. 물론 왠만큼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어렸을 때 해저2만리를 한번쯤은 읽었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나도 읽었고, 어린시절에 읽은 책에 대한 기억은 어느 한 부분이 더 강하게 남는 법이기에 네모선장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떠올려봤다. 아니, 그런데 왜 자꾸 소용돌이 물결만 떠오르는거야?

얼마 전, 조카녀석이 15소년 표류기를 읽고 엄청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그 이야기 엄청 좋아하는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책의 저자가 쥘 베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참 이상했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더 강했던 15소년 표류기의 저자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해저2만리는 책 제목을 듣자마자 부제처럼 쥘 베른이 떠올랐다. 내가 저자를 기억할만큼 더 컸을 때 해저2만리를 읽었을까?
어찌되었건 내 기억속의 해저2만리는 바닷속 탐험이야기였고 신비주의자 네모 선장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바다속을 떠도는 이가 아니라 외골수이고 자기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였을뿐이었다. 왜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게 되었을까...?

책을 다시 읽기 전까지는 아무런 의문이 없었고, 책의 분량만으로도 내가 어릴적에 읽었던 책은 아마 어린이용 축약본이었을 것이고 이 책이야말로 쥘 베른이 심혈을 기울여 쓴 해저2만리의 실체이겠거니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간간이 들어있는 삽화, 그것도 칼라풀한 삽화는 이 나이를 먹었어도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고 책읽는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 바다속의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고, 잠수함을 타고 바다속을 누비던 노틸러스호의 운명에 대해서만 기억하고 조금은 괴팍스러운 인물로 기억하는 네모선장만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쥘 베른이 해저2만리를 쓰고도 백여년이 지난 후에야 내가 그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런 단편적인 기억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선뜻 해저2만리를 무심코 읽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해저2만리는 백년하고도 몇십년이나 전에 씌어진 책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옛날 이책은 그냥 바닷속 탐험 이야기가 아니라 한 몽상가의 공상과학소설이었을 것이다. 바다속에 잠겼다는 도시 이야기나 침몰하거나 난파된 배들의 무덤 이야기, 거대 물고기들, 남극정복, 산호섬과 거대진주... 이러한 이야기를 한세기도 더 전에 썼다는 걸 생각해보면 새삼 소름이 돋을만큼 쥘 베른의 해저2만리가 엄청난 SF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된다.

"바다에서는 육지보다 더 격렬하고 더 활발하고 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한한 생명이 곳곳에서 번창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바다가 죽음의 세계지만, 수많은 동물에게는 생명의 세계입니다...... 이곳에는 진정한 생명이 있습니다! 나는 바다에 도시를 세우는 것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노틸러스'호처럼 아침마다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해저 주택들이 모여있는 곳, 자유로운 도시, 독립된 도시들!"(175)을 외치는 네모선장의 이야기는 지금은 당연하게 연상되는 미래의 도시에 대한 공상이 담겨있는 것이다. 물론 네모 선장이 격렬한 몸짓을 하다가 마저 끝내지 못하고 '어떤 폭군이...'라는 말을 삼켜버린 문장에서는 제국주의 시대의 정치 사회적인 상황을 한번쯤 떠올려보게 한다. 네모 선장이 육지 생활을 버리고 오로지 노틸러스호만을 타고 남은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심과 그의 분노하는 모습 역시 그에 대한 암시를 보여주는 듯 하지만 절대로 그런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고 한들 어떤가. 해저2만리는 바닷속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포스를 뿜어대는데 말이다.

"그게 인류의 특권이라는 건 알지만, 심심풀이로 생명을 죽이는 따위의 잔인한 짓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참고래같은 남극 고래는 인간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온순한 고래입니다. 그런 고래를 죽이는 것은 저주받을 짓이예요.(414)...매너티는 바다표범과 마찬가지로 해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그리하여 열대의 강어귀에 번성하면서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풀을 없앤다. '인간이 그런 유익한 동물을 거의 다 죽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나? 썩어가는 풀은 공기를 오염시켰고, 오염된 공기는 황열병을 일으켰고, 황열병은 이 아름다운 지방을 파괴하고 있네. 유독성 물질은 따뜻한 바다에서 번성했고, 그 피해는 라플라타 강에서 플로리다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갔지! 투스넬의 말을 믿는다면, 이 전염병은 바다에서 고래와 바다 표범이 사라졌을 때 우리 자손엑 닥칠 재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오징어와 해파리가 우글거리는 바다는 전염병의 거대한 온상이 될거야. 바다에는 조물주가 커다란 위장을 주면서 해수면 청소를 맡긴 포유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482)
쥘 베른이 엄청난 통찰력은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오게 할 뿐이다.

어쩌면 한세기가 지났음에도 이 책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어렸을 때 읽은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쥘 베른의 해저2만리는 대단하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해저2만리의 완역본은, 아이들은 아이들의 관점에서 어른들은 어른들의 관점에서 각자의 느낌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괜히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한번 더 살펴보고 15소년 표류기를 좋아하는 조카녀석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줘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다.

"존재하는 것은 멀리 있으며
심오하고 심오하니
누가 그것을 찾을 수 있으리오?"(코헬렛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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