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ㄴ시사회 후기

어스름달녘
- 작성일
- 2017.8.24
로마의 휴일
- 감독
- 이덕희
- 제작 / 장르
- 한국
- 개봉일
- 2017년 8월 30일

어제 메가박스 대전에서 진행한 영화 『로마의 휴일』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1. 플롯으로 본 영화 『로마의 휴일』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영화를 이끌어 가는 가장 큰 동력은 캐릭터(주인공)이 아니라, 행동(Action)입니다. 만약 이게 의외라고 느껴지시는 분들은, 최근 한국 영화에 만연한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에 익숙한 분들인 겁니다. 물론 좋은 영화는 캐릭터와 스토리 이 두 가지가 정확한 균형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행동 플롯으로 영화 『로마의 휴일』을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강인한(임창정)이 중심이 되는 3인조는 현금수송 차량을 습격해 거액의 돈을 훔치는데 성공하지만, 도망가는데 실패하고 ‘로마의 휴일’이라는 나이트클럽으로 도망쳐 100여명의 인질을 붙잡고 벌어지는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보이시나요? 저 한 문장은 영화 『로마의 휴일』 의 행동 플롯을 더 이상 뺄 수 있는 부분 없이 표현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저 액션 아이디어만으로는 그 어디에도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쉽게 표현해서 영화의 절정 이후의 정서적 해방감)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이 영화의 행동 플롯을 완전히 해석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나 연극과 같은 극의 모든 씬이나 대사, 캐릭터의 행동의 일련의 흐름은 우리가 인과관계라고 부르는 그것, 즉 어떠한 행동에 대해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들의 순서로 이어져야 하고 그것을 플롯(Polt)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어떤 영화를 보는데, 영화가 이전의 씬에서 일어난 일들이나 대사와는 계속 상관없거나 연관이 없는 식으로 흘러가면 어떨까요?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 수 없고 그저 의미 없는 사건의 연속이라고 느껴질 겁니다.
제가 느끼는 영화 『로마의 휴일』 이 이와 비슷합니다. 극 전체를 확 잡고 지탱해주는 영화를 정의하는 행동 플롯이 없기에 사건은 계속 벌어지고 영화는 스토리가 진행되지만, 관객들은 그저 영화 밖에서 있는 제3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영화가 결말에 이를 때 즈음에도 영화의 각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살려서 코미디 영화로 밀어붙였다면, 인과 관계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그것도 아닌지라 어색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애당초 나이트에서의 인질극이 (영화에선 제대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일주일 이상이라는 점만 하더라도 극의 인과관계의 개연성이 심하게 망가지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학창시절에 많이 들어본 것처럼, 극은 단순하게 구분해서 ‘시작-중간-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순서로 영화는 갈등이 고조된 후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시작’ 단계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행동의 동기를 잘 설명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동기는 절대적으로 배경이야기(영화 시작 전)가 아닌 영화가 시작되고 난 이후에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만 관객들 역시 행동의 동기를 이해하고 제3자가 아닌 영화의 안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 『로마의 휴일』 는 가장 중요한 이 부분을 놓쳤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영화의 시작점에서 현금수송 차량을 털어야하는 그 어떠한 이유나 목적을 관객들은 알지 못합니다. 물론 영화를 다보고 나니, 중반부에 가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려고 했다는 점은 알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작 단계에서 너무 불친절하게 여러 사건을 던져놓기만 하며 영화가 혼자 달려 나가 버리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따라가기가 퍽이나 힘들더군요.
이렇듯 영화가 관객들에게 행동의 동기도 잘 설명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영화의 핵심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으니 마지막 극의 절정의 해결 부분에서도 카타르시스를 줄 수 없고 그 부분을 억지 감동으로 메우려고 하는 부분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2. 캐릭터로 본 영화 『로마의 휴일』
영화에서의 주인공이나 혹은 극을 이끌어 가는 비중이 높은 인물들은 무조건 선하기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그 인물을 인간적이라고 느낄 수 있어야하며 그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어떠한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많은 한국 영화가 주인공이 설령 악인으로 등장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그 주인공을 좋아하고 동화되는 것은 그 캐릭터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나 혹은 동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특징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영화 『로마의 휴일』 에 나오는 많은 캐릭터들은 사실상 관객들에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주인공 역할인 강인한(임창정)은 무언가 이러한 상황을 만든 원인이 있는 것 같고 영화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약간씩은 언급하려고 하지만 결코 하나로 연결되어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럴 거면 박하선은 도대체 등장하는 이유가 뭔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인한은 뭔가 과거라던가 캐릭터를 엿볼 수 있는 퍼즐 조각이라도 있다면, 기주(공형진)이나 두만(정상훈) 같은 경우는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러한 조각조차 없습니다. 두만은 인질 중 어떤 여자와 썸팅이 있을 것 같아도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조차 않고, 더 심한건 기주의 경우입니다. 영화 시작부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역할을 맡을 건 누구나 알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캐릭터에 대한 그 어떤 이해도 없이 주구장창 그렇게 만들어버리니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싫고 보기 싫은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나마 홍반장의 경우는 첫 등장 시 딸과의 통화나 이후의 가정의 모습 등을 통해 약간이나마 유추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영화는 그런 것들을 정밀하게 엮어서 풀어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방 안에 퍼즐 조각을 다 던져놓고 관객에게 ‘너네가 알아서 맞춰봐’라고 말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영화의 특성상 100명이나 되는 인질이라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영화의 주요 내용들 역시 인질들을 통해 진행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조연 캐릭터라는 비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보니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하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관객들은 캐릭터에 집중 할 수 없고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대사는 그저 이해되지 않는 문자의 나열일 뿐 인거죠. 많이 아쉬웠습니다.

3.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점과 결론.
어렵지만 이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보라고 한다면, 말씀드렸듯 모든 영화는 결국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어야 하는데 그것을 극의 절정과 해결을 통하여 이루어낸다면, 영화 『로마의 휴일』 같은 경우는 약간은 색다른 방법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삼인조가 인질로 잡은 사람들 중에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조폭, 빛을 갚기 위해 몸을 팔아야하는 여자, 부동산 불법투기로 부자가 된 악인, 대기업 회장의 아들 등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을 통하여 대리로 권성징악을 실천하거나 약자의 빚을 갚아 준다거나 악인을 심판하는 등의 시도는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위에 설명 드린 대로 그러함에 있어서 조금 더 캐릭터들 간에 관객들이 공감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게 만들어줄 만한 장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점이겠네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굳이 말하자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쳐버린 것만 같은 영화입니다.
배우 임창정이 인터뷰 때 말했던 게, 이 영화는 초반이 재밌는 거지 진지한 영화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대로 이 영화가 코미디가 가진 장점과 드라마가 가진 장점을 잘 엮은 영화라고 한다면 문제없겠습니다만, 굳이 표현하자면 이 영화는 어떤 요리를 만들다가 절반이 만들어진 그 요리로 다시 다른 요리를 만들려는 것과 같습니다. 각 부분의 장점이 하나로 섞인 예술품이 아니라, 안 좋은 점만 두드러져 보이게 된 망친 예술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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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